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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연하게 관계를 맺으며 나를 세우는 길

- 김경일,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작성일: 2023.05.04

PICK1 요약

1. 감정과 사고에서 지피지기의 구체적인 지침

2.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갖춰야 할 인식

3. 힘을 빼면서 에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

타인은 지옥이다?

숨 가쁘게 전개되는 기술혁신은 인류의 삶을 끊임없이 바꿔놓고 있다. 그 가운데 미디어의 발달은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킨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무한에 가까운 타인들과 접속할 수 있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순식간에 온 세상에 퍼뜨릴 수 있다.

하지만 첨단의 도구가 일상화되는데도, 소통에 어려움은 오히려 가중되는 듯하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막론하고 갈등이 첨예화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마찰을 직접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관계 맺기는 언제나 인간의 몫이다. 거기에는 풍부한 경험과 명철한 직관이 요구되는데, 심리학은 그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은 타인과 어울려지는 데 필요한 슬기를 전해 준다.



촘촘한 ‘마음의 눈금’을 잘 헤아려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소한 말과 행동에 감정이 휘둘리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필요한 것은 상대방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점을 포착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 지점이란 ‘마음의 눈금’이 촘촘한 영역인데, 어떤 상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매우 세밀하게 분화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보고서에 그렇게 쓰면 안 돼, 이 부분은 이렇게 고치는 게 좋겠어.”라고 말하면, 지적받는 것에 대한 마음의 눈금이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다’ 두 개밖에 없는 직원은 매우 속상해 할 것이다. 그런데 슬픈 감정에 대한 그의 눈금은 꽤 촘촘할 수 있다. 따라서 “보고서를 이렇게 써서 내가 조금 속상하네. 이 보고서를 본 사람이 자네를 나쁘게 평가할까 봐 슬프다.”라고 말하면 달라진다. 자신을 지적하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염려해서 슬픈 감정을 느끼고 있음이 표현되어서 섭섭함이 줄어들 수 있다. 이렇듯 상대방을 객관화하면 불편한 마음을 덜 수 있고, 더 나아가 현명한 대처 방식도 찾을 수 있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남의 말을 옮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근거와 타당성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가식적인 사람은 학교나 직장에서 심하게 고립된 경험이 있고 그 때문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돌림을 조장하는 사람도 따돌림 받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사람은 자율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강한 리더십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만일 그 사람이 조직에 꼭 필요하다면, 장악력 있는 리더와 함께 일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생각을 좌우하는 몸의 감각

생각은 의외의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에 대한 평가를 비교한 실험을 보자. 같은 사람의 인사 서류를 A그룹에는 무거운 보드판 위에, B그룹에는 가벼운 종이 폴더에 끼워서 준다. 그러면 A그룹은 그 사람이 신중한 사람 같다고, B그룹은 좀 가벼운 사람 같다고 평가한다. 그런가 하면 백화점에서 노련한 판매원들은 고객이 직접 물건을 만지도록 유도하는데, 피부 접촉은 구매 가능성을 2배 이상 올려준다. 또한 어느 유능한 자동차 딜러는 추운 겨울 아침 출근하자마자 헤어드라이어로 차 문손잡이를 데워놓는데, 그 따뜻한 감촉으로 고객의 구매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처럼 감각이 생각을 좌우하는 현상을 ‘체화된 인지’라고 하는데, 자신감을 높이는 데도 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될 때, 당당하고 거만한 자세를 취해보는 것이다. 어깨를 펴고 가슴을 넓히고 호흡도 크게 하면서 목소리도 자신 있게 내보면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면서 두려움이 줄어든다. 실제로 어떤 게임에서 한쪽 참가자들에게 직장의 고위직 임원처럼 자세를 취하게 했더니 위험을 무릅쓰고 베팅했고, 다른 쪽 참가자들에게 신입사원처럼 자세를 취하게 했더니 소심하게 게임을 했다고 한다.



세밀한 관찰 예리한 통찰 심오한 성찰

저자는 삶에서 종종 마주치는 타인과의 갈등을 부드럽게 넘어서는 방법도 알려준다. 부부싸움을 할 때 사과보다는 도와달라는 말이 화해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면이 많이 부족해. 그게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 당신이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 이런 말을 들으면 상대방이 나와 동질감을 느끼고 같은 편으로 생각하면서 마음을 열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한 화법은 직장에서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의 태도를 바꿀 때도 응용할 수 있다. 물론 잘 먹히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럴 경우 결단을 내려야 한다. 책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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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사람에게 한번 도와달라고 해보세요. 굉장히 겸손하고도 친절하게 도와달라고 해보세요. 그런데도 여전히 나를 무시한다면 이제 결단을 내려도 좋습니다. 저라면 그 사람을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나도 그만큼의 상응하는 행동을 하겠습니다. 내가 한 팀이 되어달라고, 한 팀이 되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그걸 뿌리쳤다면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도와달라는 말에도 반응하지 않는 사람과는 희망이 없습니다. 이제는 단호해져도 됩니다.
 

- 160면

김경일 교수는 방송과 유튜브 그리고 강연을 통해 왕성하게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다. 인지심리학 전공자로서 방대한 학술적 성과를 토대로 다양한 일상사와 사회현상의 이면에 깔린 마음의 원리를 통쾌하게 밝혀준다. 난해한 이론을 알기 쉽게 풀이하면서 인간 행동에 대한 참신한 해석을 이끌어 준다. 지식이 축적되고 연결되어 지혜가 될 수 있으려면 세밀한 관찰과 예리한 통찰 그리고 심오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인식의 힘을 키우는 데 요긴한 가이드를 담고 있다.

독서 Guide

1. 인간의 성격은 고정된 것인가? 자신의 성격이 변했다면 왜 그렇게 되었을까?

2.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그들을 대할 때 무엇에 유념해야 할까?

3. 정서가 고갈되었을 때 에너지를 충전하는 각자의 비법을 나눠보자.

책정보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저자김경일

출판사저녁달

발행일2022.04.15

ISBN9791189217136

KDC189.2

서평자정보

김찬호 ㅣ 성공회대 겸임교수

김찬호 ㅣ 성공회대 겸임교수 이미지

사회현상과 마음의 움직임을 인문학적으로 풀이하면서 더 나은 삶과 세계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여러 대중강좌를 통해 시민과 함께 배우는 사회학자. 『생애의 발견』, 『모멸감』, 『유머니즘』등 십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