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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삶을 드넓게 바라보는 시선

- 윌리엄 스틱스러드,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작성일: 2022.10.06

이 주의 PICK1 요약

1. 신경과학 이론과 양육 현장을 잇는 성찰

2. 부모의 세계관에 깔려 있는 전제를 점검하기

3. 감시와 통제에서 지원과 조력으로 전환하는 마음의 기술

공부가 고역이 되는 까닭은

수능을 앞두고 교회와 사찰에는 수험생 어머니들의 기도 행렬이 이어진다. 시험 당일에는 과목별로 시간에 맞춰서 기도회가 열리기도 한다. 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을 종교기관들은 참으로 영특하게 의례화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기도를 열심히 하면 자녀의 성적이 오르긴 한다고 한다. 그 효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느 사찰 주지 스님의 설명은 무릎을 치게 한다. 어머니들이 집회에 참석하느라 자주 집을 비우기 때문이란다. 옆에서 닦달하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적 동기인데, 누가 간섭하고 감시하면 자발성이 위축된다. 청소년들이 엄청난 시간을 ‘학습 노동’에 투입하지만 배움의 즐거움은커녕 스트레스만 가중되는 중요한 이유는 부모의 과도한 통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나라들도 사정이 비슷한 것 같다. 신경과학자이자 아동심리 치료사인 윌리엄 스틱스러드가 쓴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에서 진단하는 미국의 교육 현실은 한국과 쏙 빼닮았다.



큰 그림으로 이끌어주는 성찰과 조언

어느 사회든 자녀에 대한 부모의 압박은 거대한 불안에서 비롯된다. 저자가 보기에 그 마음에는 잘못된 생각이 깔려 있는데,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사소한 잘못도 삶의 실패로 이어진다.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명문대에 진학해야 한다. 더 밀어붙여야 더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세상은 점점 위험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전제에 붙들려 있으면 자녀를 볼 때마다 초조해지면서 잔소리를 늘어놓고 때로 호통을 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의 잠재력을 훼손할 뿐이다.

긴 안목으로 아이의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인간적 성장을 북돋아야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관점은 명료하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 전환은 아이들을 안내하고, 지원하고, 가르치고, 도와주고, 한계를 설정하되 아이는 물론 우리 자신에게도 아이의 삶이 그 자신의 것임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46쪽) 무제한의 자유를 허용하는 방임이 아니라 부모가 문제 해결의 협력자가 되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어떻게? 몇 가지 팁을 소개하면 이러하다. 아이의 회복력이 길러질 수 있도록, 집을 피난처이자 휴식처로 느끼게 하라. 자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성적과 무관한 일에 자율성을 허락하라. 조언이라는 안전망을 제공하여, 자발적 태도를 키우도록 이끌어라. 온 세상에 카펫을 깔아주지 말고 슬리퍼를 내주라.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과중한 학습 부담부터 줄여야한다. 무엇보다 잠을 충분히 재워야 한다. 높은 학업 성취로 돋보이는 핀란드에서는 30분 이내에 완수할 분량의 숙제만 내준다고 한다. 선행학습은 몇 년 후에 쉽게 이뤄질 학습을 힘들게 수행하느라 그 시기에 필요한 발달 과업을 방치하는 것이라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



구체적인 지침과 매뉴얼도 제공

이 책에는 부모들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침도 담겨 있다. 각 장(章)의 끝에 <오늘 밤 할 일>이라는 코너를 구성하고, 책의 끝부분에 ‘입시보다 인생을 대비하는 두뇌 신체 6단계 훈련’을 덧붙여서 구체적 실행 절차를 제안한다. ‘학습장애, 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를 위한 자율성 키우기’라는 부록도 실었다. 그런데 이 모든 가이드라인이 효능을 발휘하려면 부모가 자신을 제대로 돌보아야 한다. 아이에게만 관심을 쏟기보다 부모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양육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역사상 부모 노릇이 지금처럼 정신적으로 버거운 적은 없었다. 아이들이 놓여 있는 사회적 여건이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의 강박이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아이가 생애의 주인공으로서 자기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는 믿음, 만일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배움과 도약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요구된다. 이 책은 인간의 성장에 대한 시선을 넓혀주면서 부모됨의 근본을 돌아보게 한다. 자녀 양육의 최우선 목표는 아이와 즐거운 시간 보내기라는 저자의 말을 곱씹어본다. 삶을 긍정하고 존재의 힘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뜻이리라.

독서 Guide

1.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감정은 어떻게 순환하는가?

2. 30년 뒤 자녀의 삶을 상상한다면, 지금의 모습에서 무엇이 새삼 눈에 들어오는가?

3.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이 자녀를 대하는 태도에서 바꿔야 할 것 세 가지를 꼽는다면?

책정보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표지이미지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저자윌리엄 스틱스러드

쌤앤파커스사이

발행일2022.03.02

ISBN9791165344719

KDC183.2

서평자정보

김찬호 ㅣ 성공회대 겸임교수

김찬호 ㅣ 성공회대 겸임교수 이미지

사회현상과 마음의 움직임을 인문학적으로 풀이하면서 더 나은 삶과 세계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여러 대중강좌를 통해 시민과 함께 배우는 사회학자. 『생애의 발견』, 『모멸감』, 『유머니즘』등 십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