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1 요약
1.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2. 다시 보고, 새롭게 생각해 보는 ‘책’이란 물건
3.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아이디어와 상상력
어른을 위한 그림책
그림책을 좋아한다. 책장엔 월급 받을 때마다 한 권씩 사 모은 그림책이 꽤 된다.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 숀 탠의 《개》, 릴리아의 《파랑 오리》…. 아름다운 그림과 짧지만 힘 있는 글이 일상의 때를
벗겨 내고, 내 안의 어떤 기억과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 보게 한다. 비슷한 이유일까, 그림책을 좋아하는 성인 독자가 요즘 꽤 많다.
그림책만 파는 그림책방, 그림책 읽기 모임도 많이 생겨났다. 그 자리에서 오가는 대화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림책은 더 이상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를 처음 안 건 우연히 손에 들어온 《벗지 말걸 그랬어》라는 책 덕분이었다. 유아용 그림책 같은
이 책을 딱 두 장 넘기고서 나는 단번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 후 요시타케란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 알고 보니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두터운 독자층을 보유한 작가다. 한국에 소개된 그의 작품은 벌써 십수 편이 넘는다.
최근, 도서관 인기 대출 목록에 그의 책 《있으려나 서점》이 오른 걸 보고 단번에 집어 들었다. 어른들을 위한 잡지에 연재되었던
작품을 묶은 것이라고 했다. 그가 그리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면 물을 것도 없이 내 취향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새롭게 보는, ‘책’
제목부터 웃음 만발이다. ‘있을까’도, ‘있나요’도 아니고 ‘있으려나’라니. 정말 이런 책이 있을까 갸웃거리며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의 마음 같기도 하고, 어디 정말 있으려나 하고 능청스럽게 힐끗대는 작가의 장난기가 표현에서 읽힌다. 《있으려나 서점》은
‘책에 대한 책’을 파는 어느 서점에 대한 동화 같은 이야기다. 매대에 이마도 닿지 않는 키 작은 어린이부터 눈주름이 처진 노년의
신사까지 다양한 손님이 이러이러한 책이 있느냐고 물어오면, 대머리에 콧수염 난 짜리몽땅 서점 주인이 “있다마다요!”하고 책을 내온다는
설정이다.
‘진짜 이런 책이 있을까?’ 싶은 각양각색의 책 아이디어는 책이란 존재를 두고 한계 없이 뻗어나가는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다. 로버트와 미셸 루트번스타인의 책 《생각의 탄생》은 창조성을 발휘하기 위한 13가지 생각 도구 중 가장 첫 번째로 ‘관찰’을 든다,
관찰은 수동적인 ‘보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보기’이며, ‘모든 종류의 감각 정보를 활용하는’ 보기다. 많은 예술가가 관찰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는, 그동안 보아 온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다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 요시타케 또한 ‘관찰의 렌즈’로 책을 새롭게 본다. 그리고 상상한다. 그에게 책이란 꼭 지금 같은 크기에 네모난 형태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라는 시공간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 작가는 책을 구성하는 요소를 잘게 나누고, 완전히 이질적인 무엇과 섞어버리고,
때론 관점을 완전히 전복시켜 ‘책의 입장’에서 생각하기까지 하며 책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단숨에 폭발적으로 확장해 놓는다.
순수한 애정을 일깨우는 보석 같은 에피소드
저자의 생각을 즐기기 위해선 아무 데나 펼쳐도 상관없다. 각각의 이야기가 요시타케식으로 잔뜩 벼려져 웃음 폭탄을 선사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첫 번째 에피소드, ‘작가의 나무 키우는 법’을 보자.
좋아하는 책의 페이지 사이에 씨앗을 넣고 흙에 묻으면 나무가 자란다는 설정이다. 이 나무는 진짜 나무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지만
이름처럼 ‘작가’의 은유적 표현이기도 한데, 식물에 물을 주며 돌보듯 날마다 나무 앞에서 다양한 책을 읽어주며 소중히 키우면
‘작가(의 나무)’는 수확의 계절에 책(열매)을 주렁주렁 맺는다. 이 책들을 부지런히 돌봐주면,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좋은 책으로
수확할 수 있단다. 무심코 나무 앞에서 다른 책을 칭찬하면 토라져서 책을 맺지 않는다는 마무리가 조금씩 비어져 나오던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리게 한다.
각 에피소드가 자랑하는 상상력과 아이디어는 하나만 소개하기가 아쉬울 정도다. 하나도 진부하거나 중복되는 것 없이 신선하고
톡톡 튀어서 마치 책 한 권이 아이디어 백화점 같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언어로 릴레이로 써나가는 책, 둘이서 잡고 읽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책(그러게, 책은 왜 꼭 한 사람만의 행위일까!), 독서를 도와주는 기발한 도구들….
상상력은 책의 생태계까지
작가의 시선은 책, 그리고 책 관련 사물에만 머물지 않는다. 책을 둘러싼 생태계로 확장된다. 출판이 하나의 산업인 지금, 책을
둘러싸고 일정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관계들이 생겨나고, 개개인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책과 만나는 ‘순간’이 생겨난다. 독자와 서점직원,
사서, 책 포장법, 진열법부터 사소하게는 다른 이가 진열해 둔 책장에서 책을 고를 때의 눈높이까지…. 관찰의 렌즈에 예리하고 섬세하게
포착된 그 순간으로부터 요시타케의 상상력은 피어난다.
알사탕이 녹을까 아까워 입안에서 살살 굴리듯, 작가가 선보이는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음미했다. 책이라는 물건에 순수하게 끌렸던
시절을 떠올리고, 읽는 즐거움을 기억해 내고, 무엇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단 사실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이렇게나 다채롭다, 그림책 한 권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독서 Guide
1.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를 선정하고, 그 이유를 나누어 봅시다.
2. 책에 대한 나만의 에피소드를 하나 만들어 봅시다. 내가 ‘있으려나 서점’에 가서 찾고 싶은 책은 무엇이며, 서점 주인은 어떤 책을 권해줄 것 같은가요?
3. 작가는 우리가 책과 같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작가가 이야기한 것들 외 또 어떤 부분에서 우리는 책과 닮았을까요?
책정보
있으려나 서점
저자요시타케 신스케
출판사온다
발행일2019.06.04
ISBN9788934981237
KDC838
서평자정보
김소담 ㅣ 헬프엑스 여행작가
헬프엑스(HelpX)는 호스트를 찾아 일손을 돕고(Help) 숙식을 제공받으며(Exchange) 전
세계를 여행하는 교환 여행 방식이다. 헬프엑스로 유럽과 남미를 여행하고 『모모야 어디 가?』, 『당신이 모르는
여행』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