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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서 바라보는 AI, 속에서 동작하는 수학의 힘

- 닉 폴슨·제임스 스콧, 《수학의 쓸모》

작성일: 2023.06.22

PICK1 요약

1. 챗GPT와 같은 AI에서 동작하는 수학적 원리를 일반적 용어로 설명

2. AI에서 사용되는 수학적 도구인 조건부 확률이론의 역사적 응용 사례들과, 드러나지 않게 이론적 토대를 쌓은 사람들의 이야기

3. 사람과 인공지능의 협업을 통해 더욱 스마트하게 미래로 나아가는 길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세상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사람의 행동은 예측불허일 때가 많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람은 물론이고, 직장처럼 같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해도, 서로에 대해 내심 놀랄 때가 적지 않다. 성격, 좋아하는 음식, 영화 등 취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 요즘엔, 내가 관심 있는 제품의 광고가 웹페이지에 자동으로 뜨고, 음악을 들을 때도 좋아하는 음악이 자동으로 플레이된다. 그뿐인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 재미있는 내용의 콘텐츠가 계속 나와서,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보게도 된다. 어찌나 재미있는지,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지도 몰랐던 것을 나에게 AI가 추천해 준다.

이런 서비스들은 어떻게, 그 어렵다는 사람의 마음속을 꿰뚫어 볼까? 심지어 내 말도 알아듣고 척척 답을 말해 주니 우리는 얼마나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는가! 그렇지만 한편으론 이런 서비스들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AIQ: Artificial Intelligence Quotient

이 책의 우리말 제목은 ‘수학의 쓸모’이기 때문에, 수학 전반에 대한 내용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원제목은 AIQ: How People and Machines are Smarter Together로서, 인공지능(AI)이 동작하는 핵심 수학적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챗GPT로 말미암아 AI의 위력을 일반 대중이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그 원리가 궁금했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2007년 100만 불의 상금을 걸고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 성능을 10% 이상 향상시키라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경연대회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실 이 얘기는 내가 좋아하는 MIT공대 수학과 교수도 강의에서 언급할 만큼 중요한 사건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원리는 베이즈 통계(Bayesian statistics)라고 불리는, 조건부 확률이라는 수학 이론이다. 이 이론은 수학을 몹시도 좋아했던 영국의 베이즈 목사가 처음 만들었는데, 이 이론이 세상을 이렇게 변화시키리라곤 베이즈 목사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조건부확률’이란 어떤 사건이 이미 일어났을 때, 다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구름이 끼었으면 오후에 비가 올 확률’과 같은 개념으로, 조건이 붙은 상황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우리의 직관과는 큰 차이를 보일 때가 많기 때문에, 베이즈 확률은 우리의 잘못된 판단을 막아주는, 우리를 더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는 유용한 도구이다.



인공지능의 토대를 놓은 3명의 여인

이 책에는 인공지능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와 사건들을 예로 들고 있다. 그중에 인공지능의 토대를 놓은 세 여인 이야기가 내게는 인상적이었다.

• 헨리에타 레빗
먼 거리의 별이 가까운 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어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렇지만, 허블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헨리에타 레빗이라는 여인이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하여 별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규칙을 발견한 덕택이었다. 그녀는 ‘최소제곱법’을 이용하여 예측 규칙을 만들었는데, 이 최소제곱법은 오차를 측정하여 AI 시스템을 정교하게 학습시키는 핵심 원리이다.

• 그레이스 호퍼
두 번째 여인은 그레이스 호퍼라는 여성인데, 수학과 교수로서 세계 2차대전 당시 해군에 입대해서 1과 0으로 이루어진 기계어만 이해할 수 있는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에게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형식으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도록 한 인물이다. 그녀가 만든 ‘컴파일러’라는 개념 덕분에, 탄도 계산과 같은 수학과 과학적 연산에만 사용되던 컴퓨터가, 회계와 같은 일상생활의 전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다.

•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크림반도의 천사, 나이팅게일은 제1차 세계대전 중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하고 돌봐준 간호사로 유명한데, 그녀가 사랑한 것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수학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간호였다. 그녀는 부상당한 병사들을 돌봐주었을 뿐만 아니라, 병원의 구조와 의료체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기 위해, 의료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했고, 그 통계 결과를 시각화하여 일반인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그래프와 도표를 고안하였다. 다시 말해, 의료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서 전문성의 새로운 표준을 확립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AI가 직면한, ‘어떻게 의료 통계를 수집하고 공유하고 분석하고 이용하느냐’에 대한 골치 아픈 문제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AI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AI가 줄 수 있는 유익에 대해 많은 환상을 품거나, 또는 AI의 폐해에 대해 두려워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것과 AI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AI 사용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단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AI를 이용한 맞춤형 서비스들이 이미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든 것처럼, 의료분야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새롭고, 획기적인 제안은 아닐 수도 있다. 사실, 우리가 답을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지 않은가? AI 시대를 열어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그레이스 호퍼가 관행에 저항하며 했던 다음의 문구에 담겨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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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서 가장 위험한 표현은 ‘우리는 늘 그런 식으로 해왔어’입니다!
 

독서 Guide

1. AI에 사용되는 개념에 대해 설명한 책으로 분량이 꽤 되니,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가 없고 목차를 보고 흥미를 느끼는 부분부터 읽어도 좋다.

2. 수학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으니, 각각의 스토리에 집중하라.

3. AI가 현재와 미래의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AI와 협업하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책정보

수학의 쓸모

저자닉 폴슨, 제임스 스콧 벨

출판사더퀘스트

발행일2020.04.02

ISBN9791165210991

KDC410.4

저자정보

조성주 ㅣ 물리학자

조성주 물리학자 이미지

청소년을 위한 톡톡 튀는 물리이야기인 《아빠 물리가 뭐예요?》의 저자로서, 일상 속 물리에 대한 글과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밤하늘의 별을 사랑하는 물리학자이다. 현재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센서인 라이다 센서 및 대기 환경용 라이다, 다양한 광 계측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See the invisible’이라는 좌우명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성인들에게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물리법칙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