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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담을 수 있는 성배인 말(言語)

- 김윤나, 《상처 주는 말 하는 친구에게 똑똑하게 말하는 법》

작성일: 2023.06.15

PICK1 요약

1. 말의 힘

2. 상황에 따른 언어교육

3. 감정의 단순화는 글쎄?

말은 무서운 무기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은 강릉 태수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의 아내는 절세미인인 수로부인이다. 그녀와 함께 유람하며 부임지로 가는데 그만 바다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해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를 보고 일행 모두 당황하고 있자 지나가던 노인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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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이 말하기를 여러 사람의 입이 쇠를 녹인다(중구삭금:衆口鑠金)라고 했습니다. 모두 모여서 막대기로 언덕을 두드리며 수로 부인을 내놓으라고 하십시오.
 

그 말대로 했더니 견디다 못한 바다용은 수로부인을 다시 되돌려 주었다. 인간은 말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동물이다. 말을 통해 소통하고, 말을 통해 자기 생각과 느낌을 전달한다. 이런 말이 있었기에, 오늘날 인간은 거대한 문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말이 또한 상처가 되고 독약이 되며, 무기가 되어 누군가를 괴롭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은 말을 통해서 우리 어린이가 자존감을 지킨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실제 어린이가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면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친절한 만화와 대안을 제시해 주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보여 주고 있다.



디테일의 마력

이 책의 미덕은 상당히 상황이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내가 잡은 피구 공을 빼앗는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상황을 설정해 놓고, 아이들이 둘 중 하나의 말을 선택하도록 보여주고 있다. 내 공이라고 화를 내며 뺏을 것인지, 아니면 말없이 양보할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이끄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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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피구 경기에서 이기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걸 거야. 하지만 그럴 땐 내가 공을 던지고 싶다면 솔직하게 ‘내가 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게 좋아. 다른 친구 눈치를 살피느라 하고 싶은 걸 자꾸 참으면 좀 더 속상하고 화가 날 거야. 어떤 일에 도전한다는 건 그 자체로 멋진 일이야. 그러니까 혹시 공을 잘 던지지 못하더라도 용기를 낸 너 자신을 칭찬해 주렴.
 

- 35면

이렇게 친절하게 이야기해 준다. 대안을 제시하는 거다.



언어폭력의 문제

요즘 학교 폭력이 코로나가 끝난 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폭력은 2013년 18,000건에서 2022년 63,000건으로 크게 늘었다. 예나 지금이나 학교에는 폭력과 따돌림과 관계의 문제들이 수없이 발생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학교 폭력이 개인에게 큰 상처가 되고 보복을 꿈꿀 만큼 무서운 갈등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런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대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갈등이 야기될 때 어린이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 모든 문제의 원인은 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대처하는 법을 가르치는 이러한 책이 나오게 된 것도 그런 이유다. 나 역시 유사한 책 《다정한 말, 단단한 말》을 발간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당연히 체험하면서 부딪치면서 알아야 할 일들이 이제는 교육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다양한 감정을 담기에는

하지만 복잡다단한 요즘에는 무엇이든 배워야 하고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의 정신력이나 자연 치유력이 과거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어른들의 기준으로 아이들이 말로 상처 입거나 말로 인해 어려워할 때 ‘괜찮아. 그러면서 크는 거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더는 아니다.

이 책은 그렇기에 우리 아이가 상처 입지 않고 똑똑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상황들을 많이 그려 주었다. 만화를 통해 재미있게 읽고,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본다면 실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똑똑하게 대처하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바도 있다. 인간의 감정은 다종다양하다. 상황과 입장도 다 다르다. 자기만의 독특한 감정과 자기만의 느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 책에서는 특정 상황에서 양단간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다. 선택의 폭이나 고려할 대상이 적다. 자칫하면 감정의 단순화라는 오류를 범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지혜로운 방향,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중구삭금은 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말로 개인의 삶은 물론,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올바르게 말하고 똑똑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교육하는데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독서 Guide

1. ‘친구가 내가 잡은 피구 공을 빼앗는다면 어떻게 할까?’ 이 상황에서 자신만의 답변을 이야기해 봅시다.

2.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해 봅시다.

3.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고,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나눠 봅시다.

책정보

상처 주는 말 하는 친구에게 똑똑하게 말하는 법

저자김윤나

출판사북라이프

발행일2023.02.26

ISBN9791191013498

KDC아189

서평자정보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이미지

장애를 아동문학에 투영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을 포함, 총 34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과거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