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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라이프’, 진실한 삶을 응원하며 보내는 가만한 위로

-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어른의 중력》

작성일: 2023.03.09

PICK1 요약

1. 쿼터라이프라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한 세상

2. 두 가지 쿼터라이퍼, 그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생생한 상담 사례

3. ‘어른의 중력’에 짓눌린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위로를 건네는 책

소개팅이나 가벼운 모임 자리야 그렇다 치고, 어떤 기업에서는 직원을 뽑을 때조차 MBTI를 묻는다고 하니, 다소 어이가 없었다. 고작 16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뭐 하나 정확한 것 없는 세상, 어지간히 기준이 필요한가 보다. 그러나 여전히 동의할 순 없어, 나는 누가 물으면 일부러 해맑게 ‘모른다’고 대답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 자신을 알고픈 욕구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심리학 서적을 일부러 찾아 읽진 않았다. 일, 관계 등을 아우르는 유용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활자로 새겨져 고정돼 버린 그 에피소드에 내 삶의 디테일을 다 집어넣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신기한 일이다. 그런 나인데, 왜 이 책은 공감해 접은 페이지 귀퉁이가 아코디언처럼 보일 만큼 가득할까. 《어른의 중력》은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한 미국인 심리 치료사가 쓴 책이다. 아마도 나는 이 책에서 충분히 ‘위로’ 받았기 때문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결과가 아닌 그 자체의 시기 ‘쿼터라이프’

‘융 심리학’(칼 구스타프 융이 창시한 분석심리학)의 전문가로서 살로메 융 심리학 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한 저자가 관심 두고 만나온 대상은 주로 20~30대다. 그녀는 이들이 통과하고 있는 인생의 특정 시기(나이로는 16~36세)를 ‘쿼터라이프 Quarterlife’라고 명명한다. 바로 이 명명의 의미가 크다.

청소년기 혹은 청년기라는 명칭이 이미 있음에도 저자가 이 시기를 새로이 이름 붙이고 정의 내린 이유는 우리가 이 시기를 단단히 잘못 대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현대 발달심리학에서 이 시기를 단지 진정한 성인이 되기 전 ‘중간 다리’ 정도로 여기고, 그 자체를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 두 번째이자 더 큰 문제는 이 시기에 요구받는, ‘어른이 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발달과업이 고정관념과 서열에 기반해 왔다는 점이다. 직업적 성공, (이성과의) 결혼, 출산, 자가 소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세상은 이 과업들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은근히 암시하고, 그렇지 못하면 ‘불완전한 성인’ 혹은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어 왔다.

저자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며, 쿼터라이프 시기는 단지 진정한 성인기를 맞이하기 전의 ‘낀 시기’가 아니라 그 자체로 뚜렷한 특징이 있는 발달기로서 ‘고유한 지침과 충실한 안내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그 목표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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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라이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만의 독립적이고 고유한 삶을 구축하는 것, 안정적이고 의미 있는 삶이 정확히 어떤 삶인지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밝혀내는 것이다. 쿼터라이프를 잘 살아낸다는 것은 ‘정상적’이거나 ‘훌륭’하거나 ‘성공적’인 것과는 관련이 없다.
 

- 45면

이렇게만 들으면 모호하고 그다지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인다. 우리는 이미 “너만의 행복을 찾으라.”거나 “네 마음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메시지를 도처에서 듣고 있지 않은가. 쿼터라이프의 목표는 뭐가 다른가? 그리고 왜 하필 쿼터라이프인가?



안정과 의미, 두 가지 유형과 그 균형

저자가 제시하는 쿼터라이퍼 Quarterlifer의 두 가지 유형을 이해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저자는 쿼터라이프 시기를 지나는 이들을 크게 의미형과 안정형으로 구분한다. 안정형은 비교적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모습으로, 사회가 정해놓은 ‘어른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유형이다. 이들은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 능하며, ‘정상적이고 안정적으로’ 보인다. 반면 의미형은 ‘사회가 성인에게 으레 기대하는 것들이 불편하거나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의미형이 문제이다. 이들은 의미를 먼저 추구하며 특별한 소질과 재능을 갖고 있지만, 일상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사회에서 기대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혹은 않는다). 의미형의 호명은 저자 개인의 이론적 성취나 어떤 학문적 의미를 갖는 것 이전에,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위로’다. 역사적으로 사회는 트랙을 따라 순순히 달리지 않는 의미형들을 외부인, 병자, 심지어는 범법자로 취급해왔지만, 저자는 이들이 단지 쿼터라이퍼의 한 유형일 뿐이라고, ‘사회의 외부인’으로 취급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어른의 삶’에서 홀로 낙오했다고 여기며 혼란과 자기 불신으로 마음을 앓는 이들이 이 말에서 얼마나 많은 위로를 얻을 것인가!

각 쿼터라이퍼는 의미형과 안정형을 양 끝으로 한 스펙트럼 중 어딘가에 위치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두 유형 모두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갖지 못한 상대 유형의 특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안정형은 의미가, 의미형은 안정이 필요하다. 둘 중 하나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진실한 삶’이란 개인이 그의 삶에서 의미와 안정, 둘 모두를 외면하지 않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고자 노력하는(자신의 진심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며, 쿼터라이프야말로 이러한 작업이 섬세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너무나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의미형은 ‘사회 부적응’의 낙인을 피하지 못한 채 좌절하고, 안정형은 의미를 잃어버린 채 살다가 뒤늦게 찾아 헤매며 ‘중년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쿼터라이퍼 네 명의 이야기를 통해

책은 이론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상담실 옆자리에 함께 앉아 지켜보는 듯 생생하고 자세한 의미형(그레이스와 대니)과 안정형(미라와 코너)의 상담 사례는 각각의 쿼터라이퍼가 분리‧경청‧구축‧통합(저자가 ‘성장의 네 기둥’이라 이름 붙인)의 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이 시기를 현명하게 통과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네 명의 쿼터라이퍼가 저자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내보인 고민을, 그리고 저자가 이들에게 건넨 애정 어리고 전문성 가득한 조언을 지면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펼치는 모든 독자에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상담에 대한 약간의 상식만 있어도 알겠지만, 치료사와 내담자, 양측 모두의 지극한 노력과 어느 정도의 행운을 바탕으로 충분한 라포가 형성되지 않으면 이처럼 유의미한 상담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자신 또한 쿼터라이프에 크게 방황했기에 이 시기를 통과하는 모든 이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나누는 저자의 지식과 경험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쿼터라이프에 삶의 좌표를 찍을 수 있게 돕는다. 수많은 쿼터라이퍼의 ‘자연스러운 혼란’을 응원하고 그들의 삶에서 안정과 의미의 균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저자의 존재는, 비틀거리며 쿼터라이프를 통과하고 있는 나에게도 아름다운 성장통을 기꺼운 마음으로 겪어낼 힘을 준다.

저자가 쿼터라이프의 연령대로 제시한 16~36세라는 숫자가 국내 실정과 꼭 맞지 않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쿼터라이프가 ‘원가족을 떠나 독립적인 삶을 도모하는 시기’라고 했을 때, 한국 사회에서의 독립은 상당히 늦은 편이다. 그러나 누구든 언제든 반드시 쿼터라이프를 통과한다. 차이를 감안하고 책이 던지는 본연의 메시지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인다면, 자연스럽게 책 속 내담자 그레이스처럼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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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이런 걸 알려주지 않을까요? (중략) 그러니까, 인간으로 사는 법이요!”
 

- 230면

독서 Guide

1. 나는 의미형에서 안정형까지의 쿼터라이퍼 스펙트럼 중 어디에 위치하는지 이야기해보자.

2. 균형 잡는 삶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3. 나의 성장통이 있다면 성장의 네 기둥인 분리‧경청‧구축‧통합으로 정리해보자.

책정보

어른의 중력

저자사이아 도일 바이오크

출판사윌북

발행일2022.12.12

ISBN9791155815632

KDC183.3

서평자정보

김소담 ㅣ 헬프엑스 여행작가

김소담 ㅣ 헬프엑스 여행작가 이미지

헬프엑스(HelpX)는 호스트를 찾아 일손을 돕고(Help) 숙식을 제공받으며(Exchange) 전 세계를 여행하는 교환 여행 방식이다. 헬프엑스로 유럽과 남미를 여행하고 『모모야 어디 가?』, 『당신이 모르는 여행』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