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PICK 1 요약
1. 이야기들을 섞는 융복합의 스토리
2. 모방은 새로운 창조
3.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재미있는 만남
어린이의 상상력 집합체
어려서부터 나의 특기는 아이들 앞에 나가 동화책 읽은 걸로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빨리 한글을 깨치고 동화책을
많이 읽었던 내가 해주는 모든 이야기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동화구연이었으리라. 내가 입만 열면 아이들이 모두 집중해서
나의 이야기를 들었고, 지켜보던 선생님은 흐뭇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다녔던 학교에 초특급 스토리텔러였으며 상담사였다.
내가 읽은 수많은 동화는 내 입에서 다시금 재창조되어 아이들을 매료시켰다.
《26층 나무집》은 한 마디로 어린이들의 상상력 집합체라 해도 무방했다. 주인공인 앤디와 테리, 그리고 질은 26층짜리
나무 집을 지었다. 원래 13층이었던 나무집 위에 다시 한 번 13층을 더 올려서 26층이 된 거다. 26층 집을 만들게 된 내력과
이야기는 그야말로 엉뚱하고 창의적이고 무궁무진하다. 어린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가 이곳에 녹아 있다.
게다가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만화 같기도 하고 동화 같기도 하다. 텍스트에 질려 있는 어린 독자들에게는 그림으로 만족시키고,
그림에 빠진 아이들에게는 간간히 텍스트를 읽음으로써 문해력 향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한 마디로 이종격투기라 할 수 있고, 일종의
새로운 장르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재미있다. 요즘 아이들의 속성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러한 작가의 지혜로움이
이 책의 미덕이다.
고전 모티브와 어린이의 세태를 통해
첫째, 이 책에는 수없이 많은 어린이 고전 모티브가 등장한다. 해적과 보물을 찾는 《보물섬》, 무인도에 홀로 표류하는
《로빈슨 크루소》.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동물과 함께 어우러져 모험하는 이야기 등은 아마 우리도 한 번씩은 읽은 어렸을 때의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리라. 《피터 팬》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모든 이야기 요소가 이곳에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대부분의 모티브를 적당히 가공해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준다. 후크 선장을
악어가 쫓는다면 여기에서는 고르곤 졸라라는 물고기가 나무머리 선장을 쫓고 있다. 이들 주인공들은 낯익은 배경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바다를 모험하고, 섬에서 집을 짓는 등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상상과 갈망을 담고 있다.
둘째, 어린이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 과잉보호하는 부모의 억압, 혹은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는 어른의 행태를
그대로 그려내며, 어린이가 빠져나갈 수 있는 상상의 해방구 노릇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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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한 소년이 살았는데, 소년의 부모님은 세상을 통틀어 가장 무섭고 끔찍하고 비정한 사람들이었어. 그들은 매우 엄격했고,
온갖 종류의 따분한 규칙과 규율을 만들어서는 불쌍한 소년에게 따르라고 강요했지…. 부모님의 말도 안 되는 규칙과 규율은 끝이 없을
거라고 확신한 소년은 가출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소년은 그렇게 했어. 가출을 했지…. 소년은 온갖 종류의 집을 만드는
데는 도사가 되었지. 특히 나무집을 잘 만들었지.
- 129면
뿐만 아니다. 독자와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독자들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출판사의 책을
출간하는 과정까지 소개해 주고 있다. 한마디로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이야기 구조로 되어 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
이런 이야기의 주제를 하나로 설명하긴 어렵다. 용기일 수도 있고, 못 노는 것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고, 행복일 수도 있고,
자유일 수도 있고, 평화일 수도 있다. 이렇게 다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치 어린이들이 자신의 문제로 이 작품을 바라보게 해
주는 장점을 이 책이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독서는 아이들 마음속에 상상과 모험의 집을 하나 지어 주는 것이다. 많이 할수록 그 집의 층수는 올라가리라. 26층에서 260층이 되어
갈 수 있다. 어린이들의 무한 상상을 자극하는 책이며, 그 상상을 통해 계속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동화구연가로 이름을 날리던 어린 시절의 나는 드디어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내가 읽었던 이야기들을 마구 뒤섞는 거였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었다.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따다 마구 섞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나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더욱 열광했다.
그러한 열광과 집중,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오늘날 나를 작가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독서 Guide
1. 모험에 대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해보자.
2. 어린 시절 깊이 몰두하던 상상이 있다면 공유해보자.
3. 독서는 마음 속에 집을 짓는 것이다. 나는 몇 층 정도 집을 짓고있을까?
책정보
26층 나무 집
저자앤디 그리피스
출판사시공사
발행일2015.07.20
ISBN9788952781505
KDC843
서평자정보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장애를 아동문학에 투영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을 포함, 총 34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과거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