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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 김하연, 《시간을 건너는 집》

작성일: 2022.12.22

이 주의 PICK 1 요약

1. 정글 같은 학교

2. 시간과 인연

3. 행복은 무엇인가?

선택의 시간

2학년이 된 첫날 나는 가방을 싸 놓고 친구 석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날 석우는 끝내 오지 않았다.

석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의 가방을 학교까지 들어준 고마운 친구였다. 학교 앞 300 미터 떨어진 곳에 살던 나는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는 친구가 반드시 필요했다. 목발 짚고 다니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담임선생은 석우를 지명했다. 석우는 1년 내내 성실하게 내 가방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2학년이 되고 다른 반이 되자 석우는 미련 없이 자신의 임무를 내려놓아 버렸고,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

《시간을 건너는 집》에서 필자는 4명의 주인공을 설정해 놓았다. 네 명의 주인공 모두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이다. 선미는 엄마가 말기 암을 앓고 있다. 자연이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다. 이수는 자신을 싸이코패스라 믿고 있으며, 강민이는 남들보다 좋은 환경에 살고 있는 신비로운 아이다. 그들은 흰 운동화를 신으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집에 모일 수 있다. 그 집 안에 있는 방에 들어가면 과거나 현재나 미래로 선택해 갈 수 있다. 환타지이다.

그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이 오기까지 아이들은 세 가지 시간을 정해야만 한다. 아이들은 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친해질 기회도 주어진다. 가고 싶은 곳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문제를 끌어안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고, 현재에 남을 수도, 미래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문을 선택해야 할지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이 주어진다.



외로움의 반작용, 시간의 집

이 작품에서는 요즘 우리네 학교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집단따돌림과 성적 혹은 가족의 문제 등으로 4명의 주인공들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적당히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생존의 문제로 고통 받는다. 공통점은 네 아이가 모두 다 외로운 아이들이라는 사실이다. 그 외로움의 반작용인지 ‘시간의 집’에 모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있다.

하지만 어느 소설이든 사건은 벌어지게 마련. 학교 폭력을 당하는 자영을 돕기 위해 이수가 나서고 끔찍한 사건을 벌이고 만다. 가해자를 칼로 찌른 것이다. 일견 잔인하고 끔찍해 보이지만, 이것이 오늘날 학교의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할 개연성 있는 사건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입시위주 교육의 폐해로 학교는 이미 정글이 되어 있다. 쌓인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 아이들은 집단따돌림으로 화를 분출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독여주지 못한다. 세월은 흘러가고 이들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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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솔직히 미래의 문이든 과거의 문이든, 어디로도 들어가고 싶지 않아. 1년 반만 버티면 대학생이 되는데 과거로 돌아가면 지긋지긋한 공부를 또 해야 하잖아. 지금 마음 같아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생이 되어 있게 해주세요, 라고 쓰고 미래의 문을 열고 싶은데 그런 소망은 들어주지도 않을 테고.…
 

- 53면

이것이 청소년의 현실이다. 과거나 미래나 현실, 모두 행복하지 않은 것.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어른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삶의 길을 걷다 보면 알게 될 것들

다행히 중요한 것은 작품이 끝난 뒤 이들은 모두 따로따로 모여 왔지만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새로운 시간에서 만났고, 각자 행복을 찾아 나선다. “삶의 길을 걷다 보면 손을 잡고 함께 온기를 나눌 사람들이 분명히 만나게 될 거야.”라는 주인공의 말이 그나마 희망이 된다.

청소년기의 친구가 입시 경쟁자가 되면 시험문제나 지식을 나눌 수 없는 관계가 된다. 그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친구를 사랑하고 위해 주고 아낄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이 땅의 청소년들이 시간의 문을 고를 때 현재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석우가 사라진 내게 새로운 친구들이 나타났다. 1학년 때 한 반이었던 몇몇 아이들이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고, 그들은 나와 함께 어울려 나의 가방을 들고 우리 집까지 와주었다. 나는 어느 한 사람의 신세를 지는 관계가 아니라 주변 친구들과의 우정 공동체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데일 카네기가 말한 ‘인간이 가진 최고의 능력은 바로 친구를 사귀는 능력’이라는 말이 맞았다.

독서 Guide

1. 지금 과거, 현재, 미래로 갈 수 있는 문이 놓여있다. 어떤 문을 선택할 것인가?

2.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

3. 지금 생각나는 나에게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면 누구인가?

책정보

시간을 건너는 집

저자김하연

출판사특별한서재

발행일2020.11.25

ISBN9791188912919

KDC813.7

서평자정보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이미지

장애를 아동문학에 투영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을 포함, 총 34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과거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