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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으로 응시할 때, 회복은 온다

- 김찬호, 《대면 비대면 외면》

작성일: 2022.11.24

이 주의 히든북 요약

1. 마음을 내기 어려운 사회, ‘삶의 회복’을 위해 꼭 곱씹어 읽어야 할 책

2. ‘마음’에 대한 노련한 사회학자의 통찰 : 대면의 반대말은 ‘비대면’이 아닌 ‘외면’

3. 적절하게 배치되어 이해를 돕는 국내외의 익숙하고 참신한 사례들

팬데믹이 바꿔놓은 우리의 일상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처음으로 시도해보고 아주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경험이 있다. 바로 온라인 요가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네 언니들과 아쉬운 마음에 쥐어짠 고육지책이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약속한 시간에 각자 집에서 요가매트를 깔고, 화상회의 시스템에 접속해 유튜브 요가 영상 화면을 공유하며 요가를 시작했는데…, 어라, 요가란 꼭 한 공간에 모여서 해야만 하는 건 아니란 걸 깨달았다.

더 놀라운 건, 그렇게 만나는 시간의 밀도가 꽤 높다는 사실이었다. 우린 요가를 마친 뒤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화면 속 상대의 안부를 물었고, 수다 속에서 생활 정보를 공유했다. 눈앞의 일주일, 한 달을 살아내며 그 답답한 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던 건, 돌이켜보면 화면을 타고 전해진 다정함 덕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의 일상은 아닌 듯하지만 참 많이 바뀌었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거리두기가 언제 다시 시행되어도 당황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고, 조금이라도 이마가 따뜻하면 약속을 미루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가 되었다. 이렇듯 늘어난 비대면이 해방감과 동일시되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 실낱같던 연결고리마저 끊어지며 누군가는 무관심 속에 스러져갔다. 세상 모든 일에 양면이 있기 마련이지만, 팬데믹 이후 전반적으로는 사람들 사이 교류와 소통이 줄어드는 ‘사회적 불황’이 더욱 심화되었다고, 통계는 가리킨다.



대면 비대면 외면

《모멸감》, 《유머니즘》 등의 저서를 통해 우리 사회를 읽어내고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온 인문적 사회학자 김찬호(성공회대 초빙교수)의 신간 《대면 비대면 외면》은 이러한 위기 속에 쓰였다. 얼핏 언어유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제목은 저자가 시대의 현주소를 짚어내는 과정에서 길어낸 세 개의 키워드로 구성, 책의 주제를 오롯이 담고 있다.

대면의 본질을 탐구하고(1장) 갈수록 다채로워지는 비대면 세계의 이모저모를 살피는(2장) 과정을 통해, 저자는 대면과 비대면이라는 단어만으로는 현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린다. 비대면이라 하더라도 ‘충만한 대면’을 경험(온라인 요가 사례처럼!)하는가 하면, ‘한 공간에 머물러 있어도 각자 다른 세계에 빠져 있다면 사실상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대면의 반대말이 ‘비대면’이 아닌 ‘외면’이라 역설하면서, 문제의 핵심으로 마음의 부재를 짚는다.

대면이냐 비대면이냐,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내 앞에 있는 누군가를 온 마음으로 응시하는 것’, 그것은 대면 여부와 상관없이 ‘정성’을 다해 그 시간을 대하는 것을 뜻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4부), 마음이 깃드는(또한 깃들어야 하는) ‘회복의 시공간’(5부)을 살피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은 노련한 사회학자가 짚어낸 ’마음‘의 문제는 이 시대를 사는 모두가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마음을 흩뜨리는 요소들이 판을 치며 애초부터 마음이란 것을 내기조차 어렵게 디자인되어가는 사회다.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는 극소수이며, 우리 대다수의 마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 저자는 ‘주의력을 조절’하고 ‘대상을 따스하게 응시’하는 감수성과 안목을 키우며, 보이는 것을 넘어 본질을 꿰뚫어 보기 위한 ‘섬세한 관찰력을 기르기’ 위해 의식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멀리 있지 않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

읽다 보면 새로운 내용도 아닌데 싶기도 하다. 갑질이나 혐오 행위부터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모습까지, 저자가 제시하는 사회적 ’외면‘의 사례들은 언제든 곁에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니 하고 가볍게 흘려버렸던 이 현상들을 저자는 하나하나 길어내고 가지런히 배열‧정리하여 하나의 굵직한 흐름으로 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궁극적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국내외를 아우르며 수집된 사례들의 적절한 배치가 이해를 돕는다.

책을 여러 번 읽었다. 다시 펼쳐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을수록 새로이 솟아오르는 ’마음‘을 음미하며, 가을 낙엽을 떠올리게 하는 부드러운 갈색의 책 표지를 덮었다. 표지 사진엔 점잖게 차려입은 남자 어린이가 자신의 키만 한 석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석상은 외계인 ET처럼 생겼는데, 얼굴이 있고 눈과 코, 입 비슷한 것을 갖춘 모양이 사람과 퍽 닮았다. 어린이는 신기하다는 듯 석상의 얼굴을 들여다보지만, 석상은 미동도 없다.

대면하고 있으나 서로에게 가닿지 않는 둘을 보면서 생각한다. 나는 오늘, 내 시선이 닿은 그이를 얼마나 정성으로 대했는가.

독서 Guide

1. 나의 비대면 경험을 나눠 보자. 그것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설명해 보자.

2. ‘대면의 반대말은 비대면이 아니라 외면’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생각을 나누어 보자.

3. 오늘 경험한 외면의 사례를 한 가지씩 소개하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책정보

대면 비대면 외면

저자김찬호

출판사문학과지성사

발행일2022.10.07

ISBN9788932040554

KDC331.1

서평자정보

김소담 ㅣ 헬프엑스 여행작가

김소담 ㅣ 헬프엑스 여행작가 이미지

헬프엑스(HelpX)는 호스트를 찾아 일손을 돕고(Help) 숙식을 제공받으며(Exchange) 전 세계를 여행하는 교환 여행 방식이다. 헬프엑스로 유럽과 남미를 여행하고 『모모야 어디 가?』, 『당신이 모르는 여행』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