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PICK1 요약
1. 재기발랄한 입담의 덕후 저자가 보내는 ‘쉬운 미술’로의 초대장
2. 작품 전에 사람 있다! 화가의 삶과 함께 들여다봤을 때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
3. 유튜브, 팟캐스트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감각으로 즐기는 미술 이야기
비전공자 덕후를 추천함
모르는 분야를 알고 싶을 때 내가 애용하는 방법은, 그 분야를 애정하는 비전공자의 이야길 듣는 거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 ‘지식’보다 ‘마음’을 중시해서다. ‘덕후’라고도 부를 수 있을 이 사람들이 가진 지식은 마음이 우선해
쌓인 것들이다. 그들의 이야길 듣는 게 즐거운 이유는 똑같은 지식도 마음이 담기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의 눈은 생기 있게 반짝인다. 행복의 아우라는 듣는 나까지 덩달아 행복하게 만든다.
둘째, ‘비전공자만의 눈’이다. 공부를 너무 많이 한 전공자들은 나 같은 일반인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세세한
사실까지 알고 있다. 이미 관심사가 일반인의 그것을 뛰어넘어 저 멀리에 있다. 그 결과 그들은 종종 듣는 이와의
눈높이 조절에 실패한다. 하지만 비전공자 덕후는 대체로 자신이 이 주제에 관심 가지고 파고들었던 경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고, 지극히 일상의 언어로 그 경험과 지식을 번역해 들려준다.
화가 '그 사람'에게서 시작하고 해설
비전공자 덕후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한 이유는 <방구석 미술관>의 저자, 조원재가 바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본능적으로 미술에 끌렸고, 미술관 순례를 위해 독일로 떠나 워킹홀리데이로 돈까지 벌어가며 유럽
곳곳의 미술관을 보고 다녔단다. 돌아와서는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2018년 이 책이 출간됐다.
그런데 이 ‘덕후 저자’,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출간 3년 만에 무려 100쇄를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아무래도
미술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미술 초보들을 찐하게 감전시켰나 본데, 이쯤 되면 저자가 어떤 방법으로 그 높은 문턱을
낮춘 것인지 궁금해진다. 화풍이나 사조를 아주 쉽게 풀이해주나? 아니면 미술 작품을 하나하나 아주 세세하게 뜯어서
해석해주나? 둘 다 아니다. 저자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지점은 다름 아닌 화가, ‘그 사람’이다.
이 책은 뭉크, 반 고흐, 세잔, 클림트 등 누구나 들어본 유명 화가 14인을 소개한다. 그런데 목차를 보다 보면
재미있는 점이 눈에 띈다. 각 인물을 소개하는 제목이 전부 ‘사실은…’ ‘알고 보면…’으로 시작한다. ‘19금 드로잉의
대가 에곤 실레, 사실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순수 지존?’ ‘로맨틱 풍경화의 대명사 클로드 모네, 알고 보니 거친 바다와
싸운 상남자?’처럼 말이다. 제목에서부터 그 인물, 하면 흔히 떠오르는 상(像)의 이면에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단서를
던져 놓았다. 실제로 저자가 압축해 들려주는 한 화가의 인생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대가들의 삶이 한 줄
설명으로 그치지 않고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오며, 종국엔 그들 또한 앞서 숨 쉬다 간,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되는 배경이다.
‘예술가의 작품은 그 삶의 꽃’이란 말이 있다. 여태까지 미술이 멀게 느껴졌던 이유는, 삶은 제쳐두고 ‘꽃’만
봤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 잊고 있었다. 작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 작품 이전에 사람이 있다. 저자는
화가의 삶, 더 나아가 그 시간을 살았을 화가의 마음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미술 작품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고
말한다.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도무지 어디부터 봐야 할지 알 수 없던 작품이 쉽게 이해가 된다. 삶과 작품을 같이
놓고 보는 것, 이것이 저자가 수많은 미술 초보들을 미술의 세계로 입문시킨 비결이다.
재미를 더하는 책의 구성
스토리텔링 외에도 이 책이 독자에게 다가서는 여러 지점이 있다. 책의 구성도 그중 하나다. 본문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화가의 일대기 중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흐름을 스케치하듯 빠르게 그려낸다. 그의 회화적 특징에 대해서도
안다고 전제하는 듯, 부연 설명을 하느라 늘어지지 않는다.
표현주의, 후기 인상주의 등 시험 보듯 외웠던 화풍에 관련한 설명은 각 챕터 뒤 ‘더 알아보기’로 과감히 뺐다.
더 알아보기 하단에는 QR코드를 넣어, 스캔해서 관련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이처럼 QR코드를 책에 삽입해
음성‧영상 자료를 소개하는 방식은 이미 새롭지 않은 시도다. 그러나 저자 스스로가 이미 2018년부터 노련한
유튜브‧팟캐스트 운영자로서 ‘쉽게 다가가는 미술’ 콘텐츠를 생산‧축적해왔기 때문에, 이 책에서의 이러한 시도는 상호
상승 작용하며 미술이라는 ‘장난감’을 다각도로 감각하는 재미를 준다.
세상 모든 것엔 양면이 있다. 친근한 말투는 맛깔스러운 스토리텔링에는 제격이지만, 종종 거친 문장이 눈에 띈다.
또한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관계를 ‘막장 드라마’로 소개하는 등 귀에 쏙 들어오는 컨셉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그 거장들의 삶을 어쩐지 단순하게 해석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짧은 호흡으로
끊어지는 본문은 후루룩 책장을 넘기기 좋지만, 거기에 사회 전반에 이미 넓게 자리 잡은 스낵 컬처(Snack Culture,
가벼운 콘텐츠를 짧은 시간에 즐기는 문화)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나만의 느낌이려나.
그러나 ‘상아탑’ 같았던 미술의 장벽을 허물어 많은 이로 하여금 그 기쁨에 첫발을 들이게 하고, 힘들었던
코로나19 시기에 ‘방구석’의 지친 영혼들을 깨워 일상의 영감을 불러일으킨 것, 이것만으로도 이 기특한 책을 주변
누군가에게 권할 이유는 충분하다.
독서 Guide
1. 책에서 소개하는 유명 화가 14인 중, 가장 ‘새롭게 와닿은 인물’은 누구였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각자의 느낌을 나누어 봅시다.
2. 책에 소개된 작품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르고, 그 작품을 그냥 보았을 때와 책을 읽고 난
후 보았을 때의 느낌을 비교해서 말해 봅시다.
3. 예술가의 삶을 알고 나니 작품이 달리 보인 경험을 또 한 적이 있나요? 좋은 사례를 나누어 봅시다.
책정보
방구석 미술관
저자조원재
출판사블랙피쉬
발행일2021.12.21
ISBN9788968331862
KDC650.4
서평자정보
김소담 ㅣ 헬프엑스 여행작가
헬프엑스(HelpX)는 호스트를 찾아 일손을 돕고(Help) 숙식을 제공받으며(Exchange) 전
세계를 여행하는 교환 여행 방식이다. 헬프엑스로 유럽과 남미를 여행하고 『모모야 어디 가?』, 『당신이 모르는
여행』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