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1 요약
1. 수상함은 호기심
2. 일방적 관계의 문제
3. 상대방의 입장
일방적인 배려가 만들어 낸 수상한 사건
가끔 강연을 가면 도와주겠다고 다가오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 다니는 것이 익숙한 장애인이다. 점잖게 사양하면 머쓱한 표정으로 물러선다.
자기가 볼 때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분명한데 거절당했기에 자신의 관심이나 배려가 성사되지 못한 거다.
요즘 초등학생은 사춘기가 빨리 온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서로 사귀는 관계가 되어 선물을 주기도 하며, 심지어 애정행각을 벌이기까지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대팔은 윤지라는 같은 반 여자아이를 좋아한다. 윤지를 위하여 실내화를 빨아다 주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잔심부름을 해줄 뿐만 아니라,
선물도 하고 쿠키도 구워다 준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러한 짝사랑을 당사자인 윤지는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교장선생님이 학생의 여론을 듣기 위한 의견함에 이대팔의 이름만 적은 쪽지가 계속 들어갔다. 교장선생님은 이 사건의 원인을 알고 싶어 하고, 학생들의 동태를
파악하려 애쓴다. 요즘 보기 드문 관리자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소문이 퍼지자 수상한 교장실이라며 교장 선생님의 의도를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사건은 나중에 밝혀진다. 이대팔의 일방적인 배려를 받던 윤지가 그 장본인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윤지를 좋아하던 이대팔은 자신의 배려를 원하지 않는
상대의 입장을 파악하고는 마음을 ‘쿨’하게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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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팔은 윤지 말을 듣지 않는 거 아닐까? 그냥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고 말이야. 자기가 윤지를 좋아하는 거처럼 윤지도 자기를 좋아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거지,
아니, 어쩌면 윤지도 자기를 당연히 좋아해 한다고 믿고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어.”
- 187면
서로를 향할 때 유의미한 관심과 배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세계를 보고 이기심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서이초 사건만 봐도 그렇다.
교사가 학생을 잘 이끌고 싶은 마음과 부모가 자기 자식을 금쪽 같이 여기는 마음은 서로 상충할 수 있다. 문제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해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어떨지를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연다면 소통이 일어나고, 그 소통에 의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나 역시도 강연을 많이 다니기에 대중을 상대로 이야기하는 중에 혹시라도 무심히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서 늘 조심한다.
혹여 실수가 있으면 그 실수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무조건 사과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사실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 윤지가 이대팔의 이름만 써 놓은 것은 자신이 직접 괴로움을 밝힐 수는 없으나 일방적으로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이 부담스럽고 귀찮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좋은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까?
성급한 배려보다 역지사지 먼저
한두 명의 자녀만 간신히 낳는 요즘 세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거나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성장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다행인 것은 이대팔이 윤지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비로소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한 번 더 성숙하게 된다.
역지사지란 말은 예의이며 겸손이고, 배려이며, 인성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일방적인 인간관계는 없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좋은 것도 상대방이 원치 않으면 강요할 수 없음을 알려주는 데에 있다.
도움을 주겠다고 나에게 다가온 사람들에게 나는 가급적이면 작은 도움이라도 받기로 한다. 그것이 그들을 기쁘게 하고 보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보면 “저기까지 휠체어 밀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나의 역지사지이다.
독서 Guide
1. 상대방의 일방적인 관심과 배려로 불편했던 기억이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2. 역지사지의 태도를 보여주는 주변의 사례를 떠올려 봅시다.
3. 서로가 생각하는 배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봅시다.
책정보
수상한 교장실
저자박현숙
출판사(도서출판)북멘토
발행일2023.05.16
ISBN9788963195094
KDC813.7
서평자정보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장애를 아동문학에 투영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을 포함, 총 34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과거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