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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몸과 마음의 양식

- 프란치스카 비어만, 《책 먹는 여우의 여름이야기》

작성일: 2022.12.01

이 주의 PICK 1 요약

1. 시리즈물의 힘

2. 모험과 보물에 대한 로망

3. 책은 먹을 수 있는 물건이라는 상상력

책을 먹는 상상

마음의 양식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습니다. 또 몸의 양식은 먹을 때마다 돈을 내야 하지만 마음의 양식은 도서관에 가면 무료로 빌려줍니다. 그리고 몸의 양식은 한 번 먹으면 서너 시간 뒤에 다시 먹어야 하는데 마음의 양식은 한 번만 잘 먹으면 평생 나의 마음속에서 영양분을 줍니다.
 

학교에 강연 가서 독서를 강조할 때 해주는 나의 멘트이다. 독서가 그만치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과 몸을 살찌우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개개인을 고귀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진짜로 책을 먹는 상상을 하고 있다. 주인공 책 먹는 여우는 자신의 서재에 수많은 이야기의 장르들을 준비해 놓고 책을 음식으로 먹어치운다. 낭만 이야기, 시간 여행, 작가수첩 등이다. 이런 책들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맛있게 먹는다. 그러다 ‘섬 그리고 모험’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스토리를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 외딴 섬 ‘이졸라 아그네스’에 들어가는 것이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의 모험, 혹은 보물, 외딴 섬 등의 이야기 코드는 정말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이다. 주인공 책 먹는 여우는 이곳에 가져가려고 수첩 같은 자신의 개인 용품을 준비한다. 이야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에는 크나큰 장비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그는 프라이데이라는 앵무새 박사를 만난다. 그녀는 체크무늬 앵무새를 찾아 섬으로 가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 섬에서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



참신한 상상과 독특한 스토리

책을 먹는다는 상상은 참으로 참신하다. 마음의 양식과 몸의 양식을 비교해 보았지만, 여우가 책을 먹음으로써 그 책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상상이다. 어린이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제고시키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섬은 독특한 스토리로 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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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공포의 해적이라고 알려준 최 고고고조할머니 아그네스의 일기장이에요.
이졸라 아그네스 섬은 사실 여자 해적들이 숨어 사는 곳이었어요.
 

- 53면

이 책은 해적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러면서 재미있게 현대화시켜 놨다.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보물은 없었지만 모든 이야기책에 나오는 단서는 있다. 해적 아그네스 일기장이 그것이다. 일기장을 통해서 그들은 보물을 찾아내게 되고, 결국 그 보물을 통해 어린이들의 로망을 실현시켜 준다.

수없이 많은 보물들을 찾아냈지만 그것은 사실상 훔친 물건이기에 자신들이 독차지할 수는 없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공식이 있다. 부당하게 얻은 재물은 반드시 영화의 마지막에 놓치게 되거나 허무하게 잃어버리는 그것이다. 부당한 이득을 권하고 사람들에게 모방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힘들게 찾은 보물은 국가에 귀속된다.



그리고 분명히 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것은 이 보잘 것 없는 섬이 이곳에 온 주인공들 모두를 충족시킨다는 사실이다. 보물 상자 안에 수백 년 동안 보관되어 있던 알이 부화하여 체크무늬 앵무새가 발견되었다. 이는 프라이데이 박사의 큰 기쁨이다. 또한 황폐한 섬이 가진 멋진 스토리가 널리 퍼지면서 흥미진진한 모험이야기가 널리 퍼진다. 이로 인해 섬의 주인인 호세의 호텔은 밀려드는 예약에 눈코 뜰 새 없게 되었다. 물론 주인공 책 먹는 여우는 원했던 섬과 모험의 이야기를 원 없이 즐겼다.

어린 시절 우리는 해적, 보물, 섬 등에 대한 로망을 가졌었다. 다 크고 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해적이 숨겨 놓은 보물이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면 너무 실망이 큰 게 아닌가. 아니다. 뭔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분명히 있다. 그것은 바로 보물의 이야기를 읽고 그런 상상력과 낭만을 키워온 어린이들 자신이 보물이 되는 과정이다. 좋아하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자신을 가꾸는 노력.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집념.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믿음으로 자신을 보물로 만들고, 자신을 가치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몸의 양식과 마음의 양식을 골고루 먹는다면 이 또한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어느 날 나 자신이 보물이 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도 멋진 일이니까.

독서 Guide

1. 지금, 어떤 책을 먹고 싶나요? 그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2.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책이 있나요?

3.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책정보

책 먹는 여우의 여름 이야기

저자프란치스카 비어만

출판사주니어김영사

발행일2022.07.18

ISBN9788934951056

KDC853

서평자정보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이미지

장애를 아동문학에 투영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을 포함, 총 34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과거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