히든북 요약
1.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00명이 기후 위기의 과학과 실태, 해법을 이야기한다.
2. 기후 위기는 폭염, 폭우, 산불의 문제이자 우리 정치, 경제, 사회, 생활의 문제이다.
3. 책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성장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100명과 함께 쓴 기후위기 실태와 해법
2018년 8월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을 시작하고 유엔과 세계경제포럼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연설을 해 국제적 반향을 일으킨 열다섯 살 앳된 그레타
툰베리는 이제 야무진 스무 살 청년 기후활동가가 되어 나타났다. 그는 100여 명의 각계 과학자, 전문가, 활동가, 시민과 함께 쓴 《기후 책》(The Climate Book)의 총괄
기획자이자 공동 저자이다.
‘툰베리가 세계 지성들과 함께 쓴 기후 위기 교과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 위기의 현 상황을 기록해 세상에 알리고, 또한 미래를 바꿀 기회가 아직 열려 있음을
전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100명 필자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대기과학자 마이클 오펜하이머,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을 비롯해 과학자, 공학자, 언론인,
작가와 현장 전문가, 활동가, 원주민이 참여했다.
책은 다섯 묶음으로 이뤄졌다. 전반부(1~3부)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의 과학적 사실과 실태, 그리고 갖가지 정치, 사회, 생활에 생겨나는 기후 문제를 짚어준다.
후반부(4~5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과 해법을 검토하고 나아갈 길을 제안한다.
책은 568쪽 분량으로 상당히 두툼하다. 하지만 굳이 앞쪽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100여 편의 글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독자는 그때그때 읽고 싶은 이슈와 키워드를
중심으로 글을 골라 읽을 수 있다. 지구 시스템과 기후 위기의 백과사전이나 교과서처럼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 행성에 일어나는 변화
지구촌 각지에서 폭염과 폭우, 산불의 자연재해 뉴스들이 갈수록 자주 전해진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이상징후로 이런 눈앞의 자연재해에 주목하지만, 《기후 책》의 필자들은 더 큰 규모에서
일어나는 지구 행성의 불안한 작동을 경고한다. 이상기후 뉴스는 지구 행성의 규모에서 바라볼 때 아마존 숲에서, 북방림과 온대림에서, 생물다양성에서, 북극 빙하와 영구동토에서, 북대서양 해류에서
일어나는 더 큰 변화의 일부임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한 뢱스트룀 포츠담대학 교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우리가 그동안 믿은 두 가지 가정이 잘못되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의 변화는 점진적이고 선형적이라 우리가 실수를 뉘우친다면 언제라도
그 위기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가정, 그리고 자연은 늘 인류의 자원 남용과 환경 파괴를 감당할 만큼 무한한 공간과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가정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지구 시스템의 완충과 흡수에도 자기 조절의 한계선이 있고, 그 한계선을 벗어나 어느 시점에 티핑 포인트(급변점)마저 넘어선다면 지구 시스템은 인류의 충격과 스트레스. 오염을 완화하고 완충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경고이다. 빨간 경고등은 점점 더 켜지고 또렷해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지금 지구 시스템이 지구 온난화, 생물다양성, 인(P)과 질소(N) 순환 같은 몇몇 영역에서 안전한
상태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해야 하나
툰베리와 100명의 필자가 기후 위기를 바라보는 시야는 아주 넓다. 지구에 새겨진 지질학과 이산화탄소의 긴 역사, 1970~80년대 이래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해 온 과학 활동, 그리고 지구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는
열, 대기, 에어로졸, 구름, 빙하, 땅과 숲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거기에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놓이고 대응하는 인간 사회 각 분야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재생 에너지 전환의 노력은 충분한지, 산업 부문의 탈탄소 전략은 현재 어떠한지, 또한 온난화를 늦추고 탄소를 제거할 기술 해법은 얼마나 가능한지의 문제도 책에서 다뤄진다. 특히 지구 성층권에 햇빛을
가릴 에어로졸을 대량으로 뿌려 온난화를 늦추자는 지구공학(geoengineering)과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해 격리 저장하는 다양한 탄소 제거 기술(CCS)은 요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필자들은 지구공학 기술이 생태계
파괴와 사회 붕괴라는 예기치 못한 더 큰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며 경계하고, 탄소 제거 기술이 탄소 배출 자체를 줄이는 데 비해 여전히 고비용이라는 점에서 아직 실효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또한 지구 기온 상승으로 늘어나는 감염병과 질병에 어떻게 대처할지, 파괴된 자연이 스스로 복원하도록 놓아두는 재자연화 전략이 왜 중요한지, 지구 행성의 건강을 생각하는 우리 식습관과 식단의 미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늘어나는 기후 난민과 기후 분쟁은 또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같은 갖가지 문제도 우리가 풀어야 하는 기후 위기 시대의 숙제가 되었다.
기후 위기는 해양, 육지, 대기와 생물권 같은 지구 시스템뿐 아니라 대량생산, 대량소비와 기후 불평등과 정의를 비롯해 정치, 경제와 생활 문제와도 긴밀하게 얽혀 있다. 필자들은 1950년대 이후 대가속(Great Acceleration)의
시대에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달려온 물질 성장주의의 문명을 되돌아보는 성찰을 요구한다. 《적을수록 풍요롭다》의 저자인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고소득 국가가 과도한 자원과 에너지 사용을 계획적으로 줄이고 경제를 정의롭고 공평한 방향으로
전환시켜 지구 생태계가 균형을 회복하도록 하자.”며 탈성장론을 주장한다.
기후정의, 그리고 함께 나아가기
《기후 책》은 우리가 유한한 자원을 지니며 위태로운 위험 한계선 안팎에서 자기 조절하며 작동하는 지구 행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동시에 우리가 모두 같은 처지로 같은 배를 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또한 상기시킨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부유층과 빈민층이 기후변화를 일으킨 책임과 감당해야 하는 짐의 무게는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후 불평등은 어떻게 지혜롭고 정의롭게 풀어가야 할까? 이 책의 필자들은 정직, 연대, 연대, 형평성의 기후정의 원칙을 강조한다.
행동하는 실천은 이 책의 중요한 열쇳말 중 하나이다. 기성 정치권과 기업들이 태도를 바꾸고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평화 시위와 행진, 불복종과 불매 운동으로 압력을 넣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호소한다. 툰베리는 헌신적인 개인들이 늘어나고 기꺼이 함께
행동한다면 우리에게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를 공감하더라도 해법에서는 전략과 방향이 다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지구 행성과 기후 위기의 전체 그림을 바라보고 안목을 넓히려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자주 얘기되는 지구 행성의 다양한 이슈와 키워드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후 책》은
유익한 길잡이 책이 될 수 있다.
독서 Guide
1. 책에서 다룬 주요한 개념과 키워드를 활용해 최근 시사 뉴스를 찾아 읽어보자.
2. 기후변화의 과학을 자세히 다룬 책으로 《파란 하늘 빨간 지구》(조천호 지음)가 있다.
3. 툰베리에 관해 책으로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툰베리 가족 지음), 《그레타 툰베리》(알렉산드라 우리스만 오토 지음)이 있다.
4.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그레타 툰베리》(2020)가 있다.
책정보
기후 책
저자그레타 툰베리
출판사김영사
발행일2023.06.20
ISBN9788934964100
KDC539.9
서평자정보
오철우 ㅣ 한밭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강사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계에 관한 대화》,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쓰고 《과학의 수사학》,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다. 오랫동안 한겨레신문에서 주로 과학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과학기술사와 과학사회학을 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