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1 요약
1. 현대 물리학에서 이해하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효과적으로 풀어낸 베스트셀러
2.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통합하려는 이론 물리학의 기상천외한 개념들
3. 과학적 객관을 넘어, 철학적 주관으로 나아가는 통섭의 중요성을 일깨움
시간이란?
우리는 시계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자격루와 같은 역사적 유산이 우리를 자랑스럽게 하기도 하고, 프라하의
천문 시계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알려 주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에는 그것들과 비교할 수 없이 정확한 시간이 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록 우리가 몇 시 몇 분 몇 초인지
정확히 알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 알려 줄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몇 시입니까?”라고 묻지 않고, “시간이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망치로 머리를 맞는 것 같은 충격으로 말문이 막혀 버릴 것이다.
시간은 무엇일까? 우리는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갈 수는 있지만, 왜 원하는 시간으로 갈 수는 없는 걸까? 물론,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타임머신이 등장하여 시간여행이 가능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이 책의 제목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이지만, 원제는 ‘The order of Time’, 즉, ‘시간의 순서’이다. 눈치챘겠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순서로 시간이 흐른다고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순서 없이 무질서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시간에 대한 세 명의 거장
저자는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우리에게 전해 준, 세 명의 거장에 대해 소개한다.
시간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문제를 삼은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BC 384 ~ BC 322)로서, 그는 ‘시간은 변화의 척도’라고 정의한다.
사물은 계속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를 측정하고 계산하기 위해서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만약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 시간은 변화의 척도이기 때문에, 아무 변화도 없으면 시간도 없는 것이다. 그리스어에 시간을 뜻하는
단어 중에 ‘카이로스’가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다음 거장은 뉴턴으로서, 이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
"
… 지각 가능한 사물과의 관계로부터 인식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편견이 숨어 있는데, 이 편견들을 없애려면 절대적인 양과
상대적인 양, 참된 양과 겉보기 양, 수학적인 양과 통속적인 양을 구분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뉴턴은 사물이나 사물의 변화와 상관없이 ‘진짜’ 시간은 동일하게 계속 흐른다고 본 것이다. ‘크로노스’가 뉴턴의 시간에 해당하지 않을까?
인류 역사상 가장 예리하고 심오한 두 연구자가 시간에 대해 정반대의 사고 방법을 제시하였다면, 과연 누가 옳은 것인가? 이에 세 번째
거장인 아인슈타인이 등장한다. 그는 시공간이란 개념을 사용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간 개념과 뉴턴의 시간 개념을 결합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움직이거나 변화하는 단순한 사물 외에 뉴턴이 주장한 것과 같은 시공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그렇지만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중력장에
의해 느려지기도 하고, 공간이 휘기도 한다는 것을 그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증명함으로써, 두 주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었다.
시간의 양자화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시공간의 개념은 블랙홀과 같은 우주적 스케일에서는 잘 설명되었지만, 미시세계의 법칙을 설명하는 양자역학과는
조화를 이루기가 어려웠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중력장도 양자적 특성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시간조차도 양자화, 즉 시간 알갱이로 되어
있다는 뜻이고 그 말은 시간이 확률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간이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중첩되어 있는 것으로
확률로써 표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는 것이 현대 이론물리학의 최대 과제이고, 저자가 연구하는 ‘양자중력이론’만이 아니라,
‘끈이론’을 통해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의 최소 양자를 ‘플랑크 시간’이라고 부르는데, 그 크기가 10-44초, 즉,
10억분의 10억분의 10억분의 10억분의 1억분의 1초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이론들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에 딜레마가 있다. 이런 개념들은 우리의 직관을 초월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도 상상하기가 어려워,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들이 모두 잘못된 것인가?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무수히 많은 입자가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개개의 입자가 아닌, 통계적인 근사를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모호성으로부터,
‘무질서도’인, ‘엔트로피’라는 열역학적 개념으로 세상이 표현될 수 있고, 세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된다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우리가 거시세계에서 경험하는 시간의 방향이고, 그래서, 과거, 현재, 미래로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간의 흐름은 우리가 세상을 모호하게 볼 수밖에 없는 것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시간과 세상은
우리가 바라보는 ‘주관적인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으로, 관찰자의 관점이 아주 중요하다.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가, 세상의 주인공인
셈이다.
우리의 시간은?
결론적으로, ‘시간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세상과 시간은 우리의 관점에 달려있는 것이니, 우리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시간은
정의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독서 Guide
1. 익숙지 않은 구체적인 물리학적 개념은 넘어가고 논지에 중점을 두라.
2.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라.
3. 현재의 과학이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니,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라.
책정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저자카를로 로벨리
출판사쌤앤파커스
발행일2019.06.10
ISBN9788965708063
KDC420
서평자정보
조성주 ㅣ 물리학자
청소년을 위한 톡톡 튀는 물리이야기인 《아빠 물리가 뭐예요?》의 저자로서, 일상 속 물리에 대한
글과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밤하늘의 별을 사랑하는 물리학자이다. 현재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센서인 라이다 센서 및 대기
환경용 라이다, 다양한 광 계측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See the invisible’이라는 좌우명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성인들에게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물리법칙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