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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짓눌리지 않는 고요함의 지혜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작성일: 2023.02.02

이 주의 PICK 1 요약

1. 스웨덴의 엘리트 남성이 태국의 사원에서 수행하며 깨우친 단순한 진리

2. 한계 없는 지성으로 나아가며 온전해지는 삶

3. 죽음에 임박한 현자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건네는 축복

우리에게 필요한 초능력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데, 너무 힘들게 살아간다. 어떤 동물도 우리만큼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이 발전할수록 정신적 고통은 더 커지는 듯하다. 기술의 혁신으로 여러 가지 불편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불안과 불만과 불신은 오히려 늘어난다. 외형적인 풍요의 이면에 깊게 드리운 내면의 결핍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그 그림자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참 자아를 찾아 새로운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발자취는 죽비 같은 통찰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에서 그런 만남을 기대해볼 수 있다.

스웨덴의 다국적 기업에서 스물여섯 살에 임원으로 승진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가서 수도자로 입문했다. 그리고 17년간 엄청나게 치열한 수행을 마친 뒤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왔다. 그때 많은 사람에게서 질문을 받았다. 무엇을 깨닫고 달라졌느냐고. 저자는 대답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믿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고. 그것은 자신이 얻은 일종의 초능력이라고.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교 수행의 핵심적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마음을 끌고 다니는데, 그 대부분은 불행감을 자아낸다. 어찌할 것인가. 생각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것을 오래 품으면서 부풀릴지 아니면 잠깐만 머물도록 최소한의 공간만 내줄지는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조절하는 가운데, 생각을 얼마만큼 믿을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상의 이치

생각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깨어있어야 하는데, 바로 명상의 목표이기도 하다.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저자에 따르면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것은 자기 소외로 이어진다. 영감(inspiration), 열망(aspiration), 정신(spirit) 등의 단어가 호흡(respiration)과 어원을 함께 한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호흡과 생각은 둘 다 저절로 작동하지만, 우리의 의도에 따라 제어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호흡을 깊고 천천히 이어가면서 우리는 생명의 기운을 가다듬을 수 있다.

하지만 명상은 마음의 고요함을 보장하지 않는다. 잠깐은 평온해질 수 있지만, 대개는 온갖 번뇌와 망상이 튀어 올라오면서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워지기 일쑤다. 명상은 바로 그런 마음의 움직임, 세상에 불만을 쏟아내고 스스로를 비난하면서 고통을 가중시키는 에고와 홀로 마주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흩뿌려진 관심을 거둬들이고 선택한 곳으로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고통 앞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한다.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생각들의 스위치를 끄고 더 현명한 직관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생각의 질을 개선하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다.



존재는 우주와 공명한다

저자는 스웨덴에 돌아와 자신이 그동안 경험하고 깨달은 바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했다. 그런데 오십 대 중반에 갑자기 신체의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루게릭병을 진단받는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마음의 훈련과 영적인 도약에 바쳤지만, 천형과도 같은 불치병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책에는 그 일련의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늦은 나이에 만나 평생을 약속한 여인과 비통함을 나누면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장면들도 뭉클하게 와 닿는다.

저자는 극도의 혼란과 공포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면서 결국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존재의 신비를 통찰하게 된다. 그 경지에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이렇게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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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는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무심한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존재는 공명합니다. 우주는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이면에 있는 의도에 반응합니다. 우리가 내보낸 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세상은 세상 그 자체의 모습으로서 존재하지 않지요. 세상은 우리의 모습으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 275면

저자는 3년 남짓 투병하다가 2022년 초에 60년의 생애를 마감했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난다는 말 한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모든 생명은 시한부인데도, 우리는 그 엄연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죽음을 정직하게 마주할 때 깊고 넓은 지혜에 이를 수 있다. 비좁은 생각의 감옥에서 풀려나 우주의 질서에 운명을 맡기면서 더 커다란 나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온몸으로 깨우친 진리다.

독서 Guide

1. 명상을 꾸준하게 실천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가?

2. 불확실성을 직면하는 용기를 통해 영적 성장이 이뤄진 경험을 떠올려본다면?

3. 질병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몸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책정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저자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출판사다산북스

발행일2022.04.18

ISBN9791130689890

KDC220.4

서평자정보

김찬호 ㅣ 성공회대 겸임교수

김찬호 ㅣ 성공회대 겸임교수 이미지

사회현상과 마음의 움직임을 인문학적으로 풀이하면서 더 나은 삶과 세계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여러 대중강좌를 통해 시민과 함께 배우는 사회학자. 『생애의 발견』, 『모멸감』, 『유머니즘』등 십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