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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는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낼 수 있는가

- 김용규·김유림, 《은유란 무엇인가》

작성일: 2023.07.13

히든 북 요약

1. 은유는 단순히 언어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가장 중요한 시원적 사유 패턴이다.

2. 인지언어학의 발달로 ‘은유적 사고’의 패턴을 찾아내 배우고 익힐 수 있다.

3. 은유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적극적으로 학습, 삶에 적용하자.

‘은유’라는 새로운 눈

‘괴리’,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가장 처음 느낀 것이었다. 제목과 부제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 제목을 보자. 은유가 뭐냐고? 은유가 뭐 별건가. 내 마음을 호수에 빗대 표현하는, ‘내 마음은 호수요’ 같은 게 은유 아닌가. 그런데 어라, 걸맞지 않게 강렬한 부제가 붙어 있다. ‘천재들의 생각을 훔칠 단 하나의 방법’이라니? 안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의심이 피어오른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방금 뜬 것이다.



첫 번째 오해_당신이 아는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멋진 책을 구성적으로 뜯어보면 딱 반으로 나뉜다. 저자가 책의 절반씩을 할애해 격파하고자 하는 건 우리가 흔히 가진, 은유에 대한 두 개의 큰 오해다. 첫 번째 오해는 은유가 단지 표현법의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은유의 주요 기능부터 차근히 뜯어보기 시작한다.

은유는 원관념의 본질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형상화된 보조관념을 사용하는 표현 방식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도 잡히지 않는 ‘고요하고 평온한 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잔잔한 ‘호수’를 가져온 ‘내 마음은 호수요’가 대표 사례다. 이러한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유사성을 통해 (원관념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그런데 은유의 중요한 기능이 이게 다가 아니다.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비유사성을 통해 원관념에선 이끌어 낼 수 없었던 ‘창의’를 만들어 낸다. 내 마음에서는 노를 저어올 수 없지만 호수에 비유했기 때문에 ‘그대 노 저어 오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이러한 은유적 표현, 그리고 그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은유적 사고’가 4,000여 년 전부터 인류사에서 사용되어 온 역사를 꼼꼼히 추적하고, 지금도 우리 일상의 A부터 Z까지 은유적 사고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입증한다. ‘대중 철학자’로 불리며 이미 다수의 인문 교양서를 집필한 저자 김용규의 오랜 내공이 빛을 발해 책의 흐름은 부드럽고 논리는 명쾌하며 쉽지 않은 내용이 술술 읽힌다. 그리하여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이 무엇이냐고? 심오하지만 간단하다. 인간의 생각과 언어를 확장하고 인류 문명을 가능하게 한 것이 다름 아닌 은유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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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가 사고의 언어와 행동을 ‘인간답게’ 한다. 그럼으로써 인간적 삶과 세계를 구성하고 창조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은유를 인간 정신을 구축하는 두 개의 시원적 사유 패턴인 동일률*, 모순율**에 이어 ‘제3의 패턴’으로 규정한 것이다. (중략) 은유는 인간 정신만이 지닌 가장 중요한 시원적 사유 패턴이다.
 

- 87-88면

두 번째 오해_야, 너두 ‘은유’할 수 있어!

책의 절반을 읽어나갈 동안 독자는 충분히 설득 당한다. 그래, 분명 우리는 은유를 과소평가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말인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여기에 대한 저자의 답은 서문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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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당신 아이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은유적 사고를 익히고 훈련하는 방법을 개발해 이 책에 담았다. (중략) 이 말은 이 책이 은유에 관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용서라는 뜻이다.
 

- 12면, 14면

서문에서 저자는 무엇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는지를, 즉 책의 목적을 정확하게 밝히고 있다. 바로 ‘교육’이다. 2장 ‘은유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와 4장 ‘은유는 어떻게 학습하나’의 존재가 저 말을 정확히 입증한다. ‘북클럽 은유 시리즈’라는 이름 아래 2·3권으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세트 구성 또한 여기서 기인했다. 2·3권은 은유를 익히기 위한 연습문제들을 모아놓은 이른바 ‘워크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유)만은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시학》, 22)이라고 2,3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지만, 이는 사실 은유의 강력한 힘을 독점하고 싶었던 한 천재의 ‘사다리 치우기’였다고, 저자는 은밀하게 털어놓는다. 인지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은유적 사고의 과정을 투시해 (다시 말해 은유를 생성하는 머릿속을 들여다보아) 공통의 어떤 패턴을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2장에 도식으로 잘 설명되어 있는 (이것이 이 책의 특징이자 성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은유적 발상법을 4장의 뇌과학적 훈련법을 적용하여 익힌다면 우리 뇌에도 ‘은유의 신경망’이 형성되어 일상에서 은유를 자유자재로 사용, 설득력과 창의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영업비밀’이다. 저자가 불식시키고자 한, 은유에 대한 두 번째 오해가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아, 왠지 최근 히트 쳤던 영어 학습 광고 멘트가 떠오르면서,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야, 너두 ‘은유’할 수 있어!



은유가 내 안에 들어오다

책을 읽기 전,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탁월한 표현을 보며 감탄하고 향유하긴 했어도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걸 할 필요가 나에겐 없고, 그러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은유는 시인이나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며,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어쩌다 마주치는 작은 이벤트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이제 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은유의 렌즈가 내 눈에 장착되었고, 그 힘과 파동이 약하고 또 강하게 언제나 내 주변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음을 느낀다. 은유를 통해 사고의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타인과의 더욱 풍성하고 유의미한 소통이 가능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람직하게 바꾸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은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인생이 감옥이야’, ‘결혼은 무덤이지’ 같은 은유적 표현을 곧잘 사용한다. 결혼의 본질이 무덤의 속성과 같다는 걸 이해하는 은유적 사고가 인간의 본능에 내재하여 있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은유적 사고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은유가 배우고 익혀야 하는 대상이라는 사실은 은유의 힘과 중요성을 깨닫고, 은유를 통해 진정으로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사람에게 비로소 유의미해진다. 내 안에 은유가 들어오게 하는 것,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동일률 : ‘A는 A다’라는 사유법칙 (예 : 산은 산이다)

**모순율 : ‘A는 ∼A가 아니다’라는 사유법칙 (예 : 산은 산이 아닌 것이 아니다)

독서 Guide

1. 저자가 다룬 은유의 두 가지 오해를 설명하고, 왜 그것이 오해인지 정리해 봅시다.

2. 은유는 배움의 대상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반박의 여지는 없는지 생각해 봅시다.

3. 저자가 제시한 4장의 훈련법 중 하나를 골라 지인과 함께 해 보고, 그 결과를 나누어 봅시다.

책정보

은유란 무엇인가

저자김용규, 김유림

출판사천년의상상

발행일2023.02.22

ISBN9791190413503

KDC104

서평자정보

김소담 ㅣ 헬프엑스 여행작가

김소담 ㅣ 헬프엑스 여행작가 이미지

헬프엑스(HelpX)는 호스트를 찾아 일손을 돕고(Help) 숙식을 제공받으며(Exchange) 전 세계를 여행하는 교환 여행 방식이다. 헬프엑스로 유럽과 남미를 여행하고 『모모야 어디 가?』, 『당신이 모르는 여행』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