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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다시 찾아온 여행

프랑스 작가가 본 영국신사의 여행

- 쥘 베른, 《80일간의 세계일주》

작성일: 2023.04.20

포커스 요약

1. 다시 생각하는 영국신사의 면모

2. 약속의 소중함

3. 포그가 동쪽으로 간 까닭

여행의 이유

“프라이빗 해변으로 가서 물놀이를 즐길 건데, 작가님 가능하겠습니까?”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이드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나에게 물었다.
“물놀이는 못 하지만 바닷가 그늘에서 책은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가져간 책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왜 여행하는 것일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인간의 이동 본능 때문이리라. 절대 눌러앉아 있지 못하고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는 것, 그것이 인간 삶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지역을 직접 살펴봄으로써 신선한 충격과 함께 자기 삶에 변화를 주며 그 변화로 인해 삶의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독수리에게 추적기를 달아 20년간 연구한 사람이 있었다. 계절에 따른 독수리 이동 경로가 선으로 이어지는데 주로 같은 코스를 이용하지만, 몇 번씩은 전혀 다른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보였다. 독수리조차도 익숙함이 지겨워지면 변화를 추구하는 거였다. 새로운 곳으로 날아가 보고 새로운 환경을 맛보는 것. 그것이 생명의 근본 원리인 듯했다.



여행 소설의 원조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너무나 잘 알려진 여행소설의 원조라 할 만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포그는 영국신사이며 자신이 말한 것과 약속은 목숨을 걸고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클럽 사람들과 내기하고는 ‘80일 안에 세계 일주’를 작정하고 무작정 모험을 떠난다. 기차를 이용하거나 배를 타서 대양과 대륙을 횡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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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돌아와야 하는지 잊지 않았겠죠?”
“80일 뒤 1872년 12월 21일 토요일 저녁 8시 45분. 그럼 여러분, 이만 가보겠습니다.”
8시 40분에 필리어스 포그와 그의 하인은 기차에 올라 같은 좌석 칸에 자리를 잡았다. 8시 45분에 기적이 울렸고,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 쥘 베른, 그리고 신사다움

이 작품의 작가인 쥘 베른은 포그를 통해 냉정한 영국신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영국신사는 여러 가지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페어플레이를 할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등의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작품을 쓴 쥘 베른은 젊은 시절 병인양요로 우리나라를 침범한 프랑스군의 장교였다.  그는 육지에 상륙해서 조선의 농가 곳곳을 들쑤시고 다닌 적이 있었다. 조선 농가 집집마다 《동몽선습》, 《천자문》 같은 책이 있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아 자신의 나라 농가엔 책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고백을 기록으로 남겼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에는 새로운 곳을 호기심으로 살피는 작가적 상상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는 여행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행 경험이 바탕이 된 공상과학소설을 다수 집필해 ‘SF의 창시자’로 불리기도 한다.

제국주의 강국의 침략에 힘없이 당하던 우리는 그 이후로 많은 노력 끝에 오늘날 부강한 대한민국을 이루었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는 중산층의 기준에서 신념이나 페어플레이, 혹은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게 대응하는 기질은 미진하다. 몇 평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가?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가? 등이 기준이며, 1년에 한 차례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 정도가 중산층이라고 말한다. 쿨하고 멋진 신사의 삶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여행은 설레면서 동시에 후회와 아쉬움을 남긴다. 하인 파스파르투는 방의 가스 등을 끄고 나오는 것을 잊어버려서 80일간 켜 놓는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포그는 그를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그 손실은 월급에서 깐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리고 내기에서 얻은 돈은 여행비용으로 다 쓰면서 얻은 거 없이 80일간 세계 일주를 하고 왔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여행에서 얻은 것은 무형의 자산일 뿐. 다행히 동쪽을 여행하는 바람에 하루를 번 것이 마지막 반전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오는 날 나는 가져간 책을 분실했음을 알게 되었다. 파스파르투와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괜찮다.  여행의 추억은 메모로 또한 추억으로 남았으니까…. 원래 여행은 그런 거다.

독서 Guide

1.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의 이유를 이야기해보자.

2. 세계 일주를 하게 된다면,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자.

3. 여행을 가장 잘 추억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책정보

80일간의 세계일주

저자쥘 베른

출판사비룡소

발행일2013.01.30

ISBN9788949141046

KDC아863

저자정보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이미지

장애를 아동문학에 투영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을 포함, 총 34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과거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