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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의 독서 취향을 확인하는 소설

-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작성일: 2023.05.04

PICK1 요약

1. 꿈을 일상처럼 신비롭게 채운 소설

2. 비제도권 문학의 작품이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기념비인 소설

3. MZ 세대의 ‘기분 좋은 상상’과 ‘기발한 구상’에 충실한 소설

비제도권 문학의 의미 있는 자리매김

〈2021 국민 도서실태 조사〉와 한국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판매인기도서〉를 겹쳐보면 세대간 독서 취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도서관 정보나루’에 나타난 전국 공공도서관의 〈인기대출도서〉를 합치면, 특히 MZ 세대가 어떤 분야의 도서에 관심이 있는지 드러난다. 문학-한국문학-소설이라는 순위가 나타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가장 큰 특징은 비제도권 문학의 대두이다.

이미 앞서 서평을 통해 소개한 김지혜의 《책들의 부엌》(팩토리나인, 2022)과 같은 경우이다. 작가는 표지 날개에 적힌 이력에 따르면, ‘본디 희망은 시트콤 PD, IT 회사에서 일하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한 중간에 퇴사, 번역 일을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이라고만 되어 있다. 지극히 평범한 이력이다. 의례적인 등단 경력도 없다. 이 경력만 보고 책을 집어 들었다면, 글쓰기가 좋아 일생 책 한번 내보고 싶은 어느 순수한 문학 지망생의 소원 풀이 정도로 치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2022년 8월에 조사한 〈인기대출도서〉의 월간 통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2023년 1분기의 전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3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어느 세계건, 제도권만이 아닌 뭔가 다른 틀이 있다는 여계(餘計) 쯤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이미 이런 경향은 얼마 전부터 감지되었으나, 1위에 오르는 괄목상대할 결과를 보여주기로는 처음이다. 이제 비제도권 문학은 분명한 하나의 트렌드이다.



주목해야 할 MZ 세대의 독서 행태

여기서 우리는 MZ 세대의 독서 행태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비제도권 문학이 여는 새로운 지평이다. 위 통계의 종합 1위에 오른 책은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2021)이었다. 이 결과는 비제도권 문학의 대두가 얼마나 뚜렷한지 보여준다. 나아가 출판계의 변화에 기념비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2021년의 출판계를 강타한 소설이 버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다. 이 소설은 앞서 언급한 《책들의 부엌》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실은 이미예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김지혜와 《책들의 부엌》의 원조 격이다. 이미예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 반도체 회사에 근무한 공학도 출신으로, 제도권 문단과 전문 문인과는 아주 먼 길에 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염원하던 글을 쓰고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에 제도권적 절차 따위는 없다.

이미예가 일상 속에서 관심을 가져 놓치지 않은 생각의 끈은 글을 통해 자신의 꿈을 묶는 것이었다. 서문에서, “나는 궁리해 봐야 도무지 알 수 없는 어제와 오늘 사이의 그 신비로운 틈새를, 기분 좋은 상상으로 채워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는 말이 그것이다. 이제 이런 사람의 글이 책이 되고 서점에서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주된 독서층을 이루는 MZ 세대가 선택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상상’과 ‘기발한 구상’

MZ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자면 명백한 조건이 따른다. 간단히 줄여 말해 ‘기분 좋은 상상’과 ‘기발한 구상’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그렇다. 꿈을 파는 백화점에는 잠들어 찾아오는 손님으로 밤마다 발 디딜 틈 없다. 손님은 꿈을 사 가고, 꿈을 꾼 후, 그것의 효능을 현실에서 얻은 다음 그 값을 치른다. 상상과 구상이 기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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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에… 잠, 그리고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
 

- 30면

독자는 이런 기발한 구상에 이끌려 1부의 세 가지 꿈 이야기를 읽는다. 무시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유형이다. 마음에 둔 남자가 자꾸 꿈에 나타나 연애 상대로 이어지고(‘한밤의 연애 지침서’), 갖가지 태몽이 등장하며(‘예지몽’), 군대에 다시 가는 악몽 같은 것을 치유하는 힘을 얻는(‘트라우마 환불 요청’) 이야기이다. 그들이 내는 꿈값은 ‘설렘’, ‘자신감’, ‘자부심’ 등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일상의 꿈이 신비로운 틈새를 채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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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꿈의 가치는 손님에게 달려있다고 하셨는데…. 아하, 그렇군요. 손님이 직접 깨닫느냐 마느냐의 차이예요. 직접 알려주는 것보다 손님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꿈이 좋은 꿈이예요.”
 

- 142면

이 같은 소설이 MZ 세대에게 소구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앞서 말한바, ‘기분 좋은 상상’과 ‘기발한 구상’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여기에 잘 부합한다. 나아가 이런 소설을 읽는 젊은 독자는, 어차피 몇 권 읽지 않는 독서력에 정체불명의 책을 읽어 시간 버리고 싶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그들 커뮤니티의 입소문으로 추천받는다. 검증된 재미있는 책에 쏠리는 것이다. 검증은 온라인을 통한 커뮤니티를 통해 가능하다.



비제도권의 문학이 탄생하는 토양

2022년에는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이 종합 1위에 올랐다. 사실 비제도권 문학의 책이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연속 오른 적은 없다. 바로 여기서 문단의 지형 변화로서 의미 부여뿐만 아니라 독서 행태의 변화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출판사로서는 ‘새로운 작가, 새로운 이야기에 목마른 독자들을 겨냥한 이색 기획’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진달래 기자의 〈분량도 자격도…단편물 틀 깨는 출판사들〉(《한국일보》, 2023. 3. 29)에 따르면, 이즈음 출판사는 ‘단 한 편의 단편소설로 한 권의 책을 구성’하는 기획을 하면서, “소설의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작가의 자격 기준도 없다. 따라서 신춘문예나 공모전 등 기존 제도를 통해 등단 절차를 밟지 않은 작가들에게도 문호가 열려있다.”는 것이다. 비제도권의 문학이 탄생하는 토양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미예, 김지혜, 김호연 같은 작가가 그랬듯, 출판계의 변화는 ‘새로운 작가 발굴로 활로를 찾으려는 것’이고, 검증은 ‘온오프라인 경계를 없앤 점’에서 충분하다. 이 같은 토양 아래 연간 베스트셀러 1위의 소설이 2년 연속 비제도권 문학에서 나오는 열매가 맺혔다고 보인다.

독서 Guide

1. 나의 기준에서 ‘기분 좋은 상상’과 ‘기발한 구상’은 어떤 것인가?

2. 비제도권 문학의 대두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가?

3. 나의 일상을 바탕으로 내가 써보고 싶은 글은 무엇인가?

책정보

달러구트 꿈 백화점

저자이미예

출판사팩토리나인

발행일2020.07.08

ISBN9791165341909

KDC813.7

서평자정보

고운기 ㅣ 시인·한양대 교수

고운기 시인 한양대 교수 이미지

‘삼국유사’와 관련된 고전문학의 다양한 면면을 연구하면서 이를 콘텐츠로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등 30여 권의 저서와, 시집으로『구름의 이동속도』 등 10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