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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귀는 특별한 기술

- 길상효 지음, 심보영 그림, 《깊은 밤 필통 안에서》

작성일: 2022.09.29

이 주의 PICK1 요약

1. 벅찬 현실 속에서도 세상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초등학교 2학년 정도 아이의 이야기

2. 동심, 호기심, 친구에 초점을 맞춘 작가

3. 솔직하고 단순한 표현이 아이들 마음을 잘 표현한 책

연필과 지우개, 담이의 이야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깊은 밤 필통 안에서」는 의인화 동화이다. 등장인물인 연필과 지우개가 필통 주인인 담이의 행동에 대해 시간이 날 때마다 수다를 떤다. 얼핏 보면, 이런 수다가 담이 행동에 대한 고자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의인화를 통해 초등학교 2학년 정도 아이가 벅찬 현실 속에서도 세상을 얼마나 재미있게 살아가는지 보여 준다.



동심과 호기심

요즘 아이들의 일과는 어른 못지않게 바쁘다. 놀이터가 아닌 학원을 선택하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수준에 맞지 않는 선행학습이 필수가 되었다. 학원 숙제와 학교 숙제까지 끝내려면 일찍 잘 수도 없다.

책의 곳곳에서 아이들의 힘든 현실을 보여 준다. 시작과 끝에서 필통 속 연필들이 힘들어하는 장면으로 알 수 있다. 또한 ‘필통이 신음을 하거나’, ‘필통이 들썩들썩했다’, ‘물방울연필이 일기를 쓰다가 밤늦게 돌아왔다’는 표현을 통해 요즘 아이들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바쁜 일상에 시달린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학교 공부도 쉽지 않다. 2학년인 담이가 수업 시간에 어려운 동시를 쓰고, 받아 올림이 있는 곱셈을 배운다. 일기도 매일 써야 한다. 누가 봐도 힘든 하루지만, 일기의 마지막 문장은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다.”로 끝났다. 예상 밖의 반전이다. 힘든 하루가 왜 즐거울 수 있을까?

어린이에게는 어른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다. 바로 동심과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눈에 처음은 언제나 신나는 대상으로 보인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다.



친구

아이들이 힘든 하루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또 다른 원동력은 바로 친구이다. 책에서 친구의 모습을 연필과 지우개로 표현했다.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친구를 만난다. 이 책에서도 돌고래, 물방울, 딸기, 당근, 무지개 같은 독특한 이름으로 다양한 친구를 표현했다.

어른의 눈으로 판단하면, 세상에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등 뭔가 기준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친구로 생각한다. 누가 잘났는지 못났는지 중요하지 않다. 자기와 같이 놀 수 있으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편견 없이 동심으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책에서도 조금 특별한 친구인 연두색 연필과 바뀐 지우개가 등장한다.

연두색 연필은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고, 다른 친구와 달리 미국에서 왔다. 이런 특별함에 주인 담이의 관심을 기대하며 스스로 뽐내고 잘난 척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자 실망하고 만다. 필통 속 친구들은 연두색 연필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도와 준다. 그러면서 서서히 친구가 된다.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면 어땠을까? 겉으로 위로하면서 속으로 비웃지 않았을까?

바뀐 지우개도 조금 별난 친구이다. 바뀐 지우개는 원래 지우개처럼 성격이 둥글둥글하지 않다.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남 트집 잡기에 열을 올린다. 어른이라면 이런 친구를 외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같이 놀고, 얘기하면서 친구로 대해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 지우개도 친구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성격으로 변한다. 동심은 세상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단순하게

학교와 친구를 소재로 다룬 동화가 많지만, <깊은 밤 필통 안에서>는 교실이 아닌 필통에서, 친구가 아닌 연필과 지우개를 인물로 의인화했다는 점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특히, 아이들이 부모에게 털어놓지 못할 현실적 고민을 연필을 통해 시원하게 풀어놓았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며 공감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솔직하고 단순한 표현 역시 이 책의 장점이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닌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다.”, “정말 신났다.” 같은 단순한 표현이 어쩌면 아이들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왔을지 모른다. 일기나 기행문을 적을 때, 이런 표현을 쓰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쓰라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이런 표현이 가장 정직할 수 있다. 작가가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을 동심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책정보

깊은 밤 필통 안에서 표지이미지

깊은 밤 필통 안에서

저자길상효

출판사비룡소

발행일2021.03.01

ISBN9788949162072

KDC813

저자정보

정종영 ㅣ 동화작가·소설가

정종영 ㅣ 동화작가·소설가 이미지

우리 역사 속에서 흥미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메신저가 되어 동화, 소설, 인형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한다. 『모래소금』, 『도시 수달 달수네 아파트』, 『마과회통, 역병을 막아라!』 등 사십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