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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형태

- 이꽃님,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작성일: 2024.01.28.

PICK1 요약

1.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2. 누군가를 사랑할수록 외로워지는 이유.

3. 치밀하게 짜여진 복선.

“이건 사랑 이야기예요”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실종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경찰은 소년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함께한 소녀를 찾아오고, 소녀는 사라진 소년에게 대화-실은 경찰에게 하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년은 소녀의 첫사랑이다. 눈빛만 마주쳐도 기쁨이 차오르고, 설레는 대상이다. 소위 ‘인싸’인 소년이 평범한 자신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소녀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오직 소년만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이고, 내 편이 되는 것이다. 다소 무심한 듯하면서도 소녀가 원하는 일은 거절하지 않고 들어주는 소년을 위해 소녀는 거칠 것이 없다. 자신이 가진 것은 모두 내어주고 싶고, 소년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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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치마를 입으라고 하거나 좋아하는 머리 스타일이나 화장법을 말하면 맞추려고 나는 노력했어.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친구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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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입고 싶은 대로 입는 거지, 뭘 매번 정해록에게 맞추냐? 네가 좋아서 하는 거라면 상관없는데 그게 당연해지도록 두지는 마.
 


하지만 소녀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왜일까? 소녀는 그럴수록 외로워진다. 불안하다.


“너 혹시 데이트 폭력이 어떤 건지 알아?”

소녀의 이야기를 듣던 경찰이 소녀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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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데이트 폭력이 어떤 건지 알아?
 


소녀는 경찰이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 대번에 알아듣는다. 소녀가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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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록이가 절 때리거나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욕도 다른 애들 앞에서는 해도 제 앞에서는 안 했으니까요.
 


경찰이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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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학대가 뭔지 알아?
 


이 경찰의 물음에서부터 작품의 충격적인 반전이 전개된다. 그렇다. 이 작품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위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는 정서적 학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음의 폭력은 곰팡이처럼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마음을 교묘하게 조정해 지배하려는 마음이다. 하지만 가해자도 피해자도 그것이 폭력이라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간섭하고, 소유하려 하고 집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은 소유도 집착도 아니다. 상대방의 존재를 고스란히 인정하는 것이다.

작가는 경찰의 말을 빌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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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빌미로 그러는 거 비열하다는 생각 안 드니? 그래, 비열. 비열하고 야비한 짓이야. 마음을 이용한 범죄니까.
 


그것은 곰팡이처럼 피어나 마음을 썩어가게 한다고 경고한다.
작가는 부모로부터 ‘사랑’의 이름으로 아이들이 학대당하고 있는데, 많은 아이가 부모의 폭력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사실이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학대가 잘못된 행위인지 모르는 것이다.

작가는 혹시 잘못된 사랑에 두려워하거나 고통을 겪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닿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것은 가짜 사랑이라고, 반짝이고 설레는 진짜 사랑이 찾아올 거라고 이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위로를 전한다.



소름 돋는 반전

청소년 소설 분야의 최고의 ‘페이지 터너’라고 불리는 이꽃님 작가의 이 소설은 ‘가스라이팅’ 혹은 ‘데이트 폭력’ 등 사회성 짙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소설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치밀한 구성 속에 깔린 복선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노라면 소름 돋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작가는 보여주기와 감추기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통해 독자를 한시도 딴짓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 책장을 덮고는 다시 읽지 않을 수 없다. 어, 앞에 해주가 뭐라고 했지? 해록이는 어땠더라? 작가는 빙긋이 미소 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의도한 게 바로 그거야, 하고.


독서 Guide

1. 데이트 폭력 가스라이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봅시다.

2.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혹은 친구들에게 당연하게 무엇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 돌아봅시다.

3. 진정한 사랑은 어떤 형태를 띠어야 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책정보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저자이꽃님

출판사우리학교

발행일2023.03.14.

ISBN9791167550972

KDC813.7

서평자정보

김진 ㅣ 작가

김진 작가 이미지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우리 동네 마루〉가 당선되어 등단, 2013년 〈강물을 거슬러 오른 고래 한 마리〉로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럭키 파트라슈》, 《범 내려온다》, 《세종대왕을 찾아라》, 《정약용을 찾아라》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