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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위한 패러다임 - 야생의 적극적 귀환 《활생》

- 조지 몽비오, 《활생》

작성일: 2023.05.25

히든북 요약

1. 영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작가인 조지 몽비오의 국내 첫 책

2. 유럽과 영미권을 강타한 ‘재야생화’ 움직임의 대표적 대중서

3. 자연 보전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

야생의 자연을 재조명

야생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어쩌면 그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인류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문명의 가장 대척점에 놓여있는 개념이 바로 야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간의 역사는 야생의 자연을 끊임없이 제거, 파괴 및 섭렵하면서 일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첨단의 과학과 기술로 문명의 총화를 이루고 있는 작금의 21세기에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적인 물결에 핵심적인 파도의 역할을 한 책이 바로 《활생》이다.

저자 조지 몽비오는 영국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로 유럽권에서는 매우 잘 알려진 언론인이다. 기후변화 공익광고에 그레타 툰베리와 동반 출연을 할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그가 쓴 《활생》은 최근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재야생화(Rewilding) 움직임을 촉발한 책 중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다. 재야생화(再野生化)란 어떤 환경을 보호하여 자연 상태로 되돌려 놓는 행위인데, 가령 그곳에 살던 야생 동물을 복원함으로써 그 서식지를 예전의 생태계가 온전한 상태로 복원한다는 뜻이다.

국내에 아직 공식 번역어가 정착되지 않은 Rewilding은 1990년에 처음 생겨난 용어로서 초기에는 포획된 동물을 다시 풀어주거나 서식지에서 절멸된 종의 재도입을 지칭했다. 이제는 종은 물론 생태계 전체, 그리고 야생을 복원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필자는 4음절로 다소 길고 난해한 ‘재야생화’ 대신 ‘활생(活生)’이라는 개념을 그 대체어로 제안하였다. 활생은 자연을 어떤 특정 상태로 되돌려 놓는 의미인 재야생화보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최소한의 개입만 하고 그 이후는 그곳의 생물들의 스스로 살면서 만들어 가는 새로운 야생 상태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더 적합하다. 저자에게 이를 제안한 결과 흔쾌히 허락하였다.



재야생화의 성공사례, 옐로스톤의 늑대

몽비오도 책에서 자연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자연이 스스로 제 갈 길을 찾도록 놔두는 것이라 하고 있다. 없어진 동식물 재도입, 울타리 해체, 배수로 차단 정도를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한발 물러서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하는 생태계는 말 그대로 자발적으로 생성된 야생이다. 인간의 관리로서가 아니라 자체적인 원리로 돌아가는 체계이다.

활생의 가장 대표적 성공사례는 바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이다. 1900년대 초반부터 늑대를 박멸하는 정책이 실시되면서 늑대가 거의 사라졌고, 국립공원이 엘크 사냥을 중단한 1968년부터 엘크의 수는 5000에서 20,000마리로 치솟았다. 늑대가 없는 약 70년 동안 옐로스톤 생태계의 균형은 망가졌다. 코요테와 엘크의 폭증으로 버드나무와 사시나무가 감소했고, 나무가 없어지자 새가 줄었고 비버가 댐을 짓지 못해 강변이 침식되었다. 비버댐과 수변 식생이 없어지자 강 수온이 높아져 어류 서식 교란되었고 급기야는 수변 경관마저 바뀌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생태학적 연구와 생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증대되면서 1995년부터 옐로스톤에 늑대복원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생겨났다. 늑대의 포식압으로 인해 엘크가 계속 움직이게 되면서 어린 버드나무 등의 식생이 생장할 기회를 얻어 늑대 재도입 10년 후 버드나무 군락 이, 20년 후에는 사시나무가 번창하였다. 또한 강변이 안정화되고 조류, 비버, 독술, 여우, 오소리가 돌아옴으로써 생태계가 건강해졌다. 늑대는 먹이가 부족한 건조한 시기엔 오히려 몸 상태가 안 좋은 수컷을 노려서 사냥함으로써 먹이 경쟁을 줄였고 암컷들에게 번식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낳기도 하였다.



자연이 주도하는 야생의 귀환

예전에는 단순히 위험하다는 이유로 박멸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포식자 동물의 생태적 의미와 가치를 우리는 다시금 깨닫고 있다. 그래서 한때 없애는 데 혈안이 되었던 바로 그 동물을 다시 일부러 복원시키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목표는 한두 종의 동물이 아니다. 그로 인해 다시금 풍부해지는 생태계 전체이다. 그리고 어떤 자연으로 돌아가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그 자연의 구성원들이다.

기존의 보전이 어딘가를 지키거나 몇몇 종을 보호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에서 과거를 바라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활생은 미래를 바라본다. 생태계가 돌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만 복원하고 나면 나머지는 자연의 몫이다. 그래서 활생은 보전과 달리 고정된 목표가 없다. 과정 자체가 결과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다시 야생으로 향하는 rewilding의 길이다.

독서 Guide

1. 영국의 사례와 지명이 많이 나오나 구체적인 사항보다는 핵심에 초점

2. 기존의 자연 보전 노력과 활생/재야생화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것

3. 포식자 복원이 생태계의 영양단계회복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

책정보

활생

저자조지 몽비오

출판사위고

발행일2020.10.10

ISBN9791186602560

KDC529.69

서평자정보

김산하 ㅣ 과학자·작가

김산하 과학자·작가 이미지

서울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생명과학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로, 예술적 감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갖춘 과학자다. 현재 생명다양성재단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동생이자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인 김한민과 함께 그림 동화 《STOP!》 시리즈를 출간했으며, 저서로 《습지주의자》 《김산하의 야생학교》 《비숲》 《살아있다는 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