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북 요약
1. 사람들 사이의 교류를 분석함으로써 밝혀내는 성격
2. 성장 과정에서 형성되고 축적되는 상이한 본성들
3. 성숙해지기 위해서 키워야 하는 내면의 힘
교류 분석에 따른 자아 이론
‘이중 인격’ 또는 ‘다중 인격’이라는 말이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고, 해리성 인격 장애라는
정신질환의 다른 명칭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여러 인격을 동시에 지니고 살아간다. 인간은 긴
시간을 통해 자아가 형성되는데, 그것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의 순차적인 이행이 아니다. 오히려 각 단계가 차곡차곡
축적되어 현재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엿한 성인이 되었는데도 유치한 행태를 드러내거나 유년의 경험 세계에
갇혀 있는 모습에서 그것을 확인하게 된다.
토마스 해리스의 《아임 오케이 유어 오케이》는 교류 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을 토대로 나왔다.
20세기 정신의학의 고전 《심리 게임》의 저자 에릭 번이 창시한 교류 분석이란 내가 어떤 행동을 보여주면 상대도
여기에 반응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교류를 분석한 뒤 인간의 다양한 본성 가운데 어떤 부분이 ‘등장하는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이는 성격 이론인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다.
우리의 복잡다기한 마음이 사회적 맥락에 좌우된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관점이다. 흔히 말하는 ‘내면 아이’도
누구와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는 서로 다른 자아들이 언제나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아임 오케이 유어 오케이》는 그것을 부모 자아, 어린이 자아, 어른 자아로 나누어 생성 과정과 속성을 명료하게 밝혀준다.
세 가지 자아
부모 자아는 유아기에 아무런 의문 없이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내면화된 자아다. 인간은 무력하게 태어나
오랜 기간 양육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기에, 5살 무렵까지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대했느냐가 기본 데이터로 입력되어 평생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위험한 상황에 주의하도록 하여 생명을 지키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너무 강압적으로
익히면 강박관념이 되기도 한다. 어떤 원칙이나 전통을 맹신하거나 특정 집단에 대해 편견이 강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부모 자아가
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 자아에 맞물려 있는 것이 어린이 자아인데, 5살까지 외부 사건(대부분은 부모 행동)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반응한
내면 사건(감정)의 기록이다. 부모나 다른 어른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 기억의 저장소에 ‘나는 나쁜 아이야’ 같은 부정적인
데이터가 축적되는데, 그 시절에 느낀 좌절감이 어른이 되어서도 반복되기 일쑤다. 물론 어린이 자아에는 창의성과 호기심,
탐구심, 발견의 기쁨 등의 밝은 측면도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천진난만한 동심을 유지하고 때로 귀여운 행동을 하는 것은
그런 속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 자아는 10개월 무렵부터 자신의 의지와 생각으로 뭔가를 하면서 탐험과 시험으로 체득하고 처리된 데이터다.
이것은 부모 자아의 압력이나 어린이 자아의 두려움에 짓눌리지 않도록 그 두 자아를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업데이트하는
주체적 자아라고 할 수 있다. 어른 자아가 잘 세워져 있으면 어린 시절의 부정적 기억을 삭제하지는 못해도 전원을 차단할
수는 있다. 따라서 자라나면서 본인이 구체적 경험을 통해 현실에 대한 좋은 데이터를 많이 축적해야 한다. 주입받은 삶과
현재의 삶 사이에 모순이 적을수록 그 간극을 해결하는 데 에너지를 덜 쓰게 되고, 창의적 작업에 더 힘쓸 수 있다.
자기 긍정–타인 긍정이 되도록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을 말하는가. 자기와 타인, 긍정과 부정이라는 두 축을 교차시키면 4개 분면이 나온다.
(1) ‘자기 부정-타인 긍정’은 탄생 직후 연약하기에 자신을 주변의 어른들보다 열등시하는 상황이다. (2) ‘자기 부정-타인
부정’은 아기가 한 살쯤 혼자 힘으로 일어설 무렵 부모가 제대로 돌보아주지 않고 꾸중만 할 경우 벌어지는 마음 상태다.
(3) ‘자기긍정–타인 부정’은 어릴 때 오랫동안 신체적 학대를 당할 경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을 긍정하는
생존 전략으로 형성된다. (4) ‘자기 긍정-타인 긍정’은 앞의 세 가지와 달리 의식적으로 이뤄지는데, 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정보들이 새롭게 주어져야 한다.
사람은 이 네 가지 가운데 하나의 태도로 인생을 살아간다. (1)의 유형은 열등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세상의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성취를 할 수는 있어도 끝없는 인정 욕망이 충족되지 못해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2)의 유형은
허무주의에 빠져 자포자기하듯 살아가고 자칫 정신병이나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 (3)의 유형은 배타주의와 자기애로
특징지어지는데, 매우 독선적이고 모든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린다. (4)의 유형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조화와 협력을 잘 이끌어낸다. 우리가 바라는 가장 바람직한 분면이다.
변화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우리 안에 공존하는 세 가지 자아가 어떻게 발현되는가는 사회적 맥락에 좌우된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대화할 경우
두 세트의 세 가지 자아가 복잡하게 교차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부모와 자녀 사이 그리고 부부 사이의 여러 상황을 구체적으로
예시하면서 그 접속 패턴들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씩 살피다 보면 어떤 인간관계가 유난히 힘든 이유를 새로운 눈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관계가 일정한 상호작용으로 고착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다중 인격’을
알아차린다면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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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자아’의 힘을 기르려면 무엇보다 ‘부모 자아’와 ‘어린이 자아’의 신호에 민감해야 합니다. … 이것이 바로 내게
있는 부정적인 ‘어린이 자아’라는 걸 깨달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분노, 우울,
후회, 좌절을 느낄 때 자신에게 “왜 내 ‘부모 자아’는 ‘어린이 자아’를 혼낼까?”라고 물으면 됩니다. …
자신의 ‘어린이 자아’가 보내는 신호를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으면 상대방의 ‘어린이 자아’가 보내는 신호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의 ‘부모 자아’가 무서워도 그 사람의 ‘어린이 자아’는 사랑할 수 있습니다.
- 148~150면
이 책은 1967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에 1,500만 부나 팔렸다. 그런 영향력에 비해 한국에서는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
심리 상담이라는 영역이 점점 커지고 마음에 관련된 책들이 엄청나게 출간되어 판매되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다. 이 책은 상담 전문가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도 자아를 세밀하게 해부할 수 있는 길잡이로서 매우 훌륭하다. 이론이 복잡하지 않고 문장도 쉽다. 그러면서도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스스로 이해할 수 없고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내면의 힘들을 들여다보면서 진짜 어른으로 성숙하는 마음의 경로를
탐색하도록 이끌어준다.
독서 Guide
1. 가정에서 아이들의 어른 자아의 성숙을 가로막는 양육방식은 무엇인가?
2. 제도화된 종교는 인간의 어떤 자아를 발현시키는가?
3. 부부 사이에 행복한 교류가 이뤄지려면 무엇이 허용되어야 할까?
책정보
아임 오케이 유어 오케이
저자토마스 A. 해리스
출판사이너북스
발행일2020.06.10
ISBN9788992654579
KDC186.3
서평자정보
김찬호 ㅣ 성공회대 겸임교수
사회현상과 마음의 움직임을 인문학적으로 풀이하면서 더 나은 삶과 세계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여러
대중강좌를 통해 시민과 함께 배우는 사회학자. 『생애의 발견』, 『모멸감』, 『유머니즘』등 십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