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PICK1 요약
1. 과학자이자 사상가 칼 세이건의 대표작
2.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아우르는 현대의 고전
3.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본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
『코스모스』, 망원경이자 현미경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1934년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우크라이나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나는 그를 2005년
겨울 이타카의 코넬대학 언덕에서 만났다. 물론 직접 만난 것이 아니라 『코스모스』와 함께 코넬대학 캠퍼스를 산책하면서
그의 발길이 머물렀을 법한 장소들을 상상하곤 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칼 세이건과 나의 인연은 시작됐다. 옷깃이 스친
인연보다 더욱 깊은 우리의 인연이. 우주적 차원에서 인간과 지구의 문제를 파고들면서 관점의 전환을 촉구하는 칼 세이건.
나에게 그는 탁월한 과학자를 넘어 사상가이자 시인으로 다가왔고, 그러한 그의 면모를 잘 보여는 책이 바로 『코스모스』였다.
그 후 지금까지 1980년 간행된 그의 역저 『코스모스』는 때로는 망원경이었고 때로는 현미경이었다. 『코스모스』가
나에게 ‘선물한’ 망원경의 시선으로 하늘의 사라져가는 별과 태어나는 별을 상상했고, 현미경의 시선으로 푸른 달개비꽃을
피워 올린 이파리 깊은 속살의 부지런한 노동을 떠올렸다. 인간의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볼 때의 아득한 울림, 우주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볼 때의 아득한 떨림. 『코스모스』는 차라리 과학자가 쓴 장대한 서사시라 해야 한다.
별과 생명체의 삶과 죽음을 노래하는 서사시
서사시라 했거니와, 목차만 보아도 천상의 수많은 별과 지상의 수많은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의 이야기가 시적인
언어에 감싸여 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우주 생명의 푸가’,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천국과 지옥’,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밤하늘의 등뼈’,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별들의 삶과 죽음’, ‘영원의 벼랑 끝’, ‘미래로 띄운 편지’, ‘은하 대백과사전’, 그리고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까지. 열세 개 장(章)의 제목 하나하나가 시적인 은유다.
제목만이 아니다. 과학적 엄밀성을 바탕으로 칼 세이건은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과 문학을 폭넓게 참조하여 개성적인
문장을 빚어내며, 그러한 문장은 차가운 과학의 언어와 조화를 이루어 그 나름의 독특한 사상의 무늬를 직조해낸다. 예컨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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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
- 376면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가장 먼 조상은 별이다! 아하, 그래서 별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가슴 설레는 그리움에 젖어들곤
했던가. 그래서 출발한 지 몇 천만 년이 지나 도착한 별빛을 보고 아련한 슬픔에 빠져들곤 했던가. 아득한 곳에서 반짝이는
별이 인류와 얼마나 가까웠는지 상상해 보라. 그래서였구나. 우리가 별의 자녀들이어서…….
그런데 그 별의 자식들은 별을 잊고 산다. 하늘을 가리고 눈을 가린다. 탐욕에 눈이 멀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자신의 형제들인 다른 생명체와 교신하려 애쓰기는커녕 서슴없이 죽음으로 내몬다. 하루가 다르게
별빛은 흐려지고, 고래의 노래 소리는 희미해진다. 오만과 몰염치가 지구뿐만 아니라 인류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칼 세이건은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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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지구인은 2,500년 전 신비주의와 대결해야 했던 이오니아 학자들이 경험한 바와 비슷한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우리가 우리의 세상을 지금 어떻게 하느냐가, 그 영향이 앞으로 수백 년의 세월에 걸쳐 전파되어
결국 우리 후손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그때까지 우리 후손들이 저 수많은 별들 어딘가에 살고 있다면 말이다.
- 351면
경외와 겸허, 지구의 미래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생명체의 멸종 속도 등을 생각하면 수백 년이 아니라 어쩌면 백 년 안에 지구와 우리 인류는
참담한 상황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태평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가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태도가 여전히 지배적인 듯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피타고라스는 천상은 음악 소리로 가득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케플러는 하늘을 보면서 ‘소리들의 화음’을 들었다. 소설가 윤후명은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고 했다.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별들의 노래, 고래의 대화, 달개비꽃의 수런거림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지만, 그 경지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주의 질서를 향한 경외의 마음은 잃지 말아야 한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상가 칼 세이건은 묻는다. “별들까지의 엄청난 거리와 또 그들의 수를 생각할 때 우주에
관한 우리의 경외심은 또 얼마나 깊어져야 할 것인가?” 경외의 마음과 짝을 이루는 것이 겸허의 마음이다. 지구가 금성과
같은 지옥으로 변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지구의 미래를 결정지을 열쇠는 인류가 쥐고 있다. 인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신뢰할 만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코스모스』는 듬직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독서 Guide
1. 관점을 달리하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2.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3. 지구의 미래를 위해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책정보
코스모스
저자칼 세이건
출판사사이언스북스
발행일2010.01.20
ISBN9788983711892
KDC443.1
서평자정보
정선태 ㅣ 국민대 교수
대학에서 한국 현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문학 작품을 길잡이 삼아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읽고 전하는
일이 취미이자 직업이다. 『시작을 위한 에필로그』, 『지배의 논리 경계의 사상』 등 여러 권의 저서와 『쇼와
육군』, 『도조 히데키와 제2차 세계대전』 등 여러 권의 번역서를 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