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PICK 1 요약
1. 진화론의 적자생존은 생존경쟁이 아니다
2. 영리한 지능의 사회적 기반 세워야
3. 혐오와 적대를 멈추기 위한 평화적 방법의 모색이 필요
경쟁은 풍요를 낳는가?
어느 워크숍에서 강사가 재미있는 프로그램 하나를 내놓는다. 50명의 참가자들에게 풍선을 하나씩 나눠줘
불게 한 다음 거기에 자기의 이름을 써넣는다. 그런 다음 옆에 있는 빈방 안에 그것을 모두 집어넣는다. 그리고
제한된 시간 안에 각자 자기의 풍선을 찾는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참가자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풍선을 뒤적이지만 서로 부딪히고 발을 밟고 우왕좌왕하기만 한다. 자기
풍선을 찾아낸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자 이번에는 강사가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아무 풍선이나 하나씩 집은 다음에,
거기에 쓰여 있는 이름을 확인하고 주인을 찾아가 건네주는 것이다. 그렇게 했더니 순식간에 모두 자기의 풍선을
손에 쥐게 되었다.
경쟁이 당연시되는 세상이다. 구매 행동에서 민첩한 사람이 좋은 물건을 손에 쥐고, 교육과 입시에서는 상대
평가로 줄을 세우며, 직업 세계에서는 업체들끼리 그리고 개인들끼리 치열하게 실적을 겨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쟁을 통해서 효율이 높아져서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여긴다. 그런 측면이나 상황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시야를 넓게 확장하면 그것이 부분적 진실임이 드러난다. 인류가 지금의 문명을 성취하기까지의 장구한
여정을 돌아보면, 여럿이 협력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그런
관점에서 인간의 생존 비결을 진화론적으로 밝혀내는 책이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까닭
이 책의 원제는 ‘Survival of the Friendliest’로, 찰스 다윈이 말한 ‘Survival of the
Fittest’를 패러디한 것이다. ‘적자생존’이라고 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식물과 동물이 살아남기 위해서 자리를
다투고 상대를 짓누르거나 쫓아내는 모습 아닐까? 그런 이미지는 산업사회의 세계관이 투영된 것일 뿐, 정작 다윈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종의 기원》의 개정판에서 적자생존의 개념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렇게 덧붙인 바 있다. “긴
인류 역사에서 (그리고 동물의 역사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상황에 적응하는 법을 배운 종만이 번성했다.”
오랫동안 생물학을 지배해온 경쟁 패러다임은 자연의 법칙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현생 인류가 지금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과정을 보자.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신체 기량이
뛰어났고 두뇌도 더 컸다. 그래서 7만 5천 년 전에는 향후 1,000년 동안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도 그들이
멸종한 이유는? 그들은 두뇌의 많은 부분을 몸을 움직이고 시각을 사용하는 데 사용했다. 반면에 호모사피엔스는
생각하는 힘을 키워서 초강력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타인과의 친화력을 키우면서 협력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쪽으로 두뇌를 사용했다.
인류의 특이함은 다른 유인원과의 비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예를 들어 침팬지 무리에서는 하나의 공동 목표를
위한 의사소통, 역할의 분담, 아이디어의 전달과 전승이 불가능하다. 반면 인간은 아기 때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면서 복잡한 인간관계와 문화에 입문한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
2세의 사람 아기는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뇌를 가지고도,
훨씬 성숙한 뇌를 가진 유인원들보다 우월한 사회적 기술을 보인다.
4세가 되면 사람 아기가 모든 과제에서 다른 유인원 아기들을 능가했다.
물이 든 컵을 쏟지 않게 멀쩡히 내려놓을 줄도 모르고
때맞춰 화장실에도 갈 줄 모르는 그 아기가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읽을 줄 아는 것이다.
- 152~153면
폭군에게 놀아나지 않으려면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성취해온 인류가 지금 그 어느 종(種)보다도 난폭한 사회를 만들어낸
것은 아이러니다. 저자가 보기에 그것은 인구 집단이 커지면서 교활한 독재자가 하위집단 사이의 싸움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폭군은 갈등을 일으켜 자기 같은 지도자를 갈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동과 조작은 인터넷을
통해 더욱 쉽게 이뤄진다. 사소한 차이를 부각시키면서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다른 견해를 증오하면서 박멸하려는
충동이, 서로 돕고 기대면서 성장하려는 열망을 압도하고 있다.
극단으로 흐르는 비인간화의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도적인 입장을 가진 다수의 시민들이
손을 잡고 세상을 바꿔가야 하는데, 그 방법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폭력이 아닌 평화 시위를 했을 때 폭압적인 국가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4배나 더 높다고 한다. 비폭력적으로 항거할 때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이 많아질 수 있고,
시위가 성공했을 때 민주적 체제가 수립되어 다시 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혐오와 적대가 짙어지는 세상에 변화의 씨앗을 심어가기 위해서는 인류가 무엇으로 살아남았는가를 근본적으로
살펴보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 책은 그런 성찰을 위한 길잡이가 된다.
독서 Guide
1. 다양한 생물종의 집단적인 삶에서 <경쟁>과 <협력>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
2. 경쟁만 부추기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 이유와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자.
3. 한국의 역사에서 비폭력 시위로 부당한 권력을 극복한 사례와 그 핵심은 무엇이었는가?
책정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저자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출판사디플롯
발행일2021.07.26
ISBN9791197413025
KDC182.4
서평자정보
김찬호 ㅣ 성공회대 겸임교수
사회현상과 마음의 움직임을 인문학적으로 풀이하면서 더 나은 삶과 세계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여러
대중강좌를 통해 시민과 함께 배우는 사회학자. 『생애의 발견』, 『모멸감』, 『유머니즘』등 십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