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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내 거야! ― 품격 있는 법률 교양서

- 마이클 헬러·제임스 살츠먼, 《마인 MINE》

작성일: 2022.11.03

이 주의 히든북 요약

1. 우리 삶과 밀접한 소유권에 대한 법률 교양서

2. 소유권에 대한 정교한 논리: 선착순, 점유, 노동, 귀속, 자기 소유권, 상속

3. 역자의 재치 있는 번역

소유는 처음이자 끝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말 중 하나는 ‘내 거야!’ (Mine!)일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Columbia Law School) 교수 마이클 헬러(Michael Heller)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로스쿨(UCLA Law School) 교수 제임스 살츠먼(James Salzman)이 공동 저술한 이 책은 세상의 모든 문제가 소유권과 관련이 있다는 관점 (perspective)에서 사회의 여러 갈등을 조명하고 있다. 소유는 처음이자 끝이다.

항공기의 좁은 좌석에서 앞좌석 승객이 등받이를 뒤로 제칠 때 뒷좌석 승객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무릎보호걸쇠(Knee Defender)를 부착하는 것,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농부들이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이중 철조망을 설치하여 목장주와 갈등을 빚은 것, 눈을 치운 후 의자를 갖다놓아 자신의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그렇다.

그렇다면 야구장에서 홈런볼을 글러브로 받았다가 달려든 군중 때문에 놓쳤다면 볼은 누가 소유할 것인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제임스 딘 등 유명인이 죽은 후 그의 초상과 이름을 사용해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는 누구의 것일까? 특정 질환을 앓는 환자의 혈장이나 암세포 등에서 채취한 조직으로 신약을 개발할 경우 그 특허권은 오로지 개발자의 것일까? 우리 집 상공으로 날아다니는 드론(배송)은 사유재산을 침해한 것이므로 총을 쏴 떨어뜨리거나 이용료를 받을 수 있을까? 그보다 높은 공중을 떠다니는 항공기와 우주선은? 내 집 지하에 흐르는 지하수는 마음껏 뽑아 쓸 수 있을까? 그로 인해 이웃의 지하수가 고갈된다면? 석유나 지하자원은 또 어떨까? 제집 앞 해안선에 콘크리트를 부어 땅을 넓히면 자기 땅이 될까?

이를 확장해 대양에 있는 바위섬에 거대한 토목 공사를 벌여 섬을 만들면 영유권이 확장되나? 이로 인한 국제분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머리카락은 판매해도 되는데 신장 두 개 중 하나는 파는 것은 불법일까? 정자 판매는 허용되는데, 난자는 신장과 정자 사이에서 어느 쪽에 가까운 것일까? 출산 대리모는 배아가 아홉 달 동안 세 들어 살고 집세는 의뢰한 부모가 낸다고 보는 논리가 가능할까? 그런 논리를 전제로 의뢰 부모가 갈라서게 돼 대리모에게 유산을 요구할 경우 대리모가 거절하거나 반대로 대리모가 본인의 건강을 이유로 유산하는 것은 가능할까? 음대를 다닐 때 만나 결혼한 부부 가운데 남편은 자신의 재능과 경력을 희생하고 부인 뒷바라지에 몰두해 부인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가수로 만들었는데 이혼하게 된다면, 남편은 금융 자본 대신 인적 자원에 투자했으니 부인의 향후 수익에서 일부를 분할해 달라고 하면 법원은 허용해 줄까?



소유권에 대한 정교한 여섯 논리

저자들은 소유권의 귀속 원리가 한 사회의 부를 배분하는 결정적 요소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원리라는 것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해 왔으며 자원이 부족해지면 소유권을 발판으로 싸움을 벌이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논리가 지배해 왔다고 하며 그 논리로 다음의 여섯 가지를 들고 있다.

선착순/ 점유/ 노동/ 귀속/ 자기 소유권/ 상속

위에서 든 여러 가지 질문은 한결같이 미국 법원에서 다투어졌던 실제 있었던 일이다. 예를 들어 인디언 몰아내고 땅을 차지한 유럽 이주민의 소유권의 근거는 무엇일까? 인디언으로부터 같은 땅을 돈을 주고 산 유럽 이주민과 미국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은 토지소유자 간에 누가 진정한 소유권자일까? 이는 1823년 미국 연방대법원장 존 마셜(John Marshall, 1755~1835)이 ‘존슨(Johnson) 매킨토시(M’Intosh) 사건에서 내린 판결의 쟁점이었는데, 오늘날 정복자가 세운 나라, 미국의 토지소유권 제도의 근간이 되었다.



논란의 연장선

판례 이야기는 재미있다. 헐리웃 영화 중 실제 재판을 소재로 한 것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교양서로 분류될 수 있는 이 책은 이런 흥미만을 위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여객항공 회사가 수익을 늘리기 위해 좌석 간격을 좁히다 보니 무릎보호걸쇠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과거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셰일 가스(Shale gas) 채굴이 기술발전으로 가능해졌듯, 앞으로도 자원은 희소해지기도 하고 새로운 자원이 생겨나기도 하여 누가 그것을 차지할 것인가의 논란은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당장, 이용자의 각종 개인정보와 인지잉여(cognitive surplus) 활동―‘좋아요’, ‘맛집 후기’, ‘인터넷 트래픽’ 등―에 터 잡아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내는 막대한 부를 둘러싸고, 혁신기술은 혁신기업가가 전적으로 차지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이용자의 몫을 얼마만큼 인정해줄 것인가 등의 논란은 치열하게 다투어질 주제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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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신문이나 집어서 펼쳐보자. 소유권의 숨은 원칙을 이해한 독자라면 오늘자 신문의 주요 헤드라인 중 그 의미가 한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을 것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한다. … 우리 사회는 소유권을 발판으로 삼아 우리 모두가 원하는 세상을 둘러싼 모든 투쟁을 조직하기 때문이다. … 소유권에 관한 굵직한 기사들을 보니 주로 자연계가 받는 위협과 디지털 분야에 대한 우려를 다루고 있었다. … 또 데이터 추적, 알고리즘으로 인한 차별, 만연한 감시 체제를 통해 IT 기업과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 사안들은 국가적 차원, 나아가 전 지구적 규모의 과제이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무릎보호걸쇠, 드론의 비행 경로, 주차 의자, 줄서기 대행 등을 둘러싼 싸움과 성격이 같다. 이 모두가 누가 무엇을 왜 얻어야 하는지 정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단지 판이 커졌을 뿐이다.
 

- 345~346면

새로운 길을 쉽게 제시하는 법률 교양서

이 책은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의 『정의란 무엇인가』(2009) 이후 우리말로 번역 출판된 『공정하다는 착각』(2020),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2012)과 같이 국내 독자에 널리 알려진 교양서와 같은 장르의 책이다. 이들 책의 공통점은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서평자는 이를 ‘법률 교양서’로 부르고 싶다.

흔히 교양서라고 하면 깊이가 얕은 책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 책의 저자들이나 마이클 센델은 미국 유수의 로스쿨이나 정치학과의 교수로 있는 저명한 학자들이다. 실제 이 책은 저자들의 그간 논문 등 학문적 업적으로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것이다. 그러니 그 내용의 심오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평자는 세부 전공이 저자들과 다르지만 서평자도 익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논문 등 저술에서 다루었던 판례들을 접할 때는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마치 어두컴컴한 길을 걷다가 앞서 가는 사람의 등을 발견할 때의 안도감―학문의 길을 가다보면 혹 내가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에 책의 여백에 ‘내 생각과 일치함’이란 메모를 적기도 했다. 이처럼 전문가에게도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인사이트를 주는 법률 교양서를 만나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우리나라 법학계의 오늘

이쯤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법률교양서가 왜 나오지 않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서평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서평자의 논문에서 일부를 가져온다.

콘텍스트에 대한 이해 부족을 미덕으로 포장하는 법학교육의 문제점1)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소개한다. 대학 신입생 때 당시 부학장이었던 어떤 교수님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고시공부에 전념하라는 뜻으로, 요즘 도서관에 가보면 법학 외에 소설이나 사회과학 서적 등 잡서(雜書)를 보는 학생들이 많다고 일갈하신 적이 있었다. 법서 외의 서적을 잡서로, 법학 외의 학문을 잡학(雜學)으로 호칭하신 교수님의 일성(一聲)은 자긍심으로 한껏 충만해 있던 신입생들을 거의 고만(高慢)의 경지로 몰아넣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법학계와 법실무계가 천견박식(淺見薄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는 뼈아픈 것인데, 그것의 상당한 원인은 잘못된 법학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감히 진단한다. 법학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법학교육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해체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법학교육을 칼을 벼리거나 칼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권력과 강제성을 상징하는 칼2)을 어떻게 잘 사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그 교육방법론, 즉 칼 사용방법론을 뜯어보면 생각해 볼 점이 발견된다. 칼은 그 자체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로운 데 쓰면 이기(利器)요, 해롭게 쓰면 흉기(凶器)다. 따라서 흉기로 쓰였다고 해서 칼 자체가 나쁘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 선하다고 할 수 없다. 칼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칼을 잘 쓰기 위해 보다 중요한 것은 칼로 베는 대상, 즉 고기, 생선, 채소, 과일, 목재 등 그 대상의 속성을 연구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칼을 쓰는 법, 칼의 속성 등은 바로 이런 대상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칼을 잘 쓰기 위해서는 칼의 속성 외에 사용할 대상을 제대로 알아야 하듯, 콘텍스트에 대한 이해는 좋은 법학을 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흔히 법학자들 중에는 자신이 법 외에는 잘 모른다는 것을 마치 겸양의 미덕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이는 법학을 제대로 모른다고 자인(自認)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헌법학자가 정치를 모른대서야 미덕이라 할 수 있겠으며, 저작권법학자가 예술을 모른대서야 제대로 된 법학자라 할 수 있을까?

오늘날 한국 법학은 고립돼 있다. 고도의 학문적 논의를 하느냐 하면 실용학문이란 허울을 쓰고 빠져나가고, 실용학문이라면 법률 교양서가 많이 나오느냐 하면 수험서 위주의 교과서로 흘러가고 만다. 살아 숨 쉬는 판례가 넘쳐나고 있음에도 개념과 이론에 머물러 있는가 하면, 경제학, 정치학, 언론학, 문화/예술 등 법(학)이 깔고 있는 맥락(context)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제적 연구(interdisciplinary research)와 종합적 접근(holistic approach)을 해야 함에도 좁은 분야만 파고든 것이 전문가 또는 학자의 소임인 양 한다. 돌아봐야 할 태도가 아닌가.



읽는 재미를 더하는 재치 있는 번역

이 책은 번역서로서 매우 훌륭하다. 역자가 법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법학자로서 읽는 데 걸리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번역자는 미국 프로야구 선수 플러드가 자유계약 신분(FA) 제도를 얻기 위해 소송까지 했지만 패소한 것을 두고, “월드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우승한 그였지만 소송에서는 졌다.”라는 매우 유려한 표현으로 번역했을 뿐 아니라, 무조건 장기 매매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 “인체의 콩팥은 밭에서 나는 콩팥과 본질적으로 다른 걸까?”라는 번역에선 원문과 대조할 것도 없이 역자의 재치가 돋보인다.

다만, 이 책은 교양서이지만 전문가에게도 많은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더 깊은 연구를 위해 본문에서 거론한 판례나 출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책 어디에도 그런 인용출처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대출해 본 원서에는 깨알 같은 참고문헌(인덱스)과 해당 판례가 나열돼 있음을 확인했다. 번역서라고 해서 이를 담지 않은 것은 단견이 아닐까 싶다.

1) 이 글은 남형두, 〈법학의 학문 정체성에 관한 시론(試論)―경제학의 침습과 법학의 고립〉, 《法學》 제62권 제3호, 서울대학교, 2021, 92-93면에서 가져왔다.

2)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칼’이 대표적이다.

독서 Guide

1. 인디언 몰아내고 땅을 차지한 유럽 이주민의 소유권의 근거는 무엇일까?

2. 사용자들이 남긴 여러 정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빅테크 기업의 수익은 기업의 것일까, 사용자의 것일까?

3. 소유권에 있어서 ‘선착순’은 항상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책정보

마인(MINE!) 표지이미지

마인(MINE!)

저자마이클 헬러, 제임스 살츠먼

출판사흐름출판

발행일2022.09.16

ISBN9788965965268

KDC365.23

서평자정보

남형두 ㅣ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남형두 ㅣ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미지

로스쿨에서 저작권법을 가르치고 있다. ‘정직한 글쓰기’와 관련된 『표절론』, 문학·예술과 관련된 『문학과 법』(편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문화산업,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등에 관한 논문, 여러 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