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인권

“작가님은 왜 작품마다 장애를 다룬 것들이 많이 있나요?” 학교에 강연을 가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도 점점 전형화 한다. “제가 장애인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 장애인 때문이기도 하지요.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을 씁니다.” 미국에서 꽃핀 민주주의는 원래부터 신사적인 것이 아니었다.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보면 미국에서 선거운동을 하며 지지자끼리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도 나온다. 인디언을 무차별로 학살하던 기병대의 모습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 피맺힌 투쟁의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은 성장했다. 남북 전쟁을 통해 흑인노예 해방을 이루고 인간이 넘어서야 할 가장 큰 인권의 역사를 쓴 것도 미국이다.



습지의 유토피아, 프리워터

이 작품 《프리워터》는 있는 그대로 해석한다면 ‘자유로운 물’이라는 뜻이다. ‘공짜 물’이기도 하다. 부제는 ‘자유를 찾는 모든 이들의 꿈’이라고 했다. 남부의 어느 농장에서 노예들은 어느 순간 도망을 치기 시작했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흑인 소년 호머 역시 노예농장에서 탈출하여 북부를 향해 무조건 달려가게 된다. 아메리카대륙은 알다시피 며칠 걸어서 북쪽으로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게다가 마땅한 먹거리도 없고, 교통수단도 부족한 도망 노예는 죽여도 된다는 끔찍한 백인들의 법칙이 지배한 땅이었다. 이런 사지를 통과해 북쪽으로 가기 위해 도망친 노예들 대부분은 죽거나 잡혀서 돌아와야만 했다. 운 좋게 북쪽으로 도망쳐 자유를 찾은 노예는 사실 많지 않다.

호머는 어린 여동생과 함께 도망치다 우연히 숲속의 늪지에 있는 프리워터에 도착하게 된다. 프리워터는 백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엄청나게 깊은 습지에 있는 자유의 땅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흑인 아이들은 심지어 백인을 본 적도 없다. 엄마와 함께 도망치지 못한 호머는 다시 돌아가 엄마를 구출해 오겠다는 실현 가능하지 않은 꿈을 가진 주인공이다.

이 작품 전반을 꿰뚫는 주제는 자유의 고귀함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자유를 갈구하는 것이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은 큰 감동을 주게 마련이다. 물론 어린이들이 용감하게 모험을 나서고 사고를 치면서 성장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흑인판이라고 할 모험과 낭만과 도전이 담겨 있어 더욱더 감동을 준다.



살아 숨쉬기 위함으로써의 자유

실제로 남북 시대에는 프리워터와 같이 숲속의 습지로 숨어 들어가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을 형성하였고, 그곳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사는 바람에 나중에 백인을 본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노예농장 부근에 살고 있으며 최대한 몸을 숨겼고 가까운 농장이나 공장에서 물건을 훔쳐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러한 흑인들만의 자유 공동체를 연구하고 탐사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은 물 없이 살 수는 없다. 돈을 주고서라도 사 먹는 것이 생명수이다. 자유는 바로 그런 것이다. 중의적인 제목이 가슴을 때린다. 자유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자유를 갈망한 흑인 노예들 그들은 그야말로 삶이 저항의 문화였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금과옥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장애를 다룬 작품을 쓰는 것은 바로 장애는 삶이 저항이며 그 저항 없이 장애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