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이미지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지옥에서도 반할 맛

- 서현, 《호랭떡집》

작성일: 2024.01.28.

PICK1 요약

1.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연계

2. ‘인간을 쫓던 호랑이’가 ‘지옥의 요괴들에게 쫓기는 호랭이’로 상황 역전

3. 고수의 장단에 맞춰 소리꾼을 소리를 하는 듯한 매력적인 문장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는 유명한 대사가 하나 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오누이의 엄마는 팔다 남은 떡을 호랑이에게 한 개씩 던져 준다. 한 고개 넘으면서 꿀떡 하나, 다음 고개 넘으면서 쑥떡 하나…, 정신없이 도망가면서 남은 떡을 던져주다가 결국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떡이 다 떨어지고 만다. 호랑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엄마를 날름 잡아먹고 만다. 이 대목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화를 낸다.

“떡 주면 안 잡아먹는다고 했잖아요! 호랑이는 거짓말쟁이예요.”

맞다. 호랑이는 거짓말을 한 죄로 벌을 받아야 한다. 아마 서현 작가도 그렇게 생각한 게 분명하다. 그래서 거짓말한 호랑이에게 지옥으로 떡 배달을 가는 임무를 내린 거다.



호랭이의 역지사지 스토리

떡을 사랑해 떡집까지 차린 호랭이에게 염라대왕의 생일떡 주문이 들어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옥을 방문한 호랭이는 온몸을 바들바들 떤다. 아마 오누이의 엄마도 호랑이가 나타났을 때 저렇게 무서워했을 것이다. 호랭이가 지옥으로 떡을 배달하는 길은 험난하다. 온몸이 꽁꽁 얼어붙기도 하고, 커다란 절구에 찧어지고 밀대에 밀어져 납작해지기도 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지옥 요괴들의 목소리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호랭이가 과거에 인간들에게 장난처럼 했던 말은 이제 부메랑이 되어 호랭이한테 돌아온다. 위협하고 쫓던 자였던 호랭이는 이제 지옥 요괴에게 쫓기는 자가 되고 말았다. 서현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옛이야기를 비틀어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라고 말한다. 철학적이고 뼈 있는 주제지만 유머와 능청을 콩고물처럼 덧발라 고소하고 달콤해서 입안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게 표현되어 있다.



떡 때문에 죽을 뻔한 호랭이, 떡 덕분에 살게 된다.

지옥 요괴들에게 생일떡을 모두 빼앗겨버린 호랭이는 떡고물을 온몸에 발라 스스로 생일떡인 척한다. 하지만 염라대왕이 호랭이의 꼬리가 떡인 줄 알고 앞니로 슬쩍 깨물자 너무 아파 눈이 뱅글뱅글 돌아간다. 지옥 요괴들도 홀린 듯 호랭이의 눈을 바라보다가 몰래 먹은 뱃속의 떡이 펑, 하고 떡요괴로 변신한다. 떡요괴들은 지옥 요괴들을 물리치고 무사히 호랭이를 데리고 지옥 밖으로 탈출한다.

떡 때문에 죽을 뻔했던 호랭이가 떡 덕분에 살게 되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어떤 일이든 우리에게 마냥 나쁜 것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 일 때문에 힘든 것 같지만 그 일 덕분에 또 우리가 한 발 더 앞으로 나갈 용기를 얻는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라고 말한다. 온 정성을 다해 떡을 만들고 갖은 고난 속에서도 배달했던 호랭이의 마음이 전달되어 결국 떡요괴들이 호랭이를 도와주는 것처럼, 작은 일 하나에도 온 마음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심이 닿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다가 ‘지옥떡’이라는 신메뉴를 개발하여 줄 서서 먹는 떡집 사장님이 되는 행운이 우리에게도 오지 않을까?



국악의 전통 리듬과 말놀이

이 책은 말놀이 교재로 사용해도 손색없는 찰진 표현들이 가득하다.

"

"

가래떡은 꽉 조르고, 인절미는 가루 뿌리고, 백설기는 납작 누르고, 약식은 밤 떨어지고, 경단은 깨물고, 약과랑 송편은 약 올리고, 꿀떡은 폴짝폴짝, 찹쌀떡은 질척질척, 쑥개떡은 못생겼고, 절편은 깔고 앉고, 시루떡은 줄행랑, 무지개떡은 색칠하고, 화전은 얼씨구나!
 


고수의 장단에 맞춰 소리꾼이 소리를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표현에 저절로 어깨가 둥실거린다. 지옥에서 온 떡요괴들은 말한다.

"

"

쫄깃하고 귀엽지~ 말랑말랑 까불지~ 찰떡쿵떡 신나지~ 아무도 우릴 못 먹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 라임은 힙합을 좋아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큰 환영을 받을 것 같다. 옛이야기가 현대의 상상력을 만나 찰떡처럼 딱~ 붙어버리더니 유쾌한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모두가 흥겨워지는 순간이다.


독서 Guide

1. 호랑이가 등장하는 다른 옛이야기를 찾아 읽어보자.

2. 조상들이 즐겨 먹었던 떡을 알아보고, 나만의 떡 레시피를 만들어보자.

3. 내가 겪었던 사건 중 하나를 선택해 타인과 처지를 바꾸어 해석해 보자.

책정보

호랭떡집

저자서현

출판사사계절

발행일2023.01.27.

ISBN9791169811163

KDC813.8

저자정보

노수미 ㅣ 동화작가

노수미 동화작가 이미지

어린이‧청소년 책을 쓰는 작가이다. KB 창작동화제, 다새쓰 방정환문학공모전, 서귀포 문학상 등에서 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AI 디케》, 《냉장고가 사라졌다!》, 《어린이날이 사라진다고?》 《제주도를 지키는 착한 여행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