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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사기법, 아름다운 이야기

-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에 대하여

작성일: 2022.10.27

이 주의 PICK1 요약

1.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기법으로 설명되는 소설

2. 편의점에서 만난 인연으로 작지만 큰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웃

3. 사람 사이의 소통이 아름다운 세계를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서사 방법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문화콘텐츠에서 주목 받은 지 꽤 된다. ‘하나의 세계 안에 다수의 스토리 (one world many stories)’를 가지며, 다수로 증식하는 동안 이런 결과로서 전체 스토리는 ‘부분의 단순한 합 그 이상’을 추구하는 서사 방법이다. 이것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이른바 MCU가 한바탕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여기서 스토리는 단편화 된 형태로 존재한다. 단편화의 요소 가운데 소급적 연속성(retroactive continuity) 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이전 서사를 통해 수정하거나 혹은 이전 사건에 대한 설명을 수정’하는 것을 두고 말한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극적 장면을 만들어낼 때 쓰는 수법이다.

나아가 밑밥을 깔아놓은 이야기에 하나하나 가지를 쳐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스핀오프라 부르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예를 들어 《춘향전》의 방자를 떼어, 그가 주인공이 된 《방자전》(2010) 같은 영화가 그렇다.



스핀오프와 소급적 연속성의 이야기 전개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일종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서사 방법을 원용한다. 장편소설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그 안의 8편이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이를테면 첫 편 〈산해진미 도시락〉은 밑밥이다. 편의점을 하는 염영숙과 노숙인 독고의 우연한 만남, ‘큰 똥이 하나 놓여있는 꼴’ 같은 그가 편의점의 야간 알바로 취직하는 사이, 시현, 오선숙, 민식 등이 이야기 속에 배치된다.

이어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에서는 시현이 주인공으로, 그녀는 독고에게 알바 교육 시키면서 그 내용을 유투브에 올리라는 권고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독립 편의점 점장으로 취업하고, 〈삼각김밥의 용도〉에서는 오선숙이 독고의 “들어주면 풀려요.”라는 결정적인 한마디에 힘입어 아들과 화해하며, 〈네 캔에 만 원〉에서는 염영숙이 ‘못난이에 준사기꾼’이라 여기는 아들 민식이 ‘이혼 후 3년간 남은 재산마저 다 털어먹고 초라한 꼴’이 되었다가 ‘사람꼴’을 찾아간다.

첫 편에 판을 깐 다음 여섯 편이 스핀오프 되고 있으며, 마지막 편은 에필로그의 역할을 한다. 철저히 계산된 이 구성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소급적 연속성으로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one world many stories이다.



아름다운 세계를 향한 합창

소설은 〈원 플러스 원〉과 〈불편한 편의점〉에서 정점을 찍는다. ‘회사에서의 굴욕과 집에서의 소외감’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원 플러스 원〉의 경만에게 오로지 즐거움이 퇴근길 편의점에서 먹는 소주이다. 그것은 해결의 길이라기보다 나락이다. 그런 그에게 실은 ‘아빠가 힘들게 돈 버니까…… 원 플러스 원만 사라고……’ 말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 독고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불편한 편의점〉의 인경은 경만과 독고를 내려다보던, 편의점 앞 원룸에 임시 거주하는 희곡 작가이다. 바닥을 기다 막판에 몰려 이 편의점을 소재로 한 연극에 착안한다. 주인공은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야간 알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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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야간 알바는 중년 사내인데 자신의 과거를 몰라요. 알코올성 치매가 왔거든요.
손님들은 이 중년 사내의 정체를 자기들끼리 추측하죠.
조폭, 전과자, 탈북자, 명퇴자, 심지어 외계인!
그런데 이 사내는 아랑곳없이 손님들에게 낯선 상품들을 추천하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사내가 추천하는 상품을 사고 나면, 고민이 해결되는 거예요.
 

- 160면

고민이 해결되는 원리는 간단했다.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아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 사이의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불편한 편의점》은 그런 세계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하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독서 Guide

1. 지금 나에게 진정한 문제는 무엇인가?

2. 소통은 필요조건이지만 해결의 충분조건까지 되는가?

3. 사람의 타고난 성품은 감동으로 인해 바뀔 수 있는가?

책정보

불편한 편의점 표지이미지

불편한 편의점

저자김호연

출판사나무옆의자

발행일2021.04.20

ISBN9791161571188

KDC813.7

저자정보

고운기 ㅣ 시인·한양대 교수

고운기 시인 한양대 교수 이미지

‘삼국유사’와 관련된 고전문학의 다양한 면면을 연구하면서 이를 콘텐츠로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등 30여 권의 저서와, 시집으로 『구름의 이동속도』 등 10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