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이미지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가족의 조립 과정

- 이서영, 《귀신도 반한 숲속 라면 가게》

작성일: 2023.05.18

PICK1 요약

1. 가족의 새로운 개념

2. 밀려난 자들

3. 라면의 의미

위안의 숲속 라면가게

연극 초대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제목은 〈조립식 가족〉.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보호아동’, 다시 말해 고아 출신들이 사회에 나와서 외로운 친구들과 만나 함께 살면서 가족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이다. 혈연이 아니라 이질적인 존재들이 모여 장난감 조립을 하듯 가족을 만든다는 의미여서 제목만으로도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났다.

《귀신도 반한 숲속 라면 가게》, 이 작품은 오늘날 가족 형성의 이야기다. 산속에 있는 귀신이 나오는 흉가에 복술이라는 한 여인이 찾아와 라면 가게를 연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고, 그 맛있는 솜씨를 통해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라면 같은 훈훈함이 사라진 집

라면이란 무엇인가? 편리하고 맛있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현대 음식의 대명사이다. 매우 편리하며, 물에 몇 분만 끓이면 빠르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비용 대비 제법 맛있는 음식이어서 가성비가 좋다. 라면은 다양한 토핑이 가능하며 영양소가 고르게 배합되었고, 간편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라면 한 그릇에 옹기종기 모여 정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가정에서는 그러한 훈훈함과 다 같이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풍경이 사라져 버렸다. 핵가족 제도 아래서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야 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야만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 관계는 소홀해지고, 그 소홀해진 만큼 소외가 발생하는 것이다.



얼마든지 버림받을 수 있는 현실

이 작품에는 소외된 사람들, 이 사회가 품지 못한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도둑이 먼저 나타나 라면을 한 그릇 먹고 귀신들에게 놀라 도망을 친다. 또한 버림받은 아이 초호도 등장한다. 엄마 아빠가 기르지 않아 내다 버린 아이다. 놀랍게도 그 아이가 버림받은 이유는 엄마 아빠가 게임광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철들지 않는 어른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일찍 철이 들어야 살 수 있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

"

또한 그때쯤 초호 아빠 엄마도 깨달았다. 왜 자신들이 하는 게임 속에는 아이가 나오지 않는지를, 그리고 게임 속에서 아이가 필요 없듯 현실에서도 아니면 필요 없다는 것을, 그래서 초호를 버리기로 했다.
 

- 62면

끔찍한 결론이다. 가족이 조립품이기에 내다 버릴 수 있다는 결론이다. 게임 때문에 아이를 굶겨 죽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이렇게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살아 있는 아이가 가상공간의 게임 때문에 현실에서 버림을 받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또다시 버려지는 존재도 있다. 그것은 바로 반려견이다. 등장하는 유기견 티티 역시 버림을 받았다. 이유는 단 하나, 기르던 아이가 작고 조그만 치와와가 귀엽다고 자랑하다 라이벌인 민지가 엄브렐라 코카투 앵무새를 새로 샀기 때문이다. 생명이 장난감이 되고, 싫증 나면 버려도 되는 광경이다. 그렇게 버림받은 티티가 라면집에 들어와 외로운 라면 가게 주인인 복술씨와 함께 가정을 이룬다.



진정한 가족을 위한 기원

가족이란 무엇인가? 혈연이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이기는 하다. 그러나 법적 서류만으로 가족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가족도 있기 때문이다. 그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있기에 인간들은 위안을 얻고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이 사회를 좀 더 밝게 만들어 주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가족만이 우리가 언제이건 돌아갈 수 있는 곳이고, 가족만이 무제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다.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가족이 아니던가? 복술 씨의 그러한 마음 덕분에 라면 가게라는 공간에 하나의 가족이 탄생한다.

보호아동은 보호시설(고아원)에서 나올 때 단돈 천만 원을 나라에서 지원한다고 한다. 그 돈을 가지고 어찌 이 험한 세상에서 산단 말인가? 부모도 형제도 없는 그들에게 우리 사회가 그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줘야 한다. 이 책은 바로 버림받고 외로운 자들의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귀신 코드로 연결하여 유쾌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들려준다. 라면이 정식 정찬은 아니어도 한 끼의 식사가 될 수 있듯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이 땅에 많이 생겨나길 기원해 본다.

독서 Guide

1. 자신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해 봅시다.

2. 소외된 사람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3. 지금 맛있는 라면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책정보

귀신도 반한 숲속 라면 가게

저자이서영

출판사크레용하우스

발행일2022.01.20

ISBN9788955478938

KDC아813.7

서평자정보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이미지

장애를 아동문학에 투영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을 포함, 총 34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과거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