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1 요약
1. 최재천 교수가 생각하는 공부의 뿌리, 시간, 양분, 성장, 변화, 활력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
2. 30분 단위 시간 활용과 해야할 일을 일주일 앞당겨 마무리하는 습관을 통한 노력
3.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인간이 글을 통해 소통하며 방대한 지식을 쌓아왔기 때문
무턱대고 나눈 최재천 교수와의 이메일
최근 법학 논문의 제목으로는 매우
낯선 ‘잉여(剩餘)’라는 논문을 탈고했다. ‘빅테크와 양봉업자’라는 부제(副題)가 더해지면 어떤 논문일지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 양봉업자가 꿀벌이 모은 꿀을 가로채듯, 인터넷 이용자들의 인지잉여(cognitive
surplus)—‘좋아요’, ‘방문기록’, ‘맛집 후기’ 등—를 빅테크 플랫폼이 무상으로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
단기간에 GAFA (Google, Apple, Facebook, Amazon)라는 초거대 기업을 이룬 것을 비판한
논문이다.
어렴풋이 플랫폼과 이용자의 관계가 양봉업자와 꿀벌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어느 날, TV 자연다큐에서 토종꿀 채취업자가 목청을 채취하면서 다 걷지 않고 일부를 남겨두어 토종벌이 계속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게 한다는 장면을 보았다. 눈이 확 커졌다. 이때부터 쓰던 논문을 중단하고 생물학 책을 뒤져보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손을 뗀 생물인데 갑자기 찾는다고 찾아질까?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불현듯 최재천 교수가
떠올랐다. 주위에 최 교수를 알 만한 사람을 찾고 그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했다. 그런데 지지부진했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퇴짜 맞으면 뭐 그만이지, 무턱대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그에게서 답신이 왔다. 그와
나눈 이메일 대화를 여기에 가져온다.
일면식도 없는, 그것도 전공이 다른 학자에게 타박하지 않고 눈높이에 맞춰 회신해준 그에 고마움을 느꼈지만, 그보다는 보통
유명하거나 바쁜 사람이 아니라 의아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이 책 《최재천의 공부》를 읽으면서 왜 그런지 알게 됐다.
도전정신으로 꽃 핀 학문세계
최 교수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하버드대학의 윌슨 교수를 만난 과정을 소개한다(120~124면).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하는 중에 윌슨 교수를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썼다. 이를 본 미국인 친구에게
‘미쳤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만두지 않았다. 최 교수는 그 무렵 배웠던 영어표현, “You never know
until you try.”(우리는 해보기 전에 절대 알 수 없어)를 실천했다. 편지에 윌슨 교수가 관심 가졌던
DMZ(비무장지대)에 대한 내용을 썼는데, 면담 시간 15분을 넘기지 않는 그와 무려 2시간 넘게 대화를 했고, 결국
하버드 박사과정에 입학으로 이어졌다.
최 교수의 도전 정신은 사실 미국에 가기 훨씬
이전부터 발동됐었다. 대학생 때 전공(동물학과) 공부에 흥미를 못 느꼈는지, 아니면 자신의 적성을 탐구하려고 했는지,
아나운서가 되려고 당시 유명했던 봉두완 아나운서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고, 외교관에 대한 관심으로 무턱대고 스페인 대사관에
갔다가 만난 대사의 수행 비서를 하기도 했다. 대학 1학년 때였다.
그런데 이 책은
성공스토리만 들어 있지 않다. 이른바 ‘수포자’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던 그가 수학을 필요로 하는 생태학을 전공하게 된
이야기(“수포자에서 수학 천재로 거듭나다”, 59~67면)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잠재성을 발굴해내지 못하는 우리 교육에
대한 비판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격려이다.
최 교수 스스로 자신은 공부를 잘하지 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겉으로만 보면 경복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하버드에서 박사까지 받은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님을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화려한 이면에는 또래 집단에서 뒤처지고
그래서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그의 소회가 담겨 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오히려 《동물행동학 백과사전
Encyclopedia of Animal Behavior》의 총괄 편집장이 될 때까지의 여정은 편한 길이 아니었다.
이 책은 6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생물학자답게 공부의 뿌리-시간-양분-성장-변화-활력 의 순서로
되어 있다. 장별로 각기 주제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저자의 연대기 같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
학문의 길을 가는 교수나 교육자(교육행정가 포함) 등 모두 자기에게 해당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인상 깊었던 몇몇
부분을 소개한다.
공부의 뿌리 :
누구나 꽃피울 잠재력이 있다
경복고등학교 시절 수학은 못하고 국어는 잘하는 이과
학생, 화학은 극혐했던 학생이 부친의 뜻에 따라 법대에 지원하려다가 학교에서 원서를 써주지 않아 의대에 지원했으나 수학
때문에 낙방하고(46-51면), 세 번 만에 서울대에 그것도 ‘똥물학과’ – 최 교수는 계열별 모집할 당시 서울대
동물학과는 커트라인이 최하위여서 ‘똥물학과’로 불렸다고 쓴다 –에 진학한다.
국내에
있을 때는 ‘어머니의 혀’로 공부했고,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것은 미국 땅을 밟으면서라고 한다(46~47면), 수학을
그렇게도 싫어했던 그가 미국 대학원에서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수학으로 강의했고 수학천재라는 소리를 듣게 된 이야기에서
우리의 교육방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게 된다. 필자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수학을 아주 잘하지는 못했어도 도형, 기하
등에서 흥미를 느끼곤 했다. 최근 도서관에서 유클리드 기하학 책을 빌려보기도 한다. EBS에서 하는 ‘수’에 관한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본다. 공부를 업으로 하는 길을 가다보니 수학이 얼마나 멋있는 과목인지 생각할 때가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이 어떤 쓸모가 있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누군가 한 번이라도 알려줬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최 교수 글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시험과 평가가 달라지면 교육이
달라지게 된다는 최 교수는 귀국 후 강단에서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 매
학기가 끝나면 학생들 간에 모임이 만들어졌다(67~71면). 놀랍지 않은가? 좋은 책이란 읽으면서 자신에게 적용해보는
책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과연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일까 자문자답해 본다.
최 교수는
‘잘 가르치는 사람’이다. 서울대, 이화여대에서 베스트 티쳐, 하버드 베스트 조교로 선정된 경력이 이를
말해준다(69면). 흔히 교수의 직분을 연구하는 사람으로만 자리매김한 나머지 가르치는 것에 등한시하는 경우를 본다. 필자
역시 대학생 때, 두 번 수강신청했다가 두 번 다 철회한 과목이 있다. 얼마나 그 과목에 관심이 있었으면 두 번이나
수강신청을 했을까마는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여 끝까지 수강하지 못한 데는 물론 기본적으로 필자의 탓이었겠지만, 교수가
배움에 열의가 있는 학생 한 명을 이해시키지 못했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필자의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 중에 최소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일만은 만들지 말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공부의 시간 :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간다
최 교수는 어렸을 때 부산스러운 아이였다고 추억한다(77면). 학자로서도 구멍이 뻥뻥 뚫린 삶을 살아왔다고
자백한다(81면). ‘공부가 이루어져 가는 과정’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건너뛰는 식이 있다는
것인데(82면), 물론 최 교수는 후자에 속한다. 필자는 최 교수의 공부 방식을 이해하고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정보량이 폭증하는 한편 전문화는 종잇장처럼 얇고 깊어지는 상황에서 전문화를 따르다가는 큰길을 잃기 쉽고 넓게
본답시고 대충 훑다가는 조금이라도 전문분야에 겹치는 논제라면 전문가에게 말도 붙여보지 못하고 따돌림당하기 쉽다. 어느 한
분야에 천착하여 거의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주변을 살피고 멀리 내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스승(윌슨)이 쓴 원작『Consilience』보다 『통섭』이란 번역서로 더 유명해진 최 교수의 학문방법론 ‘통섭’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190면). 때로는 직진하지 않고 에둘러 가는 것이 더 깊이, 멀리 갈 수도 있다. 1층부터
3층까지 바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다른 건물로 올라가 4층에서 건너편 3층의 구조를 더 잘 볼 수
있다(145-146면)는 것은 이를 두고 말한 것이 아닐까. 최 교수가 이름만으로도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각 분야별
대가들, 김훈(102면), 승효상(216면), 김정운(223면), 유현준(239면) 등과 소통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었다.
심지어 그는 하버드대학 기숙사 사감이었던 아내의 부탁으로 레너드 번스타인이 참여하는 음악 평론 자리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155면).
최 교수는 자신의 성정을 ‘부산스럽다’는 표현으로 솔직하게 썼지만,
이 책을 읽고 최 교수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떠올리라면 ‘경직성’이라고 생각한다. 망 칠십이 되었어도 최 교수의
뇌는 여전히 말랑말랑하여 도무지 딱딱해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창의성이란 배움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다는 그의
말(178면)은 자녀가 걷기 시작할 때부터 ‘창의성 교육’을 하러 학원을 기웃거리는 우리네 풍토를 되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필자는 최 교수의 시간 활용법을 읽고 많은 것을 배웠다. 30분 단위로 쪼개서 계획을 짜고
활용하며 하루 전날 다음 날의 스케줄을 확인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는 해야 할 일을 1주일 전에 끝낸다는 것에서
그가 그렇게 많은 일을 차질 없이 하는 비결을 알게 됐다. 인터뷰어(안희경)의 지적처럼 필자도 마감 1초 전까지 일을
하는 못된 습성이 있다. 뇌과학자들의 말처럼 마감 시간 직전에야 세로토닌이 분비돼 ‘그분’이 오신다는 경험이 습관으로
고착된 것이다. 최 교수도 그렇게 살아오다 그 ‘비극적 악순환’(100면)을 끊고 마감일을 스스로 1주일 앞당겨 일을
한다고 한다. 그 결과 자신이 쓴 글은 최소 50번 정도 더 읽으면서 고친다고 하니 자신의 글에 토씨 하나 건드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그의 자부심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113~115면).
공부의 양분 : 읽기 쓰기 말하기
마감일에 앞서 미리
쓰기, 그리고 하버드대학의 윌슨 교수에게 편지 보내기 등, 최 교수의 글쓰기는 매우 매력적이다. 특이한 것은 1분 이상
전화하는 법이 없고 대부분의 소통을 이메일과 문자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고보니 필자와의 소통도 이메일을 통해서였다.
수많은 이메일 요청(강연, 원고청탁 등)에 대해 단 한 줄이라도 반드시 답신한다는 그의 말에서 소통의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한다(118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비법으로 미리 쓰는 것 외에 반드시 소리 내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114~115면). 필자도 자주 쓰는 방법인데, 송고 버튼을 누르기 전에 마지막 단계에서 소리 내
읽어보는 것은 독자에게 편한 글이 될 수 있다.
최 교수는 글쓰기를 자신의 생각이
자리 잡는 작업이라고 말한다(130면). 사르트르는 『말』에서 아는 것을 말하고, 모르는 것을 쓴다고 했는데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된다. 모르는 것을 쓰기 때문에 쓰면서 공부가 많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최 교수는 독서를 ‘빡세게’ 해야 한다고 한다(144면).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인데, 말 그대로
독서는 책과 ‘씨름하는 고된 작업’이다(146면). 물론 전문적 영역에 해당하는 말이다. 위에서부터 고개를 끄덕이듯
읽거나 ‘X’ 자로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그리고 반대로 두 번 눈으로 긁어도 시선에 걸리작거릴 게 없는 글이
얼마나 많은가? 글을 쓰는 입장에서 필자 역시도 내 글을 줄자를 대고 한줄 한줄 읽어야 할 정도로 의미있는 문장,
유익한(informative)한 글을 쓰려고 한다. 눈에 밟히는 단어, 문장 하나를 조탁(彫琢)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글
쓰는 이의 숙명 아닐까?
공부의 성장
: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최 교수는 자신이 직접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자에서 제자를
양성하는 쪽으로 연구의 방향을 선회하는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회한이 있었으나 이제는 많은 유익이 있음을 진솔하게 펼치고
있다. 학자가 직접 연구하지 않고 제자들과 협업 또는 논문지도라는 형태로 연구 스타일을 바꾸게 되면 흔히 연구력이
떨어졌다거나 학자로서의 더 이상 발전을 포기한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최 교수는 그런 시선이 있음을 알면서도 수용한
것(193~198면)은 연구비가 충분히 지원되지 않는 한국의 상황에 기인한 것이지만, 오히려 이를 떳떳하게 밝히고
제자들을 세워주는 데서 그의 학자적 면모를 새롭게 읽게 된다.
이 점에서 저작권법과
표절론을 연구하는 필자로서, 입에도 담기 싫은 ‘제자 논문 가로채기’, ‘논문 상납’ 등의 관행이 여전히 판치고 있는
세태 가운데, 서울대 장대익 교수와의 공저 책에서 저자 표기를 ‘장대익, 최재천’으로 하지 않고 ‘장대익 옮김, 최재천
감수’로 고집했다는 일화는 매우 신선하다. 출판사의 기획대로 하면 “최재천이 한 것이 됩니다. 장대익은
죽습니다”(207면)라고 했다는 그의 말은 필자의 『표절론』 개정판에 담고 싶을 정도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았어도 이
책에서 삐뚤어진 우리 학계(아카데미아)를 죽비로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공부의 변화 : 섞이면 건강하고 새로워진다
최 교수는
자신을 학력 세탁자라고 한다(254~255면). 계열별 모집 때 최하위권이었던 동물학교(똥물학과) 출신에다가 학부 성적이
초라했음에도 하버드 간판 덕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경기고등학교 출신으로 ‘수석’ 자가 붙어있는 오세정
교수(현 서울대 총장), 임지순 교수 등과 서울대 대학홍보위원회를 함께 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자기가 한국에서 공부했다면
끼지도 못했을 텐데, 미국에서 학력 세탁을 하고 돌아오니 이 자리에 앉게 되었다고 너스레를 한다. 오세정 교수의 말을
빌려 자신이 지금은 세계적인 학자가 되어 결코 뒤지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대에
대한 비판이다.
최 교수가 소개했고 필자가 속해있기도 한 법률계와 학계는 학벌주의에
빠져 있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255~256면). 최 교수 말대로 커뮤니티 칼리지 ~ 퍼듀학교 박사 ~ 하버드 교수가
가능한 것이 미국이고 그런 섞임이 미국 학문의 경쟁력을 낳았다는 최 교수의 말(253면)은 우리 교육계와 학계가 꼭
들어야 할 말이다.
하버드 대학 입시사정관을 다년간 하면서 터득한 ‘거름이 될
잡초’(245면) 선발 이야기를 통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하버드 기숙사 룸메이트, 영화 배우
토미 리 존스가 단지 거름인 잡초가 아니라, 그가 있었기에 고어가 환경문제를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맷 데이먼, 내털리 포트먼 같은 헐리웃 배우가 된 하버드 입학생도 마찬가지다(247면). 그들이 헐리웃에서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하버드의 다양성 존중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기여 입학, 소수자 입학 배분 같은 것은
여전히 금기어이지만 귀담아 들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생물학자가 아니면 말하기 힘든,
“인간은 출발선을 들고 다니는 동물이다.”(228면)는 것은 인간이 침팬지와 99% 유전자를 같이 하는데도 지식의 양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은 글을 통해 서로 소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의 필요성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소통이 학문의 발전을 가져오는 핵심인데, 학벌주의가 소통을 방해한다면 철폐해야 하지 않을까?
공부의 활력 : 손잡아야 살아남는다
밥심과 소통, 함께 밥 먹어주고 짧은 침묵의 불편함을 참아 말하게 해주는 것이 학생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다(277~282면).
이 책은 최재천 교수 혼자 쓴 것이 아니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묻고 답하는 형식의 인터뷰 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안희경만큼 좋은 인터뷰어(Interviewer)를 본 적이
없다. 구석구석에 들어 있는 상대방(interviewee)의 생각을 끌어내는 기술은 인터뷰어의 역량에 달려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안희경 없이 나오기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경향신문 등에서 안희경이 대담한 글 몇 편을 읽었는데,
대표적으로 마사 누스바움 인터뷰 기사를 접하고 바로 누스바움 책을 구입해 읽은 적이 있다.
공부에서 체력은 빠뜨릴 수 없는 덕목이다. 최 교수는 연희동 자택에서 연세대 캠퍼스를 통과해 이화여대까지 빠른 걸음으로
출퇴근한다고 한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연희동에 거주하는 필자 역시 걸어서
출근하는데, 글로 만났던 최 교수를 언젠가 캠퍼스 안 숲길에서 만나는 행운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책정보
최재천의 공부
저자최재천, 안희경
출판사김영사
발행일2022.05.18
ISBN9788934943457
KDC370.4
서평자정보
남형두 ㅣ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로스쿨에서 저작권법을 가르치고 있다. ‘정직한 글쓰기’와 관련된 『표절론』, 문학·예술과 관련된
『문학과 법』(편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문화산업,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등에 관한 논문, 여러 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