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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 골라 먹기

- 김지혜, 《책들의 부엌》

작성일: 2022.09.08

PICK1 요약

1. 제도권 문학의 틀을 넘는 작가와 소설의 탄생

2. 맛있는 책을 만들어 먹이는 공간이라는 재미있는 발상

3. 부담 없고 현실감을 잃지 않는 전개

소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작가와의 만남

표지 날개에 적힌 작가의 이력을 새겨 본다. ‘본디 희망은 시트콤 PD, IT 회사에서 일하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한 중간에 퇴사, 번역 일을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

서점이었다면 나는 아마도 이 소설을 집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력이다. 마지막에 아무리 ‘딸부잣집 둘째여서 눈치 100단에 수다쟁이’라고 부연해 놓았다 해도 말이다. 나처럼 문단의 제도권 속에 활동해 온 사람이 책을 고르는 기준으로서는 그렇다. 글쓰기가 좋아 일생 책 한번 내보고 싶은 어느 순수한 문학 지망생의 소원 풀이로 치부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 작가의 이름은 김지혜이고, 그가 낸 첫 소설의 제목은 ‘책들의 부엌’이다. 처음 들어본, 제목조차 좀 모호한 작가요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8월에 조사한 전국 공공도서관의 대출빈도 통계 상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느 세계건 제도권만이 아닌 뭔가 다른 틀이 있다는 여계(餘計) 쯤은 내게도 있다 그러기에 하는 말이다. 최근 들어 이것은 하나의 트랜드이기도 하다. 후기에서 밝혔듯 마흔 살의 이 작가는, ‘서른 살의 내가 이야기를 읽는다면, 내가 보낼 삼십 대에서 마주치게 될 어두운 터널의 시간을 조금은 담담하게 묵묵히 걸어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썼단다. 이렇듯 소박하면서도 진정성 있고 꼭 필요한 글은 이제 제도권 문학의 틀을 넘어서 독자에게 바로 간다.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의 초대

소설은 ‘소양리 북스 키친’이라는 가상의 북 스테이/북 카페에서 벌어지는 일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았다. 북스 키친은 맛있는 책을 요리하는 곳이라는 뜻이리라. 작가가 염두에 둔 소설은 아마도 작가의 분신일 키친 주인의 입을 통해서도 나오듯 다음과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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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케네디 소설은 이야기의 흐름이 똑같아요.
우선 주인공은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내면적으로는 허무함을 느끼고 있는 인물이에요. 그러다가 어떤 작은 계기로 모든 걸 버리고 무작정 떠나요.
자그마한 시골 마을로 가서 이름도 바꾸고 외모도 바꾸고 직업도 바꾸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가요.
 

-199면

제5장의 ‘10월 둘째 주 금요일 오전 6시’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반강제로 아버지의 회사에 근무하는 수혁, 출근을 준비해야 할 이 시간에 마음이 급변하여 무작정 떠난다. 더글러스 케네디 소설 속의 주인공 같다.

제6장까지 이야기 속에는 각각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인생이 위태롭게 흔들거리는 시간을 지나는 중이었고, 밤새도록 날았는데도 쉴 곳을 찾지 못한 새처럼 지쳐보였다.”(195면) 그런 그들이 와서 매우 평안한 마음으로 지내다 가지만, 소설 속의 이 곳 키친은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히 굿바이’ 하는 부담 없는 곳이고, 여기 다녀갔다 해서 ‘인생이 극적으로 바뀐 것은 아닌’(206면) 현실과 의미 있는 거리를 유지한 점에서 케네디의 소설과 다르다. 이 소설의 미덕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위태롭고 지친 몸과 마음을 책으로 달래고 충전하니 더욱 그렇다. 그런 이에게 이 공간은 맛있는 책을 만들어 먹이는 부엌이라는 발상이 멋지지 않은가.



지치고 위태로운 사람들을 위하여

할 수 없이 ‘제도권 꼰대’의 한마디를 붙이자면, 아직 서툰 문장, 균형 잡히지 않은 구성 등이 눈에 거슬린다. 마지막 장에 다시 등장하는 각 장의 주인공들의 후일담은 ‘로맨스의 클리셰’ 같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나라 곳곳에 ‘지치고 위태로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서점과 도서관이 하나 둘 자리 잡아 가는 현상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돌연변이가 아니다. 반갑고 뜻깊다.

독서 Guide

1. 소설 속 유진에게 영감을 준 영국 시골 마을의 작은 호텔처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손님이 찾아와 책과 함께 쉴 수 있는 북 카페와 북 스테이를 운영하려 합니다. 만약 당신이 유진이라면 북 카페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요? 그 이유가 있나요?

2. 당신은 삶의 방향과 목표를 정하는 데 있어서 ‘최단 경로’와 ‘최적 경로’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나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을까요?

3.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느 공간에서 살고 싶나요?

4. “근데 무슨 책을 전시할지 다 정했어요?” 북 카페 오픈을 앞두고 있는 유진이 당신에게 책을 추천해달라고 합니다. 추천하고 싶은 좋아하는 책, 최근에 읽은 인상적인 책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정보

책들의 부엌 표지이미지

책들의 부엌

저자김지혜

출판사팩토리나인

발행일2022.05.12

ISBN9791165345204

KDC813.7

저자정보

고운기 ㅣ 시인·한양대 교수

고운기 시인 한양대 교수 이미지

‘삼국유사’와 관련된 고전문학의 다양한 면면을 연구하면서 이를 콘텐츠로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등 30여 권의 저서와, 시집으로 『구름의 이동속도』 등 10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