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북 요약
1. 삶의 주인공으로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김소담 작가의 신작
2. 팬데믹 속에서 선택한 여행지 ‘사람’
3. 청년의 단단한 삶이 보여주는 용기와 시대정신
사람을 탐험하기로 한 여행작가
코로나 팬데믹이 예기치 않게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20년이었다. 헬프엑스(HelpX) 여행가로 남미 전역을 훑는 동안 코로나가 퍼졌고 김소담은 급히 귀국해야만 했다.
헬프엑스 유럽 편을 성공해 이름을 세웠고, 여행 작가가 정체성인 사람이 세상을 떠돌지 못하게 되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독자 팬으로서 나는 그가 안타까웠고 걱정되었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최근 출간된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는 이 질문에 대한 김소담의 대답이다. 콘텍스트의 차원에서 그렇다. 김소담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사람에게 향했다.
2030 청년 열 사람을 찾아냈다. 모두 자신만의 인생의 키워드를 간직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2030 청년들이었다. 김소담은 어떤 경우에도 걸음을 멈출 생각이 없었던 거다.
‘지의 거장’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고 다치바나 다카시의 《청춘표류》라는 책이 있다.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는 《청춘표류》의 21세기판이자 그 책에 대한 화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88년에 나온 《청춘표류》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이후에 걸어간 지성인으로서의 행보를 고스란히 예측할 수 있는, 마치 지도 같은 책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를 통해 김소담의 정체성이 ‘여행가’에서 ‘지성인’으로 변모하는 하나의 전기가 아닐까.
예측불허의 삶을 사는 작가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라는 책,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적힌 글자 그대로 텍스트로서도 깔끔하고 시적인 예쁜 문장인데, 이걸 콘텍스트(맥락)로 읽으면 꽤 깊고 흥미진진한
의미들을 여럿 건져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책 자체의 구성과 내용이 그렇다. 독자가 가볍게 읽겠다면 그 요구대로 잔재미가 충분하다. 반면 깊이 들어가 뭔가 건져 올리려는 독자에겐
묵직한 의미와 시대정신까지 사유하게 만든다. 작가와 편집자의 융화가 아주 좋을 때, 드물게 책에서 이런 절묘한 지점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돌아보면 김소담 작가는 화제의 여행 에세이를 두 권 펴낸 인기 여행 작가다. 작가의 이력부터 흥미롭다.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 입사했다. 모범생이 주로 걷는 평탄한 길, 스물일곱
살 가을까진 김소담도 그랬단다. 그런데 느닷없이 여행가로, 그리고 작가로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다. 헬프엑스 여행이 일생일대의 전기를 마련했다. 헬프엑스는 여행자가 요리, 재봉, 목공 등 재능을
기부하고, 대신 숙식을 제공받으며 2~3주를 한곳에서 머무는 식이다. 하루 5시간 정도 일하는 만큼, 남은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그 인근 지역을 체험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낯선 외국 가정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는 만큼 기존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온 세상을 크고 넓게 보는 너그러운 견해를 갖고 싶어서 전 세계에서 살아보길 꿈꿨다.”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모모야 어디 가?》, 《당신이 모르는 여행》 이렇게 두 권의 여행 에세이가 나왔고, 책은 곧 화제가 되었으며, 여행 작가로서 유명해졌다.
“정말 뭐가 될지 모르겠다.” 어릴 적에 내가 말썽이라도 피우면 어머니가 야단으로 하신 말씀이다. 똑같은 문장이지만 나는 그것을 김소담의 책을 읽으며 그를 향한 찬사로 사용했다. 평범한 듯 보이는 여행
에세이였지만 그의 문장은 뭔가 달랐다. 관찰이기보다는 탐험이랄까? 발견이기보다는 발명이랄까? 그는 자꾸 뭔가를 만들어 내는 느낌이었다. 떠남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여행은 ‘돌아오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그의 인생 자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몹시 궁금했었다.
청년들이 들려주는 삶의 용기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주인공은 모두 청춘의 불안과 방황 속에서도 용감하게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기로 하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멋지고 아름답다. 유쾌한 청년들의 기발한 철학과 다양한 생활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생계가 힘들어진 문화예술인들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집 앞에 음식을 배달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예술가이자 활동가 미어캣의 이야기는 기발하고도 감동적이었다.
청년들은 과감히 경로를 이탈하기도 했고, 때로는 온갖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 싸우고 있는 과정도 들려준다. 이런 이야기들이 김소담의 사유와 깨달음이라는 필터링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는데, 그래서 마치 수다처럼
경쾌한 이야기들도 어느 순간 깊은 통찰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무엇인가로 바뀌어 있다.
김소담 특유의 방식, 즉 관찰이기보단 탐험이랄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 시대 청년들의 삶의 경로 속으로 걸어 들어간 과정을 담은 책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우리 시대 최전선의 시대정신도 함께 담고 있는
책이다. 우리의 미래와 희망을 다시 보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독서 Guide
1. 사회의 통률에 타협하지 않는 나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나요?
2. 내 삶이 여행지라면 소개 팜플렛에 어떤 내용을 넣고 싶은지 생각해 봅시다.
3.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나는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지 고민해 봅시다.
책정보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저자김소담
출판사책이라는신화
발행일2023.09.30
ISBN9791198268747
KDC818
서평자정보
김성신 ㅣ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겸임교수
출판평론가·문화평론가로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출판도시문화재단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대표저서로는 『북톡카톡』, 『일등인생을 만든 삼류들』이 있다. 현재 조선일보 서평코너 ‘재밌다 이 책’ 주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