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1 요약
1. 국내 1호 기록학자이자 기록전파자가 알려주는 진정한 기록의 의미
2. 좋은 기록은 어떻게 ‘나 자신’과 관계 맺는가
3. 혹시 ‘반쪽짜리’ 기록을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자
거인의 어깨 위로 안내해 줄 책과의 만남
보고 듣는 게 많아질수록 느끼는 것도 적지 않은 요즘이다. 수시로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으려 어딘가 끼적여 보고 스마트폰 메모도
써 봤다. 주변에서 추천받아 에버노트니, 노션이니 하는 앱의 도움도 받아봤지만 그냥저냥 끼적인 메모들은 파편으로 흩어졌고 어쩐지 손에
쥐어지는 건 별로 없었다. 나름대로 기록을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남는 게 없을까. 귀한 생각이 손안의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게 안타까웠다.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 편이 아닌데 《거인의 노트》에 어쩐지 손이 갔다. 지친 날 단 게 당기고 월경 기간엔 소고기를 먹고 싶듯,
나의 부족한 면을 이 책이 채워줄 것이라는 걸 직감했나 보다. 서문이 ‘마침 옳게 찾아오셨다’고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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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면 거인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기록도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의 내가 난쟁이일지라도 매일의
기록이 쌓이면 우리는 그 위에서 더 멀리 보고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
- 9면
정확하다. 더 멀리 보고 더 깊이 생각하기. 수시로 끼적이고 흩어지는 걸 잡으려 애쓴 이유였다. 필요한 자와 필요한 것을 가진 책이 제대로
만났단 생각이 들었다. 얼씨구나!
오해를 벗겨내고 비로소 이해하는 기록
《거인의 노트》는 성장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어떻게 ‘기록’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실용서다. 스스로 ‘기록전파자’라 지칭하는
김익한 명지대 교수가 썼다. 우리나라 1호 기록학자로서 ‘기록학’이라는 비교적 신생 학문(우리나라에서 기록학은 1999년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을 알리고 오늘날 국가기록관리 제도의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기록전파자’ 저자는
개개인의 삶을 고양하기 위해 어떻게 기록이 진정한 효용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지 구체적 사례와 실천 노하우를 통해 쉽게 알려준다.
서두에서 저자는 기록에 대해 우리가 흔히 갖는 오해부터 바로잡는다. 흔히 ‘글로 쓰거나 사진으로 남기면 다 기록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메모와 기록은 다르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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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와 기록은 다르다. (…) 메모는 기록의 원천이다. (…) 기록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적는 메모를 제대로 정리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 23면
저자에게 ‘기록’이란, 메모 중에서도 가치 있는 메모를 추리고(선별하고) 이를 꿰어(종합 혹은 연결하여) 변화를 끌어내는 과정 전체를 말한다.
여기서 행위의 주체이자 기준은 ‘나’다. 어떤 메모가 가치 있는지, 또 그것들을 어떤 흐름으로 붙이고 편집할 것인지는 온전히 나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록의 중심엔 언제나 ‘나 자신’이 있다
기록이란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화’의 연속이다. 기록의 출발점인 메모부터 자기화에 기반한다. 3장 〈집중〉의 첫 소제목을 보자.
‘기록의 고수는 많이 쓰지 않는다’. 저자는 책을 읽든, 강의를 듣든 입력되는 정보를 전부 받아적는 ‘속기사형’ 메모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메모하는 게 아닌, 자신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메모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기록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집중’해야 한다. 무엇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 묻는 동시에 집중해서 핵심을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었을 때, 유의미한 메모가 탄생한다. 기록이라는 즐거운 여정을 떠나기 위한 필수 준비물이 비로소 갖춰진 셈이다.
기록은 그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비추는 등불이 되기도 한다. 나밖에 알 수 없지만 또 가장 알 수 없는 것이 내 마음이고 생각이다.
저자는 흘려버렸던 생각, 사는 게 바빠 되새김질하지 못했던 경험과 기억, 솔직하게 꺼내놓기 어려웠던 욕망을 기록이라는 형태로 ‘눈에 보이게’
끄집어내 보라고 조언한다. 자신을 더 잘 알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혹여 고민이 있다면 그 답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잠들어 있는 나의 잠재력을
끌어내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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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으로 떠돌던 것은 기록을 통해 일종의 확정 상태가 된다. 물처럼 흘러가는 생각, 심상, 회상, 기억, 감정 등 우리 안에
내포된implicit 것을 명시화함으로써 우리는 잠재성을 현실 능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 56면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읽으면서 가장 뼈아팠던 문장은 아래와 같다. 저자가 책 전체를 통틀어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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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습관은 쓰는 것(메모)과 읽는 것(되뇌임)이 함께 이루어질 때 완성된다.
- 163면
이를 위해 저자는 ‘만능노트’와 ‘종류별 노트’라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 느낀 것들을
모두 ‘만능노트’ 한 권에 적고, 이 메모를 하루 혹은 한 주 단위로 지식 노트, 대화 노트, 생각 노트와 같은 종류별 노트에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메모의 내용이 다시금 각인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또 한 번 자기화 효과가 발동한다.
필요하지 않은 메모는 걸러지고, 다시 보니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거나 메모끼리 연결 지어 보며 영감을 받기도 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기록형 인간’이라고 말한다. 이를 거쳐야 비로소 기록이라는 행위를 통해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변화까지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내가 지금껏 해온 기록은 ‘쓰기는 있지만 읽기는 없었던’ 반쪽짜리였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란 옛말은
과연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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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서는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 자신의 기록에 애정을 가지면 그 기록은 언제고 다시 살아날 준비를 마친 상태가 된다.
기록은 과거를 담고 있지만 현재화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 166면
둔필승총(鈍筆勝聰)이란 말이 있다. 무딘 붓이 총명함을 이긴다는 뜻으로, 서툰 글씨라도 기록하는 것이 기억보다 낫다는 말이다.
기록의 효용을 관통하는 이 말은 부지런히 놀리는 손, 더 나아가서는 ‘시간을 들이는 자세’에 대한 찬사다. 나는 이것이 저자가 강조한,
기록에 대한 태도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들여 기록하는 걸 마다하지 않을 이는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뿐 아니라 시간을 들여
애정으로 그 기록을 매만지는 끈기와 꾸준함 또한 갖출 수 있을 것이기에.
자, 벌써 5월이 갔다. 남은 2023년, 나만의 ‘만능노트’가 될 종이노트 한 권 사러 오랜만에 시내 나들이나 해야겠다.
독서 Guide
1. 메모와 기록은 어떤 관계인지 설명해 봅시다.
2. 저자는 기록이 행위인 동시에 일련의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기록의 과정을 내 언어로 정리해 보고, 각 과정을 설명해봅시다.
3. 기록이 ‘자기화의 연속’이라는 말은 어떤 뜻인가요?
책정보
거인의 노트
저자김익한
출판사다산북스
발행일2023.03.08
ISBN9791130697529
KDC325.211
서평자정보
김소담 ㅣ 헬프엑스 여행작가
헬프엑스(HelpX)는 호스트를 찾아 일손을 돕고(Help) 숙식을 제공받으며(Exchange) 전
세계를 여행하는 교환 여행 방식이다. 헬프엑스로 유럽과 남미를 여행하고 『모모야 어디 가?』, 『당신이 모르는
여행』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