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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은 성장이다

- 채인선, 《원숭이 오누이》

작성일: 2023.10.19

PICK1 요약

1. 성장의 지름길

2. 멘티에서 멘토로

3. 자신의 길

인간에게 새겨진 모방의 본능

아빠가 오빠와 회사 워크샵을 가는데 여기에 따라가고 싶어 임원에게 전화한 여자아이의 통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돌하게 자기도 따라가고 싶다며 조근조근 할 이야기를 다하는 야무진 목소리에 임원은 너무 귀여워 따라오도록 허락하면서 훈훈하게 이야기는 끝났다.

남이 가는 곳에 다 가고 싶고, 남이 먹는 건 다 먹고 싶고, 남이 하는 것 다 하고 싶은 것이 모방이다. 동물 사회를 관찰해보거나 유아들을 관찰해보아도 새로운 행동을 하는 것은 결국은 모방에 의해 시작되는 것이다. 행동이 성숙하고 인지가 발달하는 것도 모방에 의해서 가능한 일이긴 하다. 모방은 제2의 창조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리라.



뭐든지 똑같이, 어디든지 함께

이 작품 《원숭이 오누이》는 오빠를 무조건 따라 하는 어린 여동생과 오빠의 이야기다. 하도 오빠의 행동을 모방하니 원숭이 오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오빠가 책을 읽으면 책을 읽고, 게임을 하면 게임을 한다. 운동화 새 거 사 신으면 자신도 사달라고 엄마를 조른다. 어딜 가든 따라다니며 오빠만 바라보는 오빠 바라기여서 원숭이 동생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권도 학원에서 바닷가에 놀러 가는 날 동생은 끝까지 자기도 가겠다고 떼를 써서 결국은 함께 가게 되었다. 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오빠 손이는 마음껏 놀지도 못하며 자기만 졸졸 따라 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오빠는 그렇게 정신없이 친구들과 놀다 동생을 잃어버리게 된다.



모방으로 이루어지는 사회화

모방은 제2의 창조라는 말이 있다. 남의 것을 따라 하고 베끼다 보면 자신만의 것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도 있다. 문학 역시도 다른 작품들을 끊임없이 참조하고 읽고 작품들을 통해서 영감을 얻으려 애쓴다. 물론 그것들을 그대로 훔쳐 오는 행위는 표절이지만 그들의 서사구조와 감성, 문장 표현 등등을 조금씩 녹여 넣다 보면 내 안에서 거대한 용광로가 그것을 받아들여 끓어오르게 된다. 모든 창조물은 꼼꼼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수많은 선배 언어와 말들의 조각일 뿐일 수도 있다. 그들에 대한 흠모와 추앙으로 영향을 받는 법이다.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말 그대로 세상 모든 사람도 결국은 자신의 부모형제를 따라 하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모방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은 결국 이 사회 적응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모방은 문화적인 것이나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이상이나. 법률, 문화 등등을 따라 함으로써 사회화가 됨을 뜻한다.

작품에서 그때 사건이 벌어진다. 동생이 사라지고 만 거다. 손이는 따돌렸던 동생이 보이지 않자 모래사장을 사방으로 뛰어다니다 마침내 아이가 물에 빠진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동생이 빠졌을 거라 생각하며 달려가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 울부짖는다. 그때 우리 오빠인지 모른다고 악을 쓰며 누가 사람들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놀라 서로 쳐다보니 그렇게 찾아도 없던 여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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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가 다짜고짜 동생 온이한테 야단을 쳤어요. “너 나를 졸졸 따라다녀야지! 어디를 그렇게 혼자 돌아다녀?” 온이는 화가 났어요. “오빠가 따라오지 말라고 했잖아. 길 잃어버린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있었단 말이야!“ 손이는 할 말이 없어 잠자코 있는데 온이는 분이 가시지 않았어요. “졸졸 따라다닌다고, 원숭이 동생이라고 놀렸으면서! 다시는 오빠를 안 따라다닐 거야!”
 

모방의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점

모방이 끝나면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성장이고 그것이 자존이다. 동시에 따라다니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은 바로 그의 행동을 누군가 또 따라갈 수 있게 하는 멘토가 된다는 의미이다. 멘티가 멘토가 되고 멘토가 구루가 되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니던가? 주의할 점은 모방 역시 존경심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모방을 통해 성장의 의미를 알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절대 시기나 질투나 딛고 올라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워크샵에 따라가려는 그 여자아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낀다. 그 아이가 했던 말은 이것이다.

“다 못 가게 해 주세요.”

내가 따라 할 수 없다면 못 가게라도 하겠다는 마음, 그것은 모방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나오는 부작용일 수도 있다. 조심해야 할 일이다.

독서 Guide

1. 형제자매를 따라 해본 경험을 떠올려 보고 친구들과 공유해 봅시다.

2. 바람직한 모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 봅시다.

3. 모방을 통해 자기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요?

책정보

수상한 교장실

저자채인선

출판사한림출판사

발행일2009.06.23

ISBN9788970945668

KDC 813.6

저자정보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이미지

장애를 아동문학에 투영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을 포함, 총 34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과거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