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이미지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문화 창조자인 거대한 로봇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작성일: 2022.09.22

PICK1 요약

1. 세계적 과학 지식 베스트셀러

2. 유전자에 자아를 불어넣은 충격

3. 어려운 과학지식을 풍부한 사례로 설명

우리는 유전자의 운송수단?

사촌동생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같은 고씨가 배우자라는 것이 아닌가? 제주 고씨는 본이 하나이기 때문에 온 집안이 뒤집어졌다. 근친상간―. 아마도 그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가 섞여서 생길 부작용을 본능적으로 기피한다.

하지만 나로서는 현실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을까 생각했다.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동성동본이라 해도 촌수가 가깝지 않으면 남이나 다름없다. 인간 세포의 46개의 염색체를 들여다보면 아버지에게서 23개를 받았고, 어머니에게서 23개를 받아 완성된다. 이렇게 올라가다 보면 하나의 원시 조상에게서 내려온 유전자는 아주 미미하게 내 안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으니, 사실 인간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수없이 많은 혼인과 성적인 접촉으로 인류는 유전적 혈연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막말로 나는 칭기즈칸의 후예일지도 모른다.

우리 안에 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모두 자신을 후세에 잘 넘겨주기 위한 유전자 기계에 불과하다.

"

"

오늘날 자기 복제자는
덜거덕거리는 거대한 로봇 속에서 바깥세상과 차단된 채
안전하게 집단으로 떼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 경로로 바깥세상과 의사소통하고
원격조정기로 바깥세상을 조종한다.
 

- 75면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정말 허무해진다. 우리가 고작 유전자의 운송수단이고 도구란 말인가? 그렇다면 스스로 부여하고 만족했던 인간의 존엄성은 다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새로운 대안으로서 밈

저자는 여기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것은 바로 밈(meme)이다. 유전자는 흩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나의 유전자가 아무리 강력하다 한들 후손에게 이어져 내려가면서 그 흔적은 희미해지고 만다. 끝없이 섞이고 지속되며 새로운 유전자가 혼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전자의 체계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인간의 문화’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문화전달의 한 단위로 저자는 밈의 개념을 제안한다.

인터넷에서 짤로도 불리는 짧고도 강력한 영상 문화 콘텐츠를 밈이라 부르는데 그 의미는 유전자처럼 새롭게 복사되고 모방되며 전파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이다. 그러나 그 복사는 일대일이 아닌 새로운 변화와 창의의 유전자가 가세된 것이다.



오직 창조적 존재일 뿐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후세에게 남길 수 있는 것은 유전자와 밈 두 가지뿐이라고 말한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로봇일지 모르지만, 밈의 세계에서 우리는 유전자보다 더 강력한 창조적 존재가 될 수 있다. 음악을 작곡하거나 글을 쓰며 무언가를 발명하면 된다. 그런 밈들은 우리 공통의 문화유전자 풀에 들어가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며 영속성을 가지고 이어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지만 우리는 창조에 관심이 있다. 이 지구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유전자의 폭정에 저항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 지방의 명문 고등학교에 강연을 하게 되었다. 책을 들고 와 사인을 받는 학생 하나가 바로 동성동본 결혼을 해서 인연이 끊어진 사촌여동생의 아들이었다. 쉽게 들어가기 힘든 지방의 명문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를 처음 보면서 이는 이기적 유전자가 밈을 만들려 애쓰는 나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라 여겨졌다.

책정보

이기적 유전자 표지이미지

이기적 유전자

저자리처드 도킨스

출판사을유문화사

발행일2018.10.20

ISBN9788932473901

KDC491.51

저자정보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고정욱 ㅣ  동화작가·문학박사 이미지

장애를 아동문학에 투영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을 포함, 총 34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과거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